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배추 37

땅콩, 고구마 수확 시작

10월이 시작됐다. 한 해 농사짓는 기간 중에서 제일 바쁜 달이 5월과 10월이다. 5월은 밭 만들고 작물 심느라 바쁘고, 10월은 거두느라 정신이 없다. 이제 한달 내내 캘 거 캐고, 말리고, 털고, 농산물가족회원제 마무리하고 … 바쁜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 땅콩이 짐승 피해가 없어서 많이 들었다. 작년에는 땅콩 심은 곳에 꿩이 드나들면서 피해가 있었는데 올해는 운이 좋았다. 튼실하게 든 땅콩을 캐니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기분 좋은 것도 잠시. 캐도 캐도 끝이 없다. 땅콩 캐기는 일이 그리 힘들지는 않지만, 끝없는 반복 작업의 연속이라 지루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캔 땅콩을 씻어서 햇볕에 널어 말린다. 잘 말리지 않으면 새까맣게 색도 변하고 껍질도 잘 안 벗겨져 좋지 않다. 몇 년 전까진 땅콩을 ..

논밭에 가랑비 내리던 날, 해 짧아져서 아쉬운 저녁

흐린 날씨, 아침부터 가랑비가 내린다. 잠시 제법 굵은 빗줄기도 쏟아진다. 내리 땡볕만 내리쬐던 날씨가 이어지다 비가 내리니 기분이 좋다. 커피 한 잔 마시며 비 오는 모습을 구경하다가 비옷을 입고 밭으로 나선다. 배추를 심으며 아침 일을 시작했다. 어제 땅을 잘 만들어 놔서인지 흙 감촉이 좋다. 흐린 날씨여서 하우스 안에서 일하기가 참 편했다. 정식을 하자마자 해가 너무 쨍쨍 쬐면 안 좋은데, 배추가 뿌리를 잘 내릴 것 같다. 농업 관련 제품 이름들은 재미있는 게 많다. ‘마니따 고추’, ‘가뜨니 분무기’, ‘힘센 약제’ 등등... 배추를 심은 뒤 ‘수시로 알타리무’를 심었다. 수시로 심어도 잘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알타리무는 가을에 심어야 맛이 좋다. 비를 맞으며 알타리무 씨를 조심조심 넣었다. 한..

찬바람이 불면~ 우린 배추를 심어요!

사고를 낸 문제의 경운기다. 윗집 이웃인 용민 아빠가 끌고 내려가다 보니 경운기가 또 말썽을 부려서 중간에 그냥 세워놨다고 한다. 술 많이 마시는 시골 할아버지들을 기다리는 건 크고 작은 경운기 사고다. 어찌나 사고가 많이 나는지 우리 마을 사람들은 처음에 시골 생활에 필요하다 하여 배우기는 했지만 이제는 거의 아무도 경운기에 손대지 않고 있다. 나도 처음 1, 2년 경운기를 몰고 다녀보니 아무 곳이나 잘 올라간다는 장점이 있어서 좋기는 했지만 위험한 상황이 많아 지금은 아예 몰지 않는다. 한밤중의 소동으로 정신이 없어서 다음날 아침이 참 피곤했다. 다행히 할아버지는 당분간 일은 못하게 되셨지만 큰 부상이 아니라고 한다. 술이 깨서는 너무 고맙다고 연신 인사말을 건네신다. 들깨가 참 잘 자랐다. 쑥쑥 키..

