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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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5년~2006년

행복했던 2006년, 농사 마무리 긴 겨울 휴가! (2006.11.15)

백화골 2009. 3. 4. 10:50

산골에 살면 시간이 바람처럼 흘러간다. 계절을 미리 준비하며 살아야하고, 자연에 순응해 흘러가는 시간, 바뀌는 날씨를 받아들여야 한다. 10월말부터 쏟아져 나왔던 양상추 수확을 즐겁게 끝내고, 밭에 비닐과 부직포를 걷고 호밀을 뿌리고 로터리를 쳤다.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빴던 2006년 농사를 오늘 텃밭 하우스 비닐을 걷어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고 가야할 길이 많은 초보 농부지만 2006년 한 해 농사지으며 참 행복했고 평화로웠다.

농산물 회원제를 처음 시도하여 경제적 자립을 이루었고, 작년과 똑같은 평수에 심은 작물이 두배가 나오는 농사 기술의 발전도 있었다. 가장 큰 수확은 힘들기만 했던 육체노동, 시골 이웃들과 어울리기, 각종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방법을 차근차근 터득한 것이다. 한미 FTA 반대를 위한 농민회와 민주노동당 모임에서 만난 좋은 선배들이 이것저것 때마다 농사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5.31 지방선거는 금권, 부정이 판치는 농촌의 지방정치에 크게 실망하는 계기가 됐다.

토마토와 양상추 직거래로 많은 좋은 분들을 만나고 즐겁게 수확하긴 했지만 불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농산물을 파는 일은 무척 어려웠다. 이에 비해 회원제로 농산물 보내는 일은 소포장과 상품 기획이 힘들었지만 적은 땅에서 알찬 수확을 할 수 있었다. 많이 부족했지만 내년에도 농산물 회원제는 계속 할만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올해 시행착오를 분석하여 내년에는 더 풍성한 농산물로 회원제를 운영할 계획이다. 효율적인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농사지어 먹고 살만큼만 벌고 싶다.

그 많던 양상추가 직거래로 다 팔렸다. 한꺼번에 쏟아지는데다가 2주 안에 다 판매해야하는 상황이라 걱정했지만 싸게 판매한데다 맛도 좋아서인지 인터넷에서 인기를 모았다. 또한 작년 고객들이 다시 양상추를 주문하고 소개도 많이 해주어서 밭이 1주일만에 텅 비게 되었다.  

직거래용 소규모로 포장하기엔 기존 양상추 박스의 사이즈가 맞지 않아 대신 가지 박스를 구입해 포장했다. 옥션, 지마켓, 각종 인터넷 카페 등에 열심히 홍보글 올리며 직거래로 전량 판매하는 데 성공한 터라 발송 마지막 날 정말 기뻤다. 올해 어찌 어찌 직거래로 농사물을 다 판매하기는 했지만 농산물 직거래는 참 힘든 일이다. 내년에는 회원제를 더 확대해서 효율적인 농사를 지을 계획이다.  

농사 정리도 안 끝났는데 1주일 전에 눈이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서 깜짝 놀랐다. 아름다운 백화산 자락의 설경.

내년에 연작장해를 막고 땅심도 기르기 위해 하우스 비닐을 모두 걷고, 볏짚을 넣어 쟁기질 치기를 했다. 하우스 비닐 걷는 일은 처음이라 겁먹었는데 생각보다 쉬웠다.   
영하 20도, 눈 50cm 작년 겨울에 장수에서 겪었던 추위는 정말 대단했다. 오늘 하루종일 바람이 심하게 불더니 온도가 점점 더 내려간다. 긴 겨울이 시작되고 있다. 우린 내년 농사를 위해서 따뜻한 곳에서 겨울을 보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