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 440

길고 긴 가을 장마, 그래도 잘 자라주는 작물들이 고마워요

느닷없이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날씨도 서늘하고 폭염도 사라졌어요. 하지만 때 아닌 장마가 길게 이어집니다. 이 시절엔 원래 비가 안 와서 가을 작물 심고 물 주느라 바쁜 시기였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오히려 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행히 올해는 아직까지 작은 태풍 하나만 슬쩍 지나간 터라 감사히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폭염은 정말 강렬했습니다. 낮에는 밖에 돌아다닐 수조차 없을 정도로 뜨거워서 새벽과 오후 늦게만 일을 했습니다. 해 뜨기 전에 밭에 나와 일 시작하고 해진 다음에 일 마치며 집에 돌아가는 기분은 참 좋았습니다. 다행이 그 뜨거운 날씨 속에서도 농작물들이 잘 자라준 덕에 하루하루 재미있게 농사일 하며 지냈습니다. 여름 밭 풍경은 푸릇푸릇 참 아름다워요. 올해는 토종 자색 찰옥수수(..

벌써 여름 농사 시작! 농사 지으면 행복해집니다

정말 바쁜 봄 농사철이 지나갔습니다. 밥 먹고, 일하고, 자고... 시간이 없어서 ‘인터넷 농사’^^ 는 거의 못하고 지내고 있네요. 자주 소식 올리고는 싶은데, 올해는 좀 특별한 상황이라 경황이 없었습니다. 얼른 이 시기가 지나가고 다시 북적대는 백화골로 돌아오기를 기대합니다. 쉬는 날 없이 농사 일만 하고 지내다 보니 최근에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바로 농사일을 하면 행복해진다는 점입니다. 힘든 육체노동을 하루종일 하다보니 피곤해서 잠이 잘 오고 잡생각이 없어집니다. 최근 금강경을 공부했는데, 사람이 겪는 괴로움은 번뇌 망상이 많아져서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지금 이대로, 현실을 그대로 보면 아무 문제도 없는데,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고,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망상에 시달리다보면 괴로워진다는..

꽃비 맞으며 씨앗 심기, 어린 채소 가꾸기

벚꽃이 피었다 지며 백화골에 꽃비가 내립니다. 하루하루 숲의 빛깔이 연두색과 분홍빛으로 바뀌어갑니다. 시기를 놓치면 안 되는 농사 일이 많은 4월, 바쁘게 일을 하다가도 살짝만 고개를 돌리면 하루하루 바뀌는 숲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이런 자연 속에서 농사짓고 살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한 시절입니다. 어려운 시기지만 유기농사에 관심 있는 봉사자들이 찾아와서 농사일에 힘을 보태줍니다. 전반적으로 기온은 올랐지만 이른 아침엔 여전히 서리가 하얗게 내립니다. 4월 농사일은 최저 기온에 맞춰 이루어지는데, 아직 날이 많이 풀리지 않아 4월 초에 양배추, 브로콜리, 봄배추 등을 노지에 아주 심기 하고, 4월 16일이 되어서야 비닐하우스에 고추, 애호박, 오이, 토마토를 옮겨 심었습니다. 예년과 그리 크게 다르지..

봄 농사, 조금 느린 걸음으로 아주심기 시작

봄을 품고 있는 산과 들이 꿈틀대며 새로운 기운을 쏟아냅니다. 조금씩 변해가는 산골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아직은 아침저녁으로 춥지만 한낮이 되면 제법 따뜻한 날씨가 돼서 일하기 좋습니다. 이제 귀농 17년차로 접어드는 백화골 농부들에게는 봄기운 맞으며 다시 맞는 이 봄이 또 설레고 감사합니다. 2021년 농사를 시작하며 좀 더 차분하게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헐레벌떡 서두르며 농사 짓다보면 놓치는 것도 많고 순간순간 중요한 시간을 그냥 흘러 보내기도 쉬워서 조금 느린 걸음으로 농사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물을 심거나 옮길 때도 닥쳐서 하기보다는 미리미리 준비하니 마음도 편하고 진도도 잘 나갑니다. 벨기에에서 온 봉사자 샤와 함께 감자 심을 밭을 만들었습니다. 이 엄혹한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에서도 한국을 여행..

2021년 농사 시작, 새싹 온실 만들고, 파종하고, 퇴비 뿌리고

영하 8도까지 내려가고 강풍이 부는 2월 중순, 백화골 농부들은 한 해 농사계획을 세우고 2021년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작은 비닐하우스에 어린 새싹들을 위한 작은 집을 만들어주고, 열선으로 따뜻하게 불을 지핀 후 씨앗을 넣었어요. 이맘때면 매년 하는 일이지만, 첫 씨를 넣는 일은 늘 새로운 마음을 갖게 합니다. 고추와 양배추, 브로콜리 씨앗을 하나하나 모종판에 심으며 올 한 해 또 얼마나 예쁘게 자라날까 생각합니다. 하나의 씨앗을 많은 열매로 자라게 하고, 그걸 지켜보는 농사일은 어찌 보면 참 신비로운 일입니다. 겨우내 푹 쉬고 재충전한 덕분에 몸도 마음도 평화롭고 여유가 있습니다. 2021년 올 한 해도 백화골 농부들은 작은 땅이지만 유기농으로 건강하게 농사지으려 합니다. 유기농 농부로 소박한 생활을..

