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오이 29

백화골푸른밥상 여섯째주 유기농 제철꾸러미

계절이 확확 지나가고 있습니다. 한여름처럼 낮에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기도 하고, 더위에 약한 식물들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꽃대를 올리기 시작합니다. 백화골의 밭들도 계절의 흐름에 맞춰 조금씩 변하고 있는 중입니다. 꾸러미를 받는 가족회원 분들도 상자 속 채소들을 통해 계절의 흐름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얼갈이 배추_ 배추는 추워야 속이 차는 식물이랍니다. 날은 덥고, 배추 겉절이랑 배추 된장국은 먹고 싶고... 이럴 때 딱 좋은 게 바로 얼갈이 배추지요. 비록 속은 차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여름 배추 역할을 쏠쏠히 해낸답니다. 배추에 벌레 구멍이 많다고요? 네, 배추가 원래 벌레를 많이 타는 채소인데, 벌레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름에는 더욱 벌레의 공격을 많이 받습니다. 유기농 ..

풍요로운 여름

며칠째 쨍쨍하고 화창한 날들입니다. 1년 내내 5~6월 날씨만 같다면 아마 농사꾼들 훨훨 날아다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파나 폭염도 없고, 장마도 폭우도 없는 세상. 회원분들에게 보내드리는 발송 품목에서 이제 산나물 들나물은 완전히 빠지고 풍요로운 밭 작물들이 슬슬 인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올봄 브로콜리 농사가 잘 되었습니다. 예년에 비하면 그래도 조금은 넉넉하게 브로콜리를 보내드릴 수 있게 되어 신이 납니다. 브로콜리는 한 포기에 하나씩밖에 수확을 하지 못합니다. 곁순을 키워서 2~3개씩 수확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처음에 수확하는 것에 비하면 크기도 작고 상품성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저희는 한 개를 수확하고 나면 미련없이 다 뿌리채 뽑아내 버린답니다. 이렇게 브로콜리를 수확하고 난 뒤에 나오는 ..

여름 냄새

올해의 가족회원 농산물 발송을 1주일 정도 앞두고 있는 4월 마지막 주. 아침에 일어나 문을 열면 세상을 하얗게 뒤덮고 있는 된서리가 아직도 겨울 기운이 완전히 물러간 건 아니라며 마지막 으름장을 놓고 있긴 하지만, 동쪽 하늘에서 해가 한뼘만 올라가 주어도 사방은 온통 봄기운입니다. 추위에 약해 그동안 이불 속에다 폭 감싸안고 키웠던 모종들도 이제 하나 둘 본밭으로 내보낼 때입니다. 고추, 애호박, 오이 모종을 하우스 안에 옮겨 심었습니다. 예전에 의류 관련 일을 하는 친구가 자기는 남보다 언제나 한 계절 앞서 산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겨울엔 이듬해 봄 신상품 준비하고, 봄에는 한여름에 어떤 패션이 유행할지 미리 연구한다구요. 오늘 모종을 옮겨 심다 보니 농사일도 비슷한 면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벌에 쏘이고 집중 호우 맞고

전북 지역에 집중 호우가 내렸습니다. 지난 1주일 내내 계속 비가 내렸고 내일, 모레도 비 예보입니다. 오늘은 전국 곳곳에서 집중 호우가 내리고 있다고 하네요. 농사는 사람 힘으로만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실감하는 하루하루입니다. 잘 크던 가을 옥수수가 비에 절반 가량 쓰러졌습니다. 올해 우리 옥수수들의 운명은 비에 쓰러지는 것인가 봅니다. 일으켜 주면 또 폭우가 쏟아지고, 다시 일으켜 주면 또 비오고... 1주일을 반복하다보니 지치네요. 게다가 비 오는 날 수확하고 발송하는 게 힘든 일인데 지난주에는 내내 비가 내려서 고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날은 덥고 비는 내리고 땀은 흐르고 일은 더디고… 이런 날의 행복은 저녁에 일 다 마친 뒤 시원하게 씻고 여름밤을 맞을 때입니다. 힘든 일 마치고 시원한 ..

장마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해마다 6월 말이면 어김없이 장마가 시작되지만, 그 양상은 조금씩 다릅니다. 계속 주룩주룩 비가 내리거나, 폭우가 쏟아지거나, 아니면 올해처럼 비가 아주 조금만 내리고 계속 흐린 날이 계속되거나, 장마도 나름대로 특색이 있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밖에 나가기가 어려워 일이 많아도 집에서 쉽니다. 하지만 올해는 날이 흐리고 비가 조금만 내리니 오히려 일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요즘 농민들 만나면 주로 하는 얘기가 오늘은 샤워를 몇 번이나 하며 일했다는 둥, 하루종일 땀 흘렸더니 어질어질하다는 등... 비슷합니다. 이렇게 하늘이 흐리니 하우스에서 일하기 좋습니다. 물론 끈적끈적 후덥지근하게 덥긴 하지만, 그래도 땡볕보다는 훨씬 편합니다. 밭에서 왠 가방을 매고 일하냐고요? 고추끈 매주는..

