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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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7년~2008년

하루종일 헬기소리 끊이지 않은 날 (2008.05.10)

백화골 2009. 3. 4. 12:31

아침부터 바람이 거창하게 분다. 날씨는 쨍쨍 화창하게 맑은데, 건조한 봄바람이 끊임없이 미친 듯이 불어댄다. 이렇게 바람 부는 날엔 일하기도 여간 성가시지가 않다. 사람 신경을 바싹 긁어놓는다. 원래 오늘 할 예정이었던 고구마밭 비닐 멀칭을 다음으로 미루고(바람 부는 날 비닐 멀칭하려면 몇 배가 힘이 든다), 고추 곁순 따고 줄 묶어주는 등 하우스 안에서 하는 일들을 했다.

그런데 오전 나절에 마을 동쪽에 있는 남덕유산 쪽을 무심코 봤다가 깜짝 놀랐다. 산 중턱에서 흰 연기가 뭉실뭉실 피어오르는 게 아닌가. 산불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다.  

저걸 어떻게 하나, 이웃들과 안타까워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두두두두두....’ 하는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반짝반짝 빛나는 주황색 소방 헬기들이 나타난다. 멋지다! 헬기 한 대가 오랫동안 소화액을 뿌릴 줄 알았는데, 2~3초 정도 뿌리고 나면 끝이다. 헬기 한 대에 실을 수 있는 용량이 얼마 되지 않나보다. 헬기 몇 대가 꿀벌처럼 부지런히 왔다갔다하면서 소화액을 찔금찔금 뿌리고 간다. 다행히 1시간도 채 못 걸려 금방 불길이 잡혔다.

오후 대여섯 시 경, 밭에서 내려오는데 또다시 헬기 소리가 들리더니 마을 바로 위를 지나쳐서 지나간다. 헬기 가는 곳을 보니 이번엔 우리집 통창으로 바로 건너다보이는 앞산이다. 역시 산중턱에서 흰연기가 뭉실뭉실 피어오르고 있다. 이번에도 헬기들의 활약으로 1시간 안에 불이 잡혔다.

불씨를 남기지 않으려는지 흰 연기가 거의 사라진 뒤에도 헬기들이 몇 번이나 더 오가며 소화액을 뿌리는 모습이 보인다.건조하고, 바람 많이 불고, 날씨는 화창한 토요일. 그러고보니 산불나기 딱 좋은 날이었다.

아마 오늘 저녁 뉴스에 “주말을 맞아 행락객이 몰리면서 전국 각지에서 크고작은 산불이 끊이지 않았습니다.”하는 보도가 나가겠지. 가까이서 그 현장을 직접 목격하니, 불이나면 부지런히 날아와 꺼주는 소방수들이 새삼스레 너무나 고맙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