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10년 56

4월, 배추가 자라고 감자 싹이 올라옵니다

비가 많이 내립니다. 작년 이맘 때는 가물어서 씨 넣은 작물에 물 주느라고 무척 고생스러웠는데, 올해는 반대입니다. 그래도 비가 오기 전에 밭 갈고 골 타놓고 노지 감자 심는 일까지 다 마쳐놓아서 다행입니다. 수요일, 목요일의 비 예보를 앞두고 우리 마을 농사 짓는 이웃들은 마치 군사 작전 펼치듯이 바쁜 화요일 하루를 보냈답니다. 이번 비 오기 전엔 모두들 감자 심기를 끝내야 했거든요. 모두들 펄펄 날아다니며 밭 만들고 감자를 심었습니다. 다행히 우리 집처럼 이웃들도 간신히 임무 수행에 성공했답니다. 비오는 어제 오늘은 집에 있으면서 농산물가족회원 모집을 시작했습니다. 가슴이 두근두근, 1년에 단 한번이지만 농산물 직거래를 위해 회원 모집 하는 기간은 뭐랄까, 비정규직 재계약 기간 같아서 긴장되기도 하고..

씨앗을 넣었습니다

3월은 참 힘든 달입니다. 가끔 따뜻한 날도 있지만 대부분 바람 많고 추운 날이 이어집니다. 봄이 올 듯 말 듯, 보이지 않습니다. 올 3월은 더더욱 춥고 바람 많고 눈비가 이어지네요. 벌써 노지 밭에 감자, 봄 배추 등이 들어가 있어야 할 시기인데, 계속 눈비가 내려 밭에 아무 것도 심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 내일 노지 감자를 심을 계획이었는데, 어제 또 비가 내리는 바람에 며칠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어제도 밤새 집이 날아갈 것처럼 강풍이 불며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한밤중에 바깥에 나가 온도계를 보니 영하 5도. 하우스에 심어 놓은 배추, 양배추, 브로콜리가 걱정이 됩니다. 오늘밤 무사히 다 버텨주려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우스로 가서 용기를 내어 문을 열어봤습니다. 다행히 양배추 몇 개만..

커피를 끊어볼까요

지난 겨울 여행길에서 만난 스님이 이사를 하신다고 연락을 하셔서 잠시 일을 접고 지리산 자락에 있는 황매암에 놀러 갔습니다. 장수에서 차로 30분. 생각보다 가까운 곳이더군요. 책이 대부분인 이삿짐 정리를 도와드리고, 차(茶)에 정통하신 스님께서 내주시는 향기로운 차와 함께 평화로운 오후 시간을 보냈습니다. “내가 물고문 하는 걸로 유명한 거 모르는구나. 이 차 좀 더 마셔봐.” “우리 풍악 좀 울려볼까? 존 바에즈라고 내가 아주 좋아하는 아지매야.” 소탈하고 넉넉한 인품의 스님 덕분에 다양한 차들로 아주 행복한 물고문(?)을 당했습니다. 창밖으론 지리산 능선이 손에 잡힐 듯 보이는데, 포크 가수 존 바에즈의 청아한 목소리를 들으며 차를 마시고 있노라니 화창한 오후 햇살 속에 갑자기 때 아닌 눈발이 하얗..

배추 심고 기타 연습

올해 우리 부부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습니다. 바로 클래식 기타리스트가 되는 것! 갑자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구요. 오래 전부터 악기를 하나 배우고 싶었답니다. 풍물은 집에서 혼자 연습하기 힘들고, 피아노는 이래저래 너무 부담스럽고, 피리처럼 입으로 부는 종류는 폐활량이 딸릴 것 같아 자신 없고... 이런저런 생각 끝에 최종 후보에 오른 악기가 바로 클래식 기타입니다. 오랫동안 그냥 마음에 품고만 있다가 올해 드디어 실행에 옮긴 것이지요. 막상 클래식 기타를 사는 것도 어려운 일이더군요. 인터넷으로 이리저리 자료 찾아서 공부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그러다 엊그제 드디어 대전까지 가서 새 식구를 데려왔습니다. 바로 이렇게 생긴 친구랍니다~ 정말 멋있게 생기지 않았습니까? 어린왕자의 장미처럼,..

발가락 다친 이야기

3월 폭설이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렸습니다. 산간 지방인 장수에서야 다른 지역에선 꽃놀이 한다고 들썩이는 3~4월에도 눈발 내리는 게 드문 일이 아니지만, 이렇게 화끈하게 쏟아지는 3월 눈은 또 처음 봅니다. 지금쯤 슬슬 하우스 작물들 들어가기 시작해야 할 땐데 이렇게 계속 흐린 날씨에 눈비가 쏟아지니 애가 탑니다. 요즘 농민들은 “올해 날씨가 농사짓기 힘들겠어.”하는 말을 인사 대신 달고 다닙니다. 그래도 때를 놓치지 말고 밭을 만들어야 하기에 기계 대신 삽과 괭이로 밭을 갈고 골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하우스 감자 심기는 어제서야 다 마쳤고, 오늘부터는 봄배추 심을 밭을 일구고 있는 중이랍니다. 고되고 지루한 일이지요. 그런데 평소 같으면 둘이 붙어 할 일을 지금은 며칠째 거의 남편 혼자서..

봄 장마! 삽으로 고랑을 파다

2월부터 계속 눈비가 내립니다. 해가 뜨는 날이 거의 없네요. 작년 봄에는 가뭄 때문에 물 주느라 고생이었는데 올해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걱정입니다. 과일 농사 짓는 분들은 전지를 아직 다 못 마쳤는데 비가 와서 일을 못하고, 봄 감자나 배추 같은 채소를 심어야 하는 농민들은 땅이 젖어서 밭을 못 만들고 있습니다. 저희도 1주일 넘게 하우스 감자를 심으려고 이리저리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겨우내 최대한 자연스럽게 공기가 순환되도록 하우스 양쪽 비닐을 걷어놓았는데 눈비가 하도 많이 내려서 안으로 물이 잔뜩 고였습니다. 땅이 젖어 있는 상태에서 기계를 가지고 들어가면 완전 푹 꺼져버려 땅을 버립니다. 둘째 해인가 급한 마음에 젖은 땅에 트랙터를 몰고 들어갔다가 다음해 농사까지 어려웠던 적이 있는지라, 일..

여행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올해도 겨울 여행을 마치고 백화골로 돌아왔습니다. 장수로 내려와 보니 세상 모든 곳이 하얗습니다. 문을 열고 집에 들어와 보니 오랫동안 집을 비운 후에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일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번 겨울 참 많이 추웠나 봅니다. 전기도 안 들어오고, 수도와 보일러도 얼어 있고, 차도 시동이 안 걸리고, 컴퓨터도 안 켜집니다. 예전 같으면 화도 나고 어떡해야할지 당황했을 텐데, 올해는 조금 다릅니다. 마음이 편안합니다. 이번 여행이 준 최고의 선물은 마음의 평화였나 봅니다. 이번에 다녀온 곳은 네팔, 미얀마, 태국입니다. 10년 전에 여행했던 네팔을 다시 구석구석 다녀봤습니다. 따뜻한 네팔 사람들의 온정을 많이 느꼈습니다. 왕정을 무너뜨리고 마오이스트들이 정권을 잡은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