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 440

눈 50cm 내리다! (2006년 1월)

눈이 50cm가 내렸다. 이틀 동안 쉬지 않고 계속 퍼부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풍경은 처음 봤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하우스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주대를 세우고 눈길을 쓸었다. 차량 운행은 1주일간 포기.오랜만에 걸어다니며 눈구경도 하고 아이들과 뛰어놀기도 했다. 장작이 눈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아랫집 개 다운이는 뭐가 좋은지 눈오는 내내 뛰어다니며 짖어댔다. (다운이의 성은 '개'이다. ^^) 마을 소나무 숲 아랫마을 들어오는 길

벼, 양상추 수확(2005년 9,10월)

가을이 되니 더더욱 바빠졌다. '수확의 기쁨'이란 말이 실감나는 계절이었다. 벼를 수확해서 1년 먹을 양식을 마련했고 양상추를 직거래로 팔았다. 벼농사는 기계화되어 쉽다고들 말하는데, 우리한테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힘들었던 만큼 수확의 기쁨도 컸다. 나락을 빻아 우리가 키운 쌀로 첫 밥상을 차렸다. 밥맛이 꿀맛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벼를 수확한 후에 나락을 펴서 말리고 자루에 담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토마토 재배가 끝난 후 심은 양상추가 생각보다 잘 자랐다. 각종 병충해는 생선액비 효과를 톡톡히 봤다. 액비도 되고 병충해도 막아주는 생선액비는 생선 찌거기를 흑설탕과 섞어 효소처럼 발효시킨 후 적당량을 물에 섞어서 작물에 뿌려주는 것인데, 냄새가 지독해서 별레들이 다 도망갔다. 뿌리는 사람도 도..

좋은 이웃들과 함께... (2005년 9월)

우리 마을에는 귀농한 가구 11가구가 살고 있다. 나이는 30대 초반부터 50대 초반까지... 아이들만 해도 무려 21명(남자 아이 19명 여자아이 2명. 성비가 심하게 안 맞는다^_^). 아이가 셋씩 있는 집도 세 집이나 된다.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하여간 어지간히 땅과 세상에 대해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시골 생활은 도시와 달리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운이 좋아서인지 좋은 이웃들을 많이 만났다. 유난히도 비가 많이 내렸던 2005년 여름, 이들이 있어 더욱 행복했다. 새로 입주하게 된 윤제네와 진강이네 합동 상량식이 자리다. 숲해설가인 윤제 아빠와 서울에서 노조 활동을 하다 귀농한 진강 아빠, 두 젊은 가족이 마을에 들어와 큰 활력소가 되었다. 고사상 앞에 아이들도 모였다.정말 ..

태풍이 지나간 후에... (2005년 8월)

도시에 있을 때는 태풍이나 폭우가 쏟아져도 그저 출퇴근 시간에 옷에 빗물이 튀거나 바람 많이 부는 게 싫다는 감정 정도였는데, 시골에 와보니 우리의 생활 자체를 위협하는 무서운 자연 재해다. 비닐하우스가 날아갈까봐 끈으로 일일이 조여서 묶어주고, 깜깜한 새벽에 밭에 나가 배수로를 다시 파고, 혹여나 산사태가 나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보냈다. 바람이 많이 불었고, 특히 전라북도 무진장 지역(무주, 진안, 장수)에 폭우가 쏟아졌다.장수군 전체가 수해로 몸살을 앓았다. 최근 무분별한 상판(기존에 나무를 베어내고 새로운 나무를 심는 일) 작업으로 산을 파괴한 곳은 어김없이 피해를 봤다. 장수군 계북면에서는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시고, 하우스와 논밭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곳도 허다했다. 다행이 우리 마을엔 큰 피해..

고랭지에 유리한 상추(2005년 7, 8월)

지구 온난화로 상추 같은 저온성 작물은 여름에는 평지에서 재배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고랭지 여름 상추는 가격 경쟁력이 있었다. 공무원들은 쌈배추를 심으면 좋을 것이라고 추천했지만, 아랫마을 농사 고수들이 상추를 추천했다. 고민하다 병충해가 적다는 상추를 선택했는데, 쌈배추는 평균 가격 4kg에 3, 4천원, 상추는 1만7, 8천원이 나왔다. 군에서 유망 농산물이라고 추천한 작물 관련 보조사업(저리 융자 등등) 지원 받은 사람 치고 빚더미에 앉지 않은 사람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여름이었다. 가격은 좋았지만 갓 개간한 농토라 비옥하지 않아 생산량이 적은 게 아쉬웠다. 공판장 가격은 3천원에서 3만원까지 들쑥날쑥 했지만, 고랭지 여름 상추 가격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상추로 완두콩 공판장 출하 실패를 만회..

