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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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7년~2008년

푸르른 5월 백화골의 작은 소식들 (2008.05.24)

백화골 2009. 3. 4. 12:33

농촌에서 가장 바쁜 달이 5월이다. 올해 5월은 조금 낫겠지 하던 기대는 금세 무너지고 지난 ‘5월’들처럼 쉴새없이 일했다.

바빠도 아주 힘나게 일하고 있다. 가족회원 농산물 보낸 지 3주가 되었는데, 많은 회원들이 마음 따뜻한 격려를 해주어서 순간순간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 ‘작은 농가의 소박하고 투박하지만 건강한 농산물을 가족처럼 함께 나눈다’는 우리 회원제 취지를 십분 이해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일하면서도 신이 난다.

요즘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때문에 시끄러운데, 미국에도 예전에는 우리처럼 작은 농가들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소도 사람도 농산물도 건강했던 시절이다. 그러던 것이 농촌에 규모화 바람이 불고, 대규모 기업농이 생기면서 들판에서 키우던 소들을 공장에 넣고, 항쟁제와 동물성 사료로 ‘효율적’으로 키우다보니 소에 병이 생기고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 가득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금 행정이나 소위 농업 컨설팅을 한다는 친구들은 하나같이 ‘규모화’와 ‘효율’을 외친다. 그래서 작은 농가들은 자연도태 되도록 하고, 소수의 부농들에게만 집중 지원해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러다보니 친환경 농가, 작은 농가는 더더욱 어려워지고, 병든 농산물들이 때깔만 좋게 쏟아져나온다.

우리 회원제에 대해서도 주위에서 이러저러한 충고를 늘어놓는다. 회원을 더 많이 모집해라, 집단을 이뤄서 회사처럼 운영하면 돈 많이 번다, 효율성을 높여라 등등....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회원제는 사업이 아니라, 우리가 건강하게 농사짓는 삶의 한 방향이다. 건강하게 친환경으로 농사짓고, 소중한 우리 농산물을 도시에 있는 많은 ‘가족’들과 나누며 서로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의지다.  

조금 시간이 지났지만 올해 들어 우리 마을에 가장 기쁜 일은 진입로 포장이 됐다는 것이다.  

예전의 포장 전 상태다. 이런 길을 5년이나 덜컹거리며 다녔다. 이 길 때문에 우리 마을 차들은 참 수난을 많이 당했다. 타이어 펑크도 잦고, 밑바닥 긁히고, 큰 비 내리면 아예 다니지도 못하고, 오는 손님들은 불평해대고... 길 포장 하나 못한다고 우리 마을 사람들은 죄다 바보들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마을 진입로 포장이 이렇게까지 늦어진 건 정말 여러가지 사연들이 얽혀있었기 때문인데, 우여곡절 끝에 올해 해결이 되었다.

말끔히 포장된 현재의 모습이다. 포크레인이 들어와 터 닦고, 레미콘 차 들어와 시멘트 붓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드디어 이 길이 포장되는구나! 마을 사람들은 포장된 길 위에서 크게 잔치라도 벌이자고 했지만, 모두가 바쁜 5월로 접어들면서 잔치 얘기는 그냥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농산물 포장 작업을 하는 작업장 둘레에 대나무로 가림막을 세웠다. 집 방향이 북향이라 오후가 되면 서쪽으로 넘어가는 햇볕이 직통으로 들어와 일에 지장이 많았었다. 천막을 칠까, 시커먼 농사용 차광막을 댈까 고민하다가 효과는 좀 떨어지더라도 보기에 좋은 대나무 가림막을 세웠다. 안쪽으로 갈대발을 덧대니 차광도 그럭저럭 잘 되고 보기에도 운치 있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