오이 심고 고추 심고

냉해 때문에 전국이 난리네요. “지난 겨울 이상 기온에, 최근 냉해까지 겹치면서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채소와 화훼, 과수 재배 면적의 30%인 3만여 농가가 큰 피해를...” “전북 과일 나무 1/4이 냉해...” 굳이 이런 뉴스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올 봄엔 다들 만나기만 하면 날씨 이야기를 하기 바쁩니다. 평년과 비슷한 시기에 모종을 심었다가 얼어 죽는 바람에 낭패를 본 이웃이 한 둘이 아닙니다. 살아남은 놈들도 성장 속도가 예년에 비하면 거북이 걸음이네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급한 맘 누르며 날씨에 맞춰 천천히 천천히 나아가는 수밖에요. 하우스 안에 풋고추, 오이맛고추, 꽈리고추, 피망을 심었습니다. 아직 너무 어려서 고추 말뚝 박고 줄 묶어주는 일은 한참 뒤에나 해줘야 할 것 같..

긴 가뭄 속에 여름이 시작되다

비가 계속 안 내린다. 메마르고 건조한 날씨 속에 기온이 조금씩 올라가며 여름이 시작되고 있다. 가물어서 이것저것 걱정스럽긴 하지만 초여름 기온이 일하기엔 참 좋다. 이번주엔 농산물들이 많이 쏟아져서 포장해서 보내느라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옥수수 밭에 비닐 멀칭을 하면 비닐을 뚫고 들어가는 버팀 뿌리 때문에 나중에 비닐 거두기가 참 힘이 든다. 그래서 멀칭을 안 하고 옥수수를 심었더니 역시나 풀이 정말 많이 났다. 옥수수도 비리비리하게 잘 크지 못하고 있다. 주말 내내 옥수수 밭 풀을 뽑았다. 다음엔 그냥 멀칭하고 심어야지. 당근을 수확했다. 아직 크기가 작아 다음 주에 수확할까 하다 그냥 뽑아서 보냈다. 크기는 작아도 이 시기를 놓치면 크지만 맛없는 당근이 돼버린다. 대부분의 작물은 약간 ..

감자에 싹이 나서!

농사란 단지 수확량이나 수입을 얼마나 올리느냐가 전부가 아니다. 햇살처럼, 바람처럼 자연스럽게 땅과 호흡하며 생명을 키우는데 행복을 느낀다. 소중하게 심은 씨앗에서 새싹이 새록새록 솟아오를 때면 한 해 농사의 희망과 자연의 경이로움에 마음 뿌듯한 기쁨이 넘친다. 아침에 일어나 모종 하우스에 나가보니 오이 새싹이 예쁘게 솟아 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싹이 잘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뻤다. 농사짓는 일은 이럴 때 참 행복하다. 이 새싹이 잘 자라서 맛있는 오이가 쏟아졌으면 좋겠다. 하우스에 2월 말에 심었던 감자가 새싹이 올라왔다. 이제 물 관리와 온도 관리, 풀 뽑기와 추비 주기만 잘 해주면 5월 말쯤 햇감자가 나온다. 하우스 감자는 올해가 4년째인데 매해 심으면서도 싹이 나올 때까지는 항상 조바심이..

농사 몇 가지나 지으세요? (2007.06.07)

농사짓는다고 하면 시골 사람들은 “몇 평이나 짓느냐?”를 제일 먼저 묻고, 다음으로 “어떤 작물을 키우느냐?”고 말을 건넨다. 두 질문 다 우리같이 작은 평수에서 여러 가지 작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대답하기 어렵다. 관행농으로 농사짓는 사람들은 보통 5천평에서 1만평정도 규모에서 10가지 안팎의 작물을 키운다. 제초제로 쉽게 풀을 잡고, 병충해 올 때마다 농약 치고, 화학비료 조금만 뿌려주면 되는 관행농의 경우 친환경 농사에 비해 훨씬 큰 규모의 농사가 가능하다. 이에 비해 친환경 농사는 시시각각으로 자라는 풀을 정리해줘야 하고, 병충해는 농약에 비해 훨씬 효과가 떨어지는 기피제나 천적으로 잡는다. 화학비료 1포만 넣으면 될 것을 퇴비를 20포는 넣어야 한다. 비교가 될 일이 아니다. 친환경 농사를 대규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