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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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5년~2006년

비온 뒤 갠 저녁, 좌도 풍물에 취하다! (2006.08.28)

백화골 2009. 3. 4. 10:24

다시 장마가 시작된 듯 하다. 백화산 산골에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소낙비가 내린다. 토마토 밭도 정리하고 가을 작물을 심어야할 시기라 바쁜데, 한창 일 하다보면 비가 와서 집으로 들어 와야할 때가 많다. 올해 유난히도 비가 많이 온다. 지난 토요일 저녁, 오후 내내 간간이 비가 내리다 맑게 하늘이 개었다. 기분 좋은 비 갠 저녁, 장터에서 멋진 공연이 펼쳐졌다.

거리에 붙어 있는 공연 포스터! 글씨체며 색깔이며 참 공연 내용에 어울리게 디자인 됐다. 포스터를 보는 순간 가슴 짠한 기대감이 몰려왔다(좌도농악이란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을 비롯한 전라도 동부지역의 농악이란다. 평야지대에서 발달한 우도농악에 비해 소박하면서도 단체 연기를 중요시한다고. 좌도농악은 우도농악과 경남농악 등 여러 농악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어 장단과 춤사위의 어우러짐이 수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일 끝내고 씻고 장터에 가보니 벌써 공연이 시작됐다. 우리 둘 다 학교 때 풍물을 배워보지 못한 게 아쉬워서 지난 겨울 농민회에서 하는 풍물 강습에 가보았으나, 우리 같은 생초보는 아무도 없었다. 괜히 강습 분위기 망칠 것 같아서 한번 가보고 안 간 터다. 시원시원한 장단이 흥겹게 울려 퍼진다.

 풍물 공연 이렇게 신나는 건 처음이다. 장구소리며 징소리며 모두 힘이 넘친다.  이날 공연은 전라도지역의 풍물 고수들과 대학생 전수생들이 함께 펼치는 공연이었다. 고수들의 깊이와 젊은이들의 패기가 어우러져 기막힌 분위기를 자아냈다.

 저녁을 못 먹고 와서 배가 고픈 터였는데, 두부 김치와 막걸리가 관람석에 돌았다. 공연 보며 먹는 음식들이 얼마나 맛있던지. 전수생들이 일일이 돌아다니며 어르신들에게 막걸리 따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북 공연이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힘찬 기운이 넘쳤다. 시골 와서 제일 아쉬운 게 이런 공연 문화가 없다는 거다. 도시 있을 땐 클럽이며 콘서트도 꽤 많이 다녔는데, 농촌에 와 보니 문화적인 소외가 심각하다. 이날 공연은 그동안 우리가 느꼈던 아쉬움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해가 완전히 기울어지자 장터에 별다른 조명장치를 해놓지 않았던 터라 가까이서도 공연무대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때 해결사로 등장한 것이 바로 트럭 헤트라이트! 이런 즉석 조명도 나름대로 풍물 공연에 멋스럽게 어울렸다.

 공연 끝나고 관객과 공연자들이 함께 어울려 신명나는 한판 춤판을 벌였다. 홍대 클럽데이가 안 부러울 정도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게다가 계속 이어졌던 공짜술과 안주 덕분에 주변 이웃들이 한데 모여 흥겨운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