봄 작물 수확, 풀 뽑고 곁순 지르고… 5월이 지나가다

브로콜리, 하우스 감자, 배추, 봄무 등 봄 작물 수확을 마쳤다. 2월 중순부터 땅 만들어 씨를 넣고, 춥고 따뜻한 날씨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와 병충해를 이기며 키워온 소중한 작물들이다. 지난 2주 동안 봄작물을 수확하느라 무척 바쁘게 지냈다. 그러다 보니 벌써 5월이 지나갔다. 아쉬운 마음도 잠시, 어느새 밭 구석구석에 풀들이 기세 좋게 자라기 시작하고 토마토와 고추, 참외 곁순이 손길을 기다린다. 너무 바빠서 신경 못 썼더니 풀들이 야금야금 밭 가장자리를 점령하고 있다. 지금 풀을 못 잡고 장마를 맞으면 풀이 사람 키만큼 자란다.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낫을 들고 나섰다. 하우스 끝에 심은 대파가 풀에 갇혀 자라지 못하고 있다. 마음이 답답하다. 풀 뽑는 일처럼 속 시원한 일도 없다. 풀들을 뽑아내..

초여름 같은 날씨, 벚꽃 놀이

1주일 사이에 겨울에서 여름이 됐다. 낮에 하우스 안에서 일하다 보면 어질어질 할 정도로 덥다. 날씨가 이렇게 변덕스러워지는 것도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후 때문이라고 한다. 농사짓기 점점 힘들어질 거라는 얘기다. 아무튼 중요한 시기에 하나라도 때를 놓치지 않으려고 아침에 일어나면 할 일을 정리하고 하나둘씩 해 나가고 있다. 배추가 많이 자랐다. 일조량이 많아지고 온도가 올라가면서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큰다. 물론 벼룩잎벌레도 잘 자라서 구멍을 내고 있다. 작년에는 3월 날씨가 추워서 벌레 피해가 적었는데, 올해는 온도가 갑자기 오르는 바람에 벌레 방제가 힘들다. 그래서 벌레가 다 구멍 내기 전에 잎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액비를 주고 있다. 하우스 안에 심은 양배추가 여름 날씨가 되자 갑자기 커 버렸다. 아침..

토끼로 시작해 조개로 끝난 따뜻한 봄날 하루

하루종일 봄 햇살이 따뜻하게 비췄다. 아침이면 영하 7, 8도의 추운 날씨 탓에 일하러 나가기도 싫던 최근 며칠과 달랐다. 영상의 기온에 화창한 봄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은 일 좀 많이 할 수 있겠네 하고 마당에 나와 보니, 뭔가 화들짝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뜻밖에도 하얀 토끼다. 작년에 우리 하우스 안에 산토끼가 내려와 양상추를 마구 먹어치우던 생각이 나서, 토끼를 보니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쁘고 귀엽기는 하지만 고라니도, 토끼도 농촌에서는 밭을 망쳐놓는 불청객일 뿐이다. 토끼가 쉽게 잡힐 리가 없다. 마구 도망간다. 마침 우리집 주변을 지나던 윗집 용민 아빠를 불러 토끼를 쫓기 시작했다. 쫓고 쫓기고... 아랫집 마당으로 도망갔던 토끼가 다시 우리집 마당으로 뛰어 들어온다. 툇마루 밑으..

싹 틔운 감자와 쌈채소, 만발하는 진달래꽃에 취하다! (2006.04.13)

씨앗을 넣었는데 싹이 나오지 않자 아내가 마음이 쓰였나보다. 워낙에 장수 날씨가 추워서 그런거야 라고 아무리 말해도 풀어 죽어 있던 며칠 전, 아침에 일어나 하우스에 가보니 감자싹이 틔어 올라와 있었다. 트레이에 씨앗을 넣었던 쌈채소도 함께 말이다. 얼마나 신나고 기분이 좋던지. 게다가 갑자기!! 정말 갑자기 백화산이 진달래로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봐도 봐도 예쁘기만한 감자싹, 땅을 힘차게 뚫고 나오는 것 같다. 감자싹 난 건 좋은데 이놈의 잡초들은 왜 함께 자라는 건지^^ 작년에 하도 잡초 때문에 고생을 해서 올해엔 아예 싹부터 뽑아주기로 작정했다. 감자 심은 후로 벌써 두 번이나 풀을 뽑아주었다. 작고 귀여운 쌈채소 싹들, 우리마을은 해발 550m의 고랭지인지라 며칠 전까지도 밤엔 영하로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