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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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3년~2016년

봄날의 파란 하늘, 하얀 눈, 쑥전

백화골 2013. 4. 11. 22:58

꽃샘추위가 조금씩 물러나면서 백화골 봄 풍경이 점점 더 예뻐집니다. 한국의 전형적인 4월 날씨답게 봄바람이 강하게 불어 바깥에서 일하는 게 좀 힘들긴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녹색으로 바뀌어가는 산속에서 농사일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참 행복한 하루하루입니다.

 

 

서울 살 때는 하늘 바라보는 시간이 출근길 지하철에서 밖으로 나갈 때 뿐이었던 것 같아요. 워낙에 바쁜 발걸음이어서 잠깐 스쳐지나가는 하늘을 아쉽게 바라보았을 뿐이었지요. 시골 와서는 매일 매일 하늘과 자연 속에서 살아갑니다. 강풍이 불어대는 날씨였지만 오늘 하늘은 참 예쁘네요.

 

 

맑은 하늘이었다가 갑자기 또 눈이 내립니다. 4월의 눈을 맞으며 농사일을 하자니 뭔가 기분이 이상해집니다. 일하다 힘들면 또 멍하니 하얀 눈을 바라봅니다. 어쩌면 이번 계절의 마지막 눈일 수도 있겠네요. 눈이 내리다 또 그치고 다시 하늘이 맑아집니다.

 

 

지난 겨울에 심어 놓은 마늘이 튼튼하게 잘 자랍니다. 처음 심어 본 작물이라 여기저기 물어보기도 많이 하고 공부도 많이 해서인지 아직까지는 잘 자랍니다. 6월에 이 마늘을 수확해서 회원분들께 보내드리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며 또 추비를 주고 마늘이 좋아한다는 참숯재를 뿌려줍니다.

 

 

예쁜 비타민채가 조금씩 모양을 갖춰갑니다. 며칠 째 꽃샘추위가 이어졌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잘 자라주어 고맙네요. 5월 둘째 주 발송할 때 잘하면 발송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며칠 전 방심해서 이중터널을 안 해준 탓에 감자는 조금 냉해를 입었는데 양배추는 잘만 자랍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서 놀랄 정도네요. 밤에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바람에 벌레도 전혀 없이 예쁘게 잘 크고 있습니다.

 

 

알배기 배추인데요, 이 놈들이 너무 성장세가 빨라서 발송 전에 포기가 다 차버리면 어쩌나 걱정될 정도입니다. 최대한 천천히 맛있게 크라고 물도 조금씩만 주고 있습니다. 엄청난 추위를 견뎌낸 놈들이라 맛있는 배추가 될 것 같아요.

 

 

이런 추운 날씨에도 꽃을 피운 민들레의 모습을 보니 대견합니다. 요즘 민들레가 몸에 좋다고 해서 많이들 생으로 드십니다. 저희도 올해부터는 아예 밭에다 민들레를 심어서 발송해 드리려구요.

 

 

올해부터 저희가 우프 농가가 되었습니다. 우프란 WWOOF[Willing Workers On Organic Farms]의 약자로, 유기농 농장에서 일손을 도와주는 대신 숙식을 제공 받는 것을 말합니다. ‘농촌에서의 노동을 주제로 한 일종의 테마여행인 셈인데, 농가는 일손이 생겨서 좋고 여행자는 적당한 노동과 함께 색다른 문화체험을 할 수 있어 좋지요. 어느 쪽도 서로 돈을 지불하지는 않구요. 전세계에 조직되어 있는 네트워크라, 한국 농촌을 경험해보고 싶은 외국인들도 많이 찾아온다고 해요.

 

오늘은 백화골에 머물고 있는 한국인 우퍼 여성분이 쑥을 뜯어주셔서 저녁에 맛있는 쑥된장국과 쑥전을 해 먹었습니다. 쑥 향이 얼마나 좋던지 하루종일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힘들었던 몸에 새롭게 기운이 샘솟는 듯했답니다. 다음 주에는 싱가포르 우퍼가 온다고 하는데, 의사소통을 어떻게 해야 하나 살짝 고민 중입니다.

 

덧붙여서요....

 

백화골 푸른밥상 농산물 가족회원 모집이 마감되었습니다. 작년에 태풍으로 잠시 발송을 중단한 적도 있었고, 요즘 워낙에 경기가 안 좋다고 해서 회원 모집이 조금 어렵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단골 회원분들이 대부분 다시 회원이 되어 주셨고, 새로운 회원분들도 많이 가족이 되어주셨답니다.

 

2006년 200평 밭에서 12가족회원으로 출발해, 2013년엔 2000평 밭 110가족이 되었네요. 올해도 저희 회원이 되어 주신 많은 단골 회원님들, 새로운 회원님들 모두 참 고맙습니다. 소중한 농산물 가족회원분들 덕분에 힘들지만 꾸준히 유기농으로 농사짓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마음 속 깊이 감사 인사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