밭 정리 농사 마무리, 2021년 유기농 농산물 제철꾸러미 회원 가입 안내

서두를 것 없이 차근차근 밭 정리를 해나갑니다. 이제 단풍도 다 져가는 11월의 산 아래 밭. 새소리와 물소리가 새삼스레 평화롭게 들립니다. 2020년 제철꾸러미 발송도 무사히 다 끝내고 마지막 마무리 농사일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장마에 태풍에 바이러스까지, 이런저런 일이 많았던 한해였지만, 그래도 즐거운 일이 기억에 많이 남는 감사한 한해였습니다. 하루하루 색이 변해가는 가을 단풍이 아름답습니다. 뉴스로 접하는 세상은 시끌시끌하지만 산 속은 조용할 뿐입니다. 밭 정리하며 농사일에 빠져봅니다. 태풍으로 많이 죽기도 했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작물들이 있어서 브로콜리, 양배추, 배추, 무 등 가을 작물을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살아남아 무럭무럭 자라준 채소들이 참 고마울 따름입니다. 태풍 이후에 죽은 작물을..

긴 장마, 폭염, 태풍, 빠른 추위, 기후 위기를 실감하는 유기농 농부들

2020년 여름, 백화골 농부들은 기후위기를 밭에서 실감하는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두 달 간 이어진 긴 장마, 9월에 찾아온 세 번의 태풍... 거의 최악의 여름이었던 것 같아요. 기후변화는 지구 온난화, 온실가스 증가 영향으로 시작됐다고 하지요. 온실가스는 주로 석탄에너지를 사용할 때 나오는데, 화학농사도 한 몫을 합니다. 화학비료, 화학농약이 바로 석탄에너지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거든요. 유기농사를 지으면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인체와 자연에 안전한 자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땅 속에 잡아줍니다. 유기농사는 단지 건강한 먹거리 재배에 그치지 않고 환경을 보호하는 일인 셈이지요. 기후위기를 실감하며 저희가 유기농사를 계속 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더 많은 유기농부들이 나올 수 ..

유기농 마늘 당근 토마토 수확, 여름 농사 시작

추운 초봄부터 파종하며 시작했던 2020년 농사가 이제 전반기를 마치고 여름 농사로 넘어갔습니다. 바이러스 때문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는 이 시기에, 농사짓고 사는 일상을 변함없이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론 조금 미안한 마음입니다. 하루빨리 바이러스가 사라지고 전세계인이 함께 어울리며 살 수 있는 날을 기다립니다. 올 봄 날씨가 농사짓기 좋았습니다. 사람들이 이동을 덜해서인지 공기도 더 맑아지고 지난 몇 년 동안 찾아왔던 이상기후도 사라졌습니다. 적당히 비가 내리고 지나치게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맑은 공기 속에서 농사지으니 마음도 따라 평온합니다. 역대 최고로 잘 자란 완두콩, 작년에는 두더지가 싹이 올라오자마자 통 채로 먹어버려서 많이 속상했었는데,..

“제철꾸러미 발송, 한 달이 벌써 지났어요!”

늘 느끼는 것이지만 농사를 짓다보면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갑니다. 쑥쑥 자라는 채소들 따라 정신없이 보살피고 수확하고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벌써 다섯 번째 꾸러미 발송을 앞두고 있네요. 푸릇푸릇하던 봄기운은 완연히 꺾이고, 이제 싱그러운 초여름 채소들이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 동안 백화골은 지금까지 보냈던 5월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5월을 보냈습니다. 1년 중 최고로 아름다운 계절과 풍광 속에서, 1년 중 가장 바쁜 농사일들을 해내느라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지냈지요. 네, ‘여느 해가 다르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 올해는 이것이 얼마나 큰 특혜이자 축복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여느 때와 달라진 일상 때문에 힘들게 보내신 분들이 너무나도 많았으니까요. 물론 학교 급식이..

백화골 농부의 겨울 여행2 "추운 스웨덴 겨울 여행, 따뜻하고 밝은 카탈루니아, 대만"

백화골 농부의 겨울 여행2 "추운 스웨덴 겨울 여행, 따뜻하고 밝은 카탈루니아, 대만" 스톡홀름에 도착한 첫 느낌은 ‘캄캄하고 춥다’였습니다. 날씨가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 표정도 대체로 어두웠습니다. 이 느낌은 떠나는 날까지도 계속되었는데, 하필 추운 겨울에 스웨덴에 가다니, 겨울에만 여행할 수 있다는 게 조금 아쉬웠어요. 이민 간 가족을 찾아 스톡홀름으로 스웨덴에는 40년 전쯤 한국에서 이민 간 큰어머님 식구들이 살고 있습니다. 40년 전 독일 간호사로 일하러 가셨던 큰어머님이 이후 스웨덴으로 옮겨 가신 뒤에 큰아버지와 사촌 누나들, 형들을 초대해서 정착하셨거든요. 한국이 가난했던 시절, 남편과 자식들은 한국에 두고 멀고 먼 이 낯선 나라에 와서 얼마나 고생을 하셨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