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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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5년~2006년

계남면민 체육대회, 마라톤 나가 꼴등하다 (2006.08.18)

백화골 2009. 3. 4. 10:22

시골 내려와 처음으로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계남면민 체육대회에 참가했다. 작년에는 수해 때문에 행사가 취소됐었는데. 그래서인지 올해는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 잔뜩 몰려서 재미있는 하루를 보냈다. 하루하루 폭염 속에서 일하느라 힘든 농민들이 체육대회를 핑계로 하루 즐겁게 놀았다. 서울 같으면 옆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니 상상도 못할 상황인데, 같은 면에 사는 사람들이 다들 모여서 하루종일 노는 게 어찌나 좋던지... 나는 마라톤과 배구에 출전했는데 이틀이 지난 오늘까지도 온 몸이 쑤시고 뻐근하다. 아는 귀농자 한 분은 면민 체육대회 날 씨름에 출전했다가 며칠째 누워있기도 했단다. 

"아이고 햇볕 아래 나앉으니 졸리네." 할머니들이 모여 앉아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다. 부채 들고 카메라를 쳐다보는 할머니가 내가 좋아하는 원호덕마을 이장님 부인이시다.

농촌에 젊은이들이 없다더니... 고교생이 있었다! 다른 종목에는 20세 이상만 참석토록 되어 있으나 마라톤은 하도 출전자가 없어서 고교생도 참석토록 했단다. 요런 어린 친구들과 함께 뛰었으니... 4km 마라톤이었는데 눈앞이 노래지도록 뛰었지만 멋지게 꼴찌 했다. 그래도 상품은 받았다. 장수사랑상품권 1만원권.

마라톤 뛰고 헉헉대며 들어와 보니 술판과 풍물판이 벌어져 있다.

면민 체육대회의 하이라이트인 행운권 추첨용 경품들이 단상 앞에 떡 하니 진열되어 있다. TV나 선풍기 같은 고급(?) 경품들 옆에는 삽과 가래 같은 농기구들도 작은 행운의 주인공을 기다리며 놓여있다.

배구 경기가 시작됐다. 평상시엔 잘 되던 서브가 왜 그리 안 되던지. 잇따른 서브 미스로 구박을 받긴 했지만, 다행히 우리 팀의 승리로 끝났다.

밀짚모자 쓰고 수건 두른 배구심판.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 아닐까?

여자 남자가 한 팀이 되어 뛰는 발목 묶고 달리기. 우리 마을에선 부부가 아닌 사람들이 함께 출전하여 제대로 끌어안고 뛰지 못해 1등을 못했다고 할머니들이 투덜투덜...

60세 이상만 출전 가능한(^^) 윷놀이.

"이도 저도 귀찮다. 그냥 앉아서 구경이나 할란다!"

체육대회의 꽃인 계주를 하기 전, 일부 고교생 참석자들 때문에 시끄럽다. 마라톤 외에는 20세 이상 참석이 원칙이라는 심판의 말에 고교생들은 자리로 들어가고...

멋지게 바통을 받아 뛰어가는 우리 마을 대표 용민 엄마!

노래자랑이 시작되자 할머니들이 좋아들 하신다. 노래자랑 시작 전 '하나 둘 셋' 하는 마이크 테스트가 지루하게 이어지자 막걸리를 좀 과하게 드신 할머니 한 분은 단상에 올라가 "빨리 시작 안하고 뭔 지랄이여!" 하며 따끔한 훈계를 하시기도.

간드러진 뽕짝 메들리로 큰 박수를 받은 어린 초대 가수.

노래자랑 때 이런 할머니 꼭 있다! 앞으로 나와 어깨춤을 들썩들썩~

그동안 다들 바빠서 얼굴도 제대로 못보고 지냈는데, 오랜만에 함께 한 마을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