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05년~2006년 39

보릿고개를 넘어서게 해주는 고마운 산나물! (2006.04.25)

본격적인 보릿고개다. 가을에 수확한 먹을거리 다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아 우리 조상들이 가장 살기 어려웠다는 4, 5월. 시골에 와 보니 정말 실감나는 말이다. 작년에 수확하여 저장해 놓은 각종 먹거리도 다 떨어져 가고, 여름 가을 지천에 깔렸던 풍성한 농산물이 그립기만 하다. 이 시절 우리 조상들이 그나마 먹고 살 수 있었던 것은 4월 중순부터 산에서 솟아나는 각종 산나물, 들나물 덕분이었을 게다. 요즘 같은 시대에야 마트 가서 제철 아닌 농산물 사 먹으면 되기 하지만, 그래도 시골까지 내려와서 그러긴 싫고. 그래서 아주 가슴깊이(^^) 보릿고개라는 말이 실감나던 지난 주, 우연히 마을 뒤 백화산에 올라가 보니 고사리, 취나물, 산두릅, 원추리, 쇠별꽃, 쇠비름, 까치발 등 산나물들이 조금씩 ..

토마토 정식 준비로 할 일은 많은데, 3일째 강풍은 불어대고... (2006.04.20)

밤새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잠을 설쳤다. 새벽 4시가 돼서야 겨우 선잠이 들었다. 며칠 전에 심은 양상추, 배추며 완두콩, 자주감자가 제대로 뿌리도 내리기 전에 바람, 한파에 죽어버리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었고, 문짝 들썩이는 소리며, 밖에서 이것저것 날아가는 소리, 회오리바람 소리, 천둥소리, 소낙비 소리까지 들려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하우스 비닐이 날아갈까 노심초사하며 새벽에 점검하러 나가는데 눈까지 내리고 있었다. 4월 말에 눈이라. 온도도 영하로 내려가 있고. 아무리 해발 550m의 고랭지라지만 추워도 너무 춥다. 봄이 온 듯 싶었는데... 도대체 언제쯤 제대로 따뜻해지려는지. 잘 모르겠다.아침에 일어나서 하우스에 올라가 보니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져 있다. 작년 2월에 하우스를 만들었는데,..

초보농부의 한미자유무역협정 반대 범국민집회 참석기 (2006.04.17)

4월15일(토) 아침 6시에 일어났다.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른 시간이다. 장수의 아침 날씨는 아직도 겨울. 싸늘한 바람을 맞으며 옷을 챙겨 입고 길을 나섰다. 천천면 농협 앞 약속 장소에 가보니 한창 못자리 내는 바쁜 철인데도 장수군 농민회 회원들이 군산항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리는 한미자유무역협정 반대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모여있다. 쌀개방 국회 비준에 이어 한미자유무역협정까지 체결되면 그야말로 농촌은 끝이다. 재작년에 1가마니에 17만원 하던 쌀값이 작년엔 13만원까지 떨어졌다. 벼농사가 수지가 안 맞아서 논에 다른 밭 작물이 들어간다. 당연히 밭작물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농산물 가격은 폭락, 작년에 오이 15kg 한 상자에 7백원, 양상추 8kg에 1천원 하는 걸 눈으로 목격한 터이..

싹 틔운 감자와 쌈채소, 만발하는 진달래꽃에 취하다! (2006.04.13)

씨앗을 넣었는데 싹이 나오지 않자 아내가 마음이 쓰였나보다. 워낙에 장수 날씨가 추워서 그런거야 라고 아무리 말해도 풀어 죽어 있던 며칠 전, 아침에 일어나 하우스에 가보니 감자싹이 틔어 올라와 있었다. 트레이에 씨앗을 넣었던 쌈채소도 함께 말이다. 얼마나 신나고 기분이 좋던지. 게다가 갑자기!! 정말 갑자기 백화산이 진달래로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봐도 봐도 예쁘기만한 감자싹, 땅을 힘차게 뚫고 나오는 것 같다. 감자싹 난 건 좋은데 이놈의 잡초들은 왜 함께 자라는 건지^^ 작년에 하도 잡초 때문에 고생을 해서 올해엔 아예 싹부터 뽑아주기로 작정했다. 감자 심은 후로 벌써 두 번이나 풀을 뽑아주었다. 작고 귀여운 쌈채소 싹들, 우리마을은 해발 550m의 고랭지인지라 며칠 전까지도 밤엔 영하로 내려갔다...

무시무시한 막걸리 카피! (2006.04.06)

장수에 귀농해서 이 지역 술인 장수 막걸리(서울의 장수 막걸리와 다른 전라북도 장수군 막걸리)를 마시다가 병 껍데기를 보고 한참 웃었다. '18년간 끼니 굶고 안주도 없이 막걸리만 마시고 살아온 53세된 경북 상주의 곽장희 씨'라니.... 서울에서 직장생활 하던 시절 카피라이터로도 일한 경력이 있어 제품 카피를 유심히 보는 습관이 아직 남아있는데, 이렇게 무시무시한(?) 카피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덧붙여진 카피에는 '이젠 술도 골라 마시는 향토 참 막걸리로! IMF를 극복합시다'라고 적혀 있다. IMF 극복 운운하는 정황으로 미루어보건대 적어도 7~8년 전에 만든 껍데기 디자인이 아직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듯. '세상에 이런 일이' 류의 TV 프로에서 라면만 먹고 사는 할아버지 이야기는 본 기억이 나..

