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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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9년

초여름 같은 날씨, 벚꽃 놀이

백화골 2009. 4. 13. 09:43

1주일 사이에 겨울에서 여름이 됐다. 낮에 하우스 안에서 일하다 보면 어질어질 할 정도로 덥다. 날씨가 이렇게 변덕스러워지는 것도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후 때문이라고 한다. 농사짓기 점점 힘들어질 거라는 얘기다. 아무튼 중요한 시기에 하나라도 때를 놓치지 않으려고 아침에 일어나면 할 일을 정리하고 하나둘씩 해 나가고 있다.

배추가 많이 자랐다. 일조량이 많아지고 온도가 올라가면서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큰다. 물론 벼룩잎벌레도 잘 자라서 구멍을 내고 있다. 작년에는 3월 날씨가 추워서 벌레 피해가 적었는데, 올해는 온도가 갑자기 오르는 바람에 벌레 방제가 힘들다. 그래서 벌레가 다 구멍 내기 전에 잎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액비를 주고 있다.

하우스 안에 심은 양배추가 여름 날씨가 되자 갑자기 커 버렸다. 아침에 하우스에 들어가 볼 때마다 하룻밤 새 쑥 자라 있어 놀랄 정도다. 이제 조금 있으면 청벌레가 극성을 부리는데, 다행히 유기농으로도 충분히 방제가 가능하다.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아침에 일어나 손으로 직접 벌레를 잡는 것이다^^

감자도 금세 잎을 키우고 있다. 이제 한 달 정도 후면 수확이 가능할 것 같다.

따뜻해진 날씨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작물들이 요즘 잘 자라는 것은 액비 주는 관수 시설을 새로 갖춰서이다. 물통을 사다가 모터 옆에 놓고 하우스 세 동으로 연결하여 물 조리개나 분무기로 주던 액비를 모터로 돌려서 줄 수 있게 됐다. 나름대로 첨단 시스템을 갖춘 셈이다. 예전부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하고 싶었던 일인데 이제야 설치했다. 노동력도 절감하고 밭 관리도 아주 쉬워졌다. 이틀이 멀다하고 작물에 좋은 각종 액비를 주고 있다.

미생물 배양도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농업기술센터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미생물을 받아다 사용했는데, 이번엔 지난주에 교육 받은 키틴 미생물을 배양하고 있다. 각종 병충해를 방제하고 작물에 영양을 충분히 공급하는 미생물이라고 한다. 물통에 자동 온도 조절계를 달아서 물 온도를 25도에서 30도 사이로 유지시키고, 기포 발생기로 뽀글뽀글하게 공기가 나오게 하면 5일 후에 미생물 배양이 된다. 이 발효된 미생물에 좋은 유기질 퇴비와 쌀겨, 설탕을 함께 넣고 3일간 2차 배양을 하면 완성된다.

날씨가 따뜻해진 틈을 타서 풋고추, 꽈리고추, 오이맛 고추를 심었다. 하우스에 고추를 심으면 병충해도 덜하고 맵지도 않다.

이제 무언가 먹을 것을 사먹지 않아도 되는 시절이 돌아왔다. 밭 주변에 지천으로 널린 나물들을 뜯어먹으면 하루하루가 건강해 진다. 민들레를 뿌리채 뽑아서 국을 끓여 먹었다. 민들레는 요즘 간에 좋다고 하여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집 앞 벚꽃이 활짝 폈다. 심은 지 3년째인데 집 분위기를 확 바꾼다.

집에 핀 벚꽃을 보고, 해질 무렵에 벚꽃으로 장수에서 가장 유명한 대곡리에 찾아갔다. 이름난 관광지처럼 길거리 난전과 시끄러운 음악도 없고 사람도 없는데, 활짝 핀 벚꽃만 우리를 맞아주었다. 돗자리 깔고 이웃과 꽃구경을 하며 라면을 끓여 먹었다.

오랜만에 바깥 구경하며 꽃도 보고, 저수지를 바라보니 마음이 확 트인다. 다시 한 주가 시작된다. 토마토와 참외 심을 밭 만들기, 양상추 심기, 상추와 각종 쌈채소 심는 일 등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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