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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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3년~2016년

배추꽃과 냉이꽃

백화골 2013. 3. 18. 08:46

오늘은 여러분께 문제를 하나 내보겠습니다.

과연 이 그릇의 용도는 무엇일까요?

 

 

2~3년 전 쯤 집에 찾아오신 손님에게 이 작은 자기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찻잔? 밥그릇? 양념 그릇? 저희도 처음엔 이 그릇을 받고서 도무지 용도를 알 수 없어 손님이 설명해주기 전까진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설명을 듣고서야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지요. 힌트는 뚜껑 손잡이 부분에 뚫려있는 작은 구멍입니다. 그래도 잘 감이 안 오신다고요?

 

답은 바로 작은 꽃 한 송이를 위한 화병입니다.

 

 

 

저희에게 이 선물을 주신 손님은 도자기에 꽤 안목이 있는 분이라 도예 전시회가 열리면 꼬박꼬박 보러 다니신다고 하는데, 이 그릇 역시 어느 도예가의 전시회에 갔다가 구입하신 거라고 하네요.

감탄하며 선물을 받긴 했는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멋진 도예가의 작품은 분위기 없는 주인을 만난 탓에 지금껏 저희 집 부엌 양념 선반 위에서 마늘 그릇 노릇만 해왔답니다. 오늘 밭에서 일을 하다 문득 하얀 냉이꽃과 눈이 마주친 순간, ‘꽃 한 송이 화병이 한 번쯤은 원래 역할을 하게 해주자는 생각에 냉이꽃을 꺾어와 꽂아보았습니다.

 

수수한 냉이꽃과 차분한 빛깔의 화병이 잘 어울리지 않나요?

 

 

오늘은 이왕 문제를 낸 김에 한 문제 더 내보겠습니다. 이 노란꽃은 무슨 꽃일까요? 힌트는 한국인의 밥상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김치를 만드는 재료, 바로 배추가 이렇게 예쁘고 화사한 꽃을 피운답니다.

 

배추꽃은 사실 볼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꽃대가 올라오기 훨씬 전에 이미 모든 수확이 끝나는 게 배추의 운명이니까요. 이 배추꽃은 하우스 안에서 월동했던 배추에서 폈습니다. 열흘쯤 전 밭을 정리하면서 남은 배추들을 다 뽑아서 던져놓았었는데, 오늘 퇴비를 넣으러 들어가 보니 글쎄 뿌리채 뽑아놓았던 배추들이 이렇게 화사한 꽃을 피워올렸더군요. 화사한 노란빛이 안쓰럽기도 하고, 배추의 강인한 생명력이 새삼 놀랍기도 했습니다.

 

그럼 꽃 얘기는 이쯤 하고...

 

 

오늘은 밤부터 비가 많이 올 거라는 예보가 있어서 배수로 정비를 다시 했고요,

 

 

겨울 동안 동파 방지를 위해 분해해 놓았던 관수시설을 다시 연결해 새로 심은 양배추, 브로콜리 밭에 흠뻑 물도 주었습니다.

 

 

농협에 신청해놓았던 퇴비도 오늘 도착했습니다. 장수에는 유기농 인증을 받은 퇴비가 없어서 옆 마을 무주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신청했습니다.

 

 

퇴비 내리는 일이 끝나고 나중에 찬찬히 살펴보다가 포장지의 청정 본능이라는 카피가 너무 웃겨서 한바탕 웃었습니다. 비록 똥으로부터 오긴 했지만, 깨끗한 유기농 채소들이 잘 자라도록 도와주니 청정 본능 맞긴 맞는 말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