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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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5년~2006년

[스크랩]"어리버리 국회의원, 각오 단단히 하시길" (여의도통신) (2006.08.12)

백화골 2009. 3. 4. 10:16

출처 :

http://www.ytongs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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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관련 웹진 '여의도 통신'에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어리버리 국회의원, 각오 단단히 하시길"[플러스인터뷰] 귀농인 조계환 씨

 
 

 

 

2006년 08월 07일 (월) 08:32:41 이정환 기자 bangzza@ytongsin.com
 

한미 FTA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최근 방송을 통해 한미 FTA 체결의 허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농민 시위를 바라보는 시선도 전과 같지 않다.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란 인식이 싹트고 있기 때문이다.

   
 
  ▲ 잠깐 동안 '참'의 여유. 민주노동당 당원이기도 한 조계환씨는 "이제 불편한 것은 별로 없다"며 "스스로 기획해서 수확까지 하는 재미가 있다"고 귀농 생활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정환 기자 bangzza@ytongsin.com  
 

 

조계환씨도 그랬다. 그는 "FTA의 문제점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처참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1년 6개월 전, 조씨와 아내는 전북 장수군에 귀농했다. <여통>이 '플러스'코너를 통해 국회 바깥에서 그를 만나기로 한 이유와 맞닿아 있었다. 지난달 30일, 귀농인의 '한미 FTA'를 직접 들어봤다.

- 요즘 해가 몇 시에 지죠?


금방 "8시 10분"이란 답이 돌아왔다. 해 지는 시간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도시인이 몇 명이나 될까. 조씨는 농민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물론 그 과정은 절대 쉽지 않았다. 우선 힘이 딸렸다.

"힘을 그것 밖에 못 쓰냐고 어르신들한테 구박 많이 받았죠. 전에는 팔굽혀펴기 15번 정도 밖에 못했는데, 이제는 50번이나 해요(웃음)."

전북 장수군 계남면 호덕리에 있는 하늘소 마을, 국내 첫 귀농자 마을에 대한 적응은 그렇게 시작됐다. 현재 마을에는 12가구, 5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대부분 반듯한 직장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다. 조씨도 마찬가지. 하지만 그는 육체적 한계 뿐 아니라, 정신적인 '상처'도 극복해야 했다.

"농협에 인터넷 뱅킹을 신청하러 갔어요. 물론 땀내 나는 장화에 옷은 흙탕물 투성이였죠. 그런데 농협 직원이 분명히 잘못한 건데, 아니라는 거예요. 덕분에 몇 번 왔다갔다했죠. 끝까지 자기 실수를 인정하지 않아요. 나도 가장 약한 사람이 됐구나, 최하위계층이란 걸 절감했죠."

농경 사회는 공동체적 특성이 강하다. 도시인이 농촌에 적응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다. 조씨도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한다.

"여기서 어르신들의 평가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인사를 얼마나 잘하느냐, 이것도 대충 도시에서처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마음을 담아서...그리고 밭에 잡초가 얼마나 없느냐, 또 아침에 얼마나 일찍 일어나느냐. 이것들로 사람을 평가해요. 무조건 부지런해야 좋은 사람이예요. 가볍게 넘길 수 없죠. 그래야 땅을 빌려 주시거든요."

인사는 공동체의 기본이다. 생명을 다스려 생명을 먹여 살리는 농민들은 부지런해야 한다. 얼마나 단순하면서도 정확한 평가인가. 조씨도 "텃세를 무조건 나쁘다고 할 것이 아니다"면서 "귀농자가 마음을 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사 먼저 하고 그럼 금방"이라며 웃었다.

"뒷산에 약초가 천지거든요. 한 번은 산삼인 줄 알고 캐왔더니, 어르신들이 보고 그냥 웃으시더라구요. 도라지였죠(웃음). 여기 살다 보니까 여름과 겨울 몸무게가 다르더군요. 겨울만 되면 얼굴이 동그랗게 돼요. 서로 보면서 웃죠."

하지만 순박한 어르신들은 FTA 앞에서 무섭게 돌변했다.
"1차 FTA 시위 때는 우리 마을에서 8명이 갔어요. 그때가 오히려 더 한가한 시절이었거든요? 방송의 힘이 무섭긴 무섭더군요. PD수첩 방영되고 2차 FTA 시위하러 버스에 올라탔는데, 글쎄 45명 좌석이 모두 차 있는 거예요. 태풍 오고 제일 바쁜 날이었는데...하루 완전히 망가지는 것인데도 말이죠."

특히 조씨의 기억에 남는 '하루'가 있다. 맞벌이 부부 시절, 아내의 생일을 축하해주려고 집에서 기다리던 조씨는 아내와 대판 싸움을 벌였다고 한다. 야근 때문에 새벽에 귀가한 아내. 그들은 오래 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던 '귀농'을 실행에 옮기게 된다. 그런데.

"언론들 말입니다. 귀농자들을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해요. 빚을 이만큼 졌었는데, 큰돈을 벌었다고 하던가. 무슨 여기 와서 돈 많이 벌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보도하더라구요. 그냥 돈 좀 적게 벌어도 자유롭게 살고 싶은 사람들, 삶의 다른 패턴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빠져 있더군요. 짜증나죠."

하지만 삶의 질에 만족하고 넘어가기에는, 머리로만 알고 있던 농촌 현실이 너무도 처참했다. 그는 하늘소 마을에서 농민에게 FTA가 어떤 것인가를 절감했다고 전했다.

"상추 납품하려면 한 장씩 떼야 해요. 요즘이야 가격이 그래도 많이 올랐지만, 그렇게 수확한 양상추를 한 박스에 천 원에 내놔봐요. 공판장 한 번 가보시면 얼마나 처참한지, 농민들을 죽이는 중간 유통이 무엇인지 실감하게 돼요. 쌀이요? 이미 다 죽었어요. 작년에 두 사람이 1600평을 공동경작했어요. 한 사람이 8백평씩 한 셈인데, 순소득이 3-40만원 나오더군요. 이제 쌀은 희망이 없어요."

- 혹시 국회에 하고 싶은 말씀 없으세요?


"한 번 국회의원들이 여기 몇 일 와서 살아봤으면 좋겠어요. 손으로 상추 따서 공판장에 내놔봐야 알아요. 어르신들이나 저나 국회에 거는 기대는 없어요. 하지만 이번 FTA에서 어리버리하게 하는 국회의원들, 아마 단단히 각오해야 될 겁니다." 이정환 기자 bangzza@ytongs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