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13년~2016년

귀농지 땅 구하는 방법 “마을과 사람이 먼저”

백화골 2013. 3. 10. 22:12

올해로 귀농 9년차에 접어드는 저희에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물어오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좋은 귀농지 터를 구할까요?”입니다. 오늘도 도시에 사는 아는 형님 한 분이 전화를 하더니 이런저런 얘기 끝에 나도 시골에 내려가 볼까 하는데 땅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하고 물어보시네요.

 

 

저의 대답은 항상 땅만 보지 말고 마을과 마을 사람을 먼저 보세요입니다. 땅만 보고 급하게 매매를 해서 들어온 뒤 나중에 마을 공동체에 어울리지 못해 후회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특히 그냥 시골로 이사 오는 것으로 끝나는 귀촌자가 아니라, 농사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귀농자라면 땅을 구할 때 반드시 마을과 사람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이밖에도 오늘 형님께 해드린 대답들을 아예 글로 정리해서 올려보려 합니다. 귀농지 찾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귀농지를 찾으려면 연고를 만드세요

 

시골 생활에 대해 잘 모르고, 자신에게 맞는 땅이 어떤 곳인지도 아직 감이 잘 안 잡히는 상태에서 땅이나 집에 덜컥 투자를 너무 많이 해버리면 나중에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귀농지 찾을 때는 평생 살 곳보다는 일단 2~3년 살아보는 간이역을 구한다는 마음으로 찾아보는 게 좋습니다. 내려오자마자 집짓기에만 치중하기보다는 먼저 지역 사람이 되고, 농사일을 몸에 익히고, 연고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에게 맞는 땅을 차차 구입해나가는 것이지요.

 

저희 역시 처음에 땅 구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2004년 회사에 사표를 내고 세 달 동안 무작정 전국을 돌아다니며 빈집과 땅을 알아봤었지요. 농업기술센터에 가서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면사무소에 들어가 이장님들 연락처를 얻어서 일일이 전화해 찾아가 보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막무가내 식의 귀농지 찾기였지요. 대부분 문전박대였습니다. 많은 농촌 공무원들이나 젊은 사람들은 귀농자들을 반기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터전에 누군가 들어온다는 것에 경계심부터 드러냅니다.

 

연고 없이 시골에서 땅 구한다는 건 힘들다는 걸 알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장수군 계남면에 터를 잡게 되었습니다. 일단 몇 년만 여기서 지내고 우리에게 맞는 땅을 찾아 이사한다는 게 목표였습니다. 농장 이름도 지역과 관계없도록 백가지 꽃이 피는 골짜기란 뜻으로 백화골 푸른밥상이라고 지었습니다.

 

지역 토착민들과 어울리면서 차츰 장수군 사람이 되어갔습니다. 생각보다 처음 자리 잡은 마을에서 오래 살긴 했지만, 결국 장수 내려와서 사귀게 된 토박이 친구들의 소개로 우리에게 맞는 계북면의 작은 마을에 땅을 구입하고 집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이사하고 나서도 어느 마을 누구 소개로 들어왔다고 하면 다들 경계심을 풀고 웃으며 반겨 줍니다.

 

부동산보다는 지역 사람을 통해서 땅을 알아보세요

 

귀농하려는데 연고는 없고 마음은 급하고 시간은 흘러가고.... 이럴 때 귀농 희망자들이 제일 많이 당하는 게 바로 부동산을 통한 땅 매매입니다. 땅주인이 ‘2천만원만 받아줘하면 부동산에서 4천만원에 팔고 2천만원은 시세 차익으로 챙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비싸게 땅을 구입해서 들어왔다가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울화통 터지는 것으로 생활이 시작됩니다. 모든 농촌 사람들이 사기꾼 같고 싫어집니다. 마을 사람들도 부동산한테 사기 당해서 들어온 외지 사람이라고 하여 잘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봉으로 알고 덤벼들기 십상입니다.

 

연고가 없어서 부동산으로 땅을 알아보게 되었다 하더라도 반드시 매매 계약 전에 마을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쉽습니다. 부동산 업자랑 헤어진 다음에 따로 마을로 찾아가 마을회관에 가보세요. 마을 사람들한테 인사부터 드리고 충분히 자기 소개를 한 다음, 넌지시 저 땅 얼마에 내놓았어요 하고 물어보세요. 금방 시세를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대화를 시작해서 마을 이장을 만나보고, 개발위원장 등등 마을 분들을 만나 친분을 쌓으세요. 이게 연고가 되고, 그 땅 말고 다른 땅을 소개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생깁니다. 부동산을 통해 땅만 보고 계약을 하면 첫 시작부터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두세 배 더 주고 땅 구입할 확률만 높아집니다.