농촌에 피어나는 따뜻한 봄기운! (2006.04.02)

봄이 왔다. 농촌에 사니 계절을 제대로 깊게 느낀다. 지난 겨울 동안 눈도 많이 오고 영하 21도까지 내려가는 혹한의 시기를 지낸 만큼 이번 봄은 더욱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제일 먼저 봄 소식을 알려준 것은 냉이! 지천에 냉이가 가득 피어올라왔다. 가장 좋은 음식은 제철에 나는 채소라고 한다. 봄 소식과 함께 찾아온 냉이는 겨울동안 빈약했던 우리 밥상에 풍요로운 푸른빛을 가득 채워주었다. 밭 곳곳에서 파릇파릇 솟아나는 쑥. 마트에 가면 가격이 꽤 되지만 시골에서는 아주 흔하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시골 사람들에게 쑥은 빨리 제거해야할 잡초일 뿐이다(^^)... 위장병에 좋다는 구절초도 마당에서 싹을 틔우며 올라왔다. 밭둑에서 봄 소식을 전해주며 피어오르는 버들강아지 나무들이 하나둘씩 입을 틔우기..

2006년 농사 시작...(2006년 3월)

다시 농사철이 시작됐다. 작년 경험을 생각해보니 농사에서는 1년 중 가장 중요한 시기가 바로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는 때다. 퇴비를 감자 심을 하우스에 넣어주고 토마토를 키울 하우스에 토착미생물 발효를 시작했다. 감자 심을 하우스에 퇴비를 넣어주었다. 발효가 잘 되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농사 고수 정은 아빠가 퇴비 넣는 일을 도와주었다. 작년에 채취해둔 토착미생물을 물에 넣고 에어 콤프레샤를 돌려 이틀간 발효시켰다. 토마토 심을 하우스에 토착미생물 발효액을 넣어주기 위해 분무기에 담았다. 하우스에 쌀겨를 뿌려놓고 토착미생물 발효액을 뿌려주었다. 볏집으로 덮어놓았다. 토착미생물이 잘 발효되면 하우스 전체가 토착미생물이 살아 움직이는 기막힌 밭이 될 것이다. 야심차게 계획을 세워 준비를 했는데, ..

새만금의 마지막 봄! (2006년 3월19일)

3월19일 대법원의 '새만금 사업 계속' 판결에 항의하는 '새만금의 봄' 집회에 다녀왔다. 말로만 듣던 새만금은 아름다운 갯벌이었다. 사람이 이곳을 막는다는 게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넓고 평화로웠다. 80년대부터 전북도민 표를 의식해서 시작한 새만금 공사는 '농지를 더 만든다'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어느 농촌을 가봐도 농지가 모자라는 곳은 없다. 농촌에는 버려진 농지들이 가득하다. 살아 있는 갯벌을 막아서 농지를 만들 이유는 없다. 전국에서 몰려온 많은 사람들이 집회에 참석했다. 새만금 갯벌을 바라보며 앉아 있자니 가슴이 아팠다. 사라질 새만금 갯벌... 함께 간 친구는 이곳에 와서 두 눈 뜨고 갯벌을 보고 나서도 물막이 사업을 계속 진행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

대보름 불놀이 (2006년 2월)

시골에 와 보니 대보름이 아주 큰 행사다. 마을별로 나무를 쌓아놓고 함께 달집을 태우며 풍년을 기원하는 불놀이 잔치가 벌어졌다. 작년엔 나무를 너무 많이 쌓은 탓에 제대로 불을 붙이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올해엔 아담한 달집을 만들어놓고 각 집에서 한가지씩 준비한 나물 반찬을 나눠 먹는 것으로 소박하게 대보름 행사를 치렀다. 나무를 쌓아놓고 소원을 적은 종이를 붙여 놓았다. 준비해놓은 나무에 불을 놓았다. 소원지를 태우는 진강 아빠, 불길이 솟아오르자 아이들이 제일 좋아했다. 대보름 단체 사진...

눈 50cm 내리다! (2006년 1월)

눈이 50cm가 내렸다. 이틀 동안 쉬지 않고 계속 퍼부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풍경은 처음 봤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하우스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주대를 세우고 눈길을 쓸었다. 차량 운행은 1주일간 포기.오랜만에 걸어다니며 눈구경도 하고 아이들과 뛰어놀기도 했다. 장작이 눈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아랫집 개 다운이는 뭐가 좋은지 눈오는 내내 뛰어다니며 짖어댔다. (다운이의 성은 '개'이다. ^^) 마을 소나무 숲 아랫마을 들어오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