맛있는 토마토 재배(2005년 7, 8월)

7월이 되자 토마토가 열리기 시작했다. 화학비료 대신 유기질 퇴비, 농약 대신 직접 만든 효소와 한방영양제 등을 주고, 제초제 대신 낫질로 풀을 베어 가며 키운 소중한 토마토였다. 특히 해발 500m 고도의 큰 일교차 덕분에 씹히는 맛이 단단하면서도 당도가 높았다. 토마토는 전량 직거래로 인기리에 팔았다. 서울에서 알고 지내던 지인들을 통해서 팔기도 하고,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려서 직거래하기도 했다. 한번 주문햇던 사람은 반드시 재주문을 했다. "옛날 토마토 맛이 난다" 어떤 고객이 한 말인데, 우리가 들은 말 중 최고의 찬사였다. 농약과 화학비료로 키운 관행농 토마토의 밋밋한 맛과는 전혀 다른 깊은 맛이 우러났다. 판매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지만 토마토를 따서 바로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장마가 시..

귀농, 행복한 여름(2005년 6, 7월)...

장수는 고랭지라 여름이 시원하고 좋다. 신나고 즐거운 일들로 가득했던 우리의 귀농 첫 해 여름! 오후 늦게 집에 돌아와 보니 이웃이 가져다준 당근이 마루에 놓여 있었다. 화학비료를 넣지 않고 키운 당근이라 크기는 작았지만 정말 신선하고 맛있었다. 선우 엄마가 막걸리와 함께 차려준 소박하지만 맛갈스러운 술상! 장수에선 신선한 해산물을 먹기가 힘든데, 손님이 가지고 온 회를 흔쾌히 안주로 내놓아 마을 사람들이 행복한 오후를 보냈다. 깊어가는 여름, 우리집 주변의 나무들도 한창 아름답게 뻗어나가고 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마을 전경 지지계곡 가는 길 후배들이 놀러와서 장수의 관광지 중 하나인 지지계곡을 찾았다. 오염이 안 된 지지계곡의 맑은 물 비온 후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장수군을 방문했다. 권영길 의..

농사 시작, 모내기, 완두콩, 토마토, 고추 심기(2005년 4, 5월)

집이 다 지어지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했다. 이웃들과 품앗이로 모내기를 하고, 완두콩과 토마토, 고추를 심었다. 모든 게 처음 해 보는 일이라 서툴고 어려웠지만 아주 행복한 시간들. 특히 일하다 마시는 막걸리 한잔의 매력이란... 골을 타거나 비닐 멀칭을 할 때 사용하는 관리기, 서툴러서 오후부터 밤 늦게까지 골을 타야 했다. 그것도 줄이 맞지 않아서 일할 때 고생을 많이 했다^^ 엉성하게 골을 타고 서툴게 심었는데도, 잘 자라준 완두콩. 이것 저것 배울 게 많았던 완두콩 재배였다. 하얀 꽃망울이 아름다운 완두콩 꽃. 우리의 첫 수확물로 가슴 뿌듯하게 콩을 따고 포장해서 판매를 했지만, 전 해에 아주 좋았다는 완두콩 값은 폭락했다. 150평에서 10만원을 벌었다. 씨값, 비닐값, 기름값 등을 빼면 겨우..

농사 준비, 유기농 자재 만들기(2005년 2, 3월)

집 짓는 동안 마을 의준이네 사랑채에서 지내며 농사 준비를 시작했다. 장수는 해발 450m 이상 지역으로 3월에도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이 많았고 눈이 많이 내렸다. 3월의 폭설... 토착 미생물 만들기. 유기농으로 농사 짓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땅에 미생물들이 살아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부엽토가 많은 곳에서 채취하는 토착 미생물은 가장 좋은 땅 살리기 재료라고. 마을 뒷산 백화산 골짜기에서 토착미생물을 채취(한 번의 실패 끝에)하여 활용했다. - 제조 방법 : 부엽토가 많은 지역에 고두밥(양파망에 포장)을 넣은 후 묻어주고, 1주일 정도 후에 채취한다. 채취한 토착미생물을 흑설탕과 1:1로 1차 배양 한 후 1주일 후에 원액을 500배 희석해서 쌀겨와 버무린 뒤 보온덮..

전북 장수군으로 귀농, 집 짓기(2005년 2, 3월)

세달간의 귀농지 찾기 끝에 2005년 2월17일 서울에서 전라북도 장수군으로 이사했다. 장수로 귀농한 가장 큰 이유는 '저개발 지역'이라는 점. 유명 관광지도 공업단지도 없고, 앞으로도 개발될 가능성이 적어 보여서였다. 귀농지 찾기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농업기술센터를 찾아가보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지역 면사무소를 찾아가 각 마을 이장 연락처를 알아내 한분 한분 찾아가보기도 하고... 주로 관공서를 중심으로 귀농지를 찾아다녔다. 시골에 특별한 연고나 인맥이 없어서 선택한 방법이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 관공서를 찾아가 귀농 정보를 얻고 도움을 받는 것도 좋지만 농촌에 살아보니 가장 좋은 귀농지 찾기 방법은 일단 연고를 만드는 일인 것 같다. 우리가 선택한 마을은 귀농자들이 농촌에서 정착할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