 

최근에는 부동산 업자들이 인터넷 귀농 카페를 통해 활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귀농, 귀촌 정보는 사실 인터넷보다는 발품을 팔아야 구할 수 있습니다. 귀농 카페에서 실제로 사기 피해를 당하는 귀농 희망자들도 많다고 합니다. 인터넷으로 구할 수 있는 귀농 정보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선배 귀농자들 집을 찾아다니며 적극적으로 귀농지를 알아보아야 합니다.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 좋습니다

 

물론 마을 한가운데 있는 집을 얻어서 잘 사는 귀농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골 생활 경험 없는 사람일수록 집은 마을에서 살짝 떨어져 있는 편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도시에서는 이미 분리수거가 정착된 지 오래됐지만, 시골에서는 아직도 대부분의 쓰레기를 집에서 직접 다 태웁니다.

 

비닐, 플라스틱, 고무, 심지어 병까지 태웁니다. 환경 의식이 없어서이기도 하고 행정기관에서 나서서 쓰레기 태우는 것을 단속하지 않아서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 쓰레기 태우는 연기가 매일 집안으로, 밭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해보세요. 일상생활에서 계속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집터는 마을에서 150m 정도는 떨어져 있는 것이 좋습니다. 유기농 농사를 지을 분이라면 더더욱 마을이나 기존 밭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곳에 땅을 구하는 것이 좋구요.

 

물론 집터는 조금 떨어져 있더라도 귀농자라면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합니다. 농사짓는 일이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어서입니다. 농사 기술도 마을 어르신들에게 배워야 하고, 농기계 사용법도 혼자서는 익힐 수 없습니다. 겸허한 자세로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농사지으면 행복한 귀농살이를 할 수 있습니다.

 

땅 매매하기 전에 반드시 살펴야할 몇 가지

 

땅을 매매하기 전에 반드시 살펴야할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진입로를 살펴야 합니다.

땅을 파는 사람들 말만 듣고 덜컥 계약하면 안 됩니다. 집터까지 진입로가 포장이 되어 있어야 농지전용을 통해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포장이 안 된 도로를 땅 파는 사람이 곧 포장 될 것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땐 진입로가 누구 땅인지, 정말 포장될 것인지 꼼꼼히 알아봐야 합니다. 땅 매입을 해 놓았는데 진입로 문제가 해결이 안 되어 집도 못 짓고 다시 도시로 가버린 사람도 많습니다.

 

둘째, 물을 살펴야 합니다.

농촌에서 물은 광역 상수도, 마을 상수도, 관정 등으로 해결합니다. 광역 상수도의 경우 마을에서 조금만 떨어져 있어도 엄청나게 비싼 비용을 부르면서 공무원들이 잘 안 해주려 합니다. 마을 상수도의 경우도 귀농자들이 선호하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집터인 경우 연결이 안 되기 쉽습니다. 그럼 관정을 파야 하는데, 문제는 물이 없는 곳이 있다는 겁니다. 계약 전에 관정 업자와 함께 땅을 보고 물길이 있는지 살피는 기계로 물을 확인해본 다음 계약해야 합니다.

 

셋째, 전기와 전화도 때론 비용이 많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전기와 전화 놓는 데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비용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것도 미리 땅과 제일 가까운 전기, 전화 전봇대 거리를 재 본 후 한전과 KT에 알아보세요. 너무 비용이 많이 드는 곳이라면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좋구요.

 

넷째, 농지 전용이 가능한 지역인지 면사무소에 가서 알아보세요.

구입할 땅의 토지사용계획원과 등기부등본을 가지고 면사무소 산업계나 건축설계사를 찾아가 보세요. 때로 집을 지을 수 없는 곳이 있습니다. 반드시 확인한 후 땅을 매매해야 합니다.

 

다섯째, 이중계약서는 쓰지 마세요.

부동산 업자나 투기꾼들이 땅을 싸게 사서 3년 안에 팔 때 대부분 이중계약서를 요구합니다. 3년 안에 팔 경우 세금을 많이 물게 되거든요. 불법이기도 하지만 이중계약서를 요구하는 땅은 대부분 굉장히 비싸게 매매하는 것이므로 계약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