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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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7년~2008년

벌 (2008.05.14)

백화골 2009. 3. 4. 12:32

농부들 중에 벌에 쏘여본 적이 한 번도 없는 이가 있을까?있다면 굉장히 운좋은 사람일 거다.하지만 이렇게 쏘여가면서도 농부들은 벌에 너그럽다.큰 규모로 토마토 농사짓는 이들 중엔 일부러 비싼 수정벌을 사다가 풀어넣는 경우도 많다.

주둥이며 발에 꽃가루를 잔뜩 묻히고선 붕붕거리며 이 꽃 저 꽃 날아다니는 벌을 보면 기특하기 짝이 없다.  태어나서 귀농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벌에 쏘여본 적이 없었다.'벌에 쏘이면 어떤 느낌일까?'하고 은근히 궁금하기까지 했다. 시골 내려와 농사 지으며 드디어 그게 어떤 느낌인 지를 알게 됐다.

귀농 첫 해 상추 농사를 지을 때다.쪼그리고 앉아 열심히 상추 따는 데만 몰두해있는데 갑자기 어깨가 '따끔'했다.벌은 먼저 겁주지만 않으면 괜찮은 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 비겁한 놈이 뒤에서 갑자기 공격을 한 거다.쏘이는 순간 "아, 벌이구나!"하는 걸 바로 알았다.

그 순간적이고 강렬한 통증이란!!혹시 나에게 벌침 알레르기가 있는 건 아닐까 하여 잠시 가만히 앉아 호흡곤란이 오는지 안 오는지 두고 보았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래 계속 상추를 땄다.유난히 벌에 잘 쏘이는 윗집 아저씨는 그 때마다 쏘인 자리가 엄청나게 부어올라 - 유난히 눈 주위를 많이 쏘여 더욱 불쌍하다.

꼭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오곤 하는데, 나는 별 흔적도 남지 않았다.  이 첫 만남 이후에도 몇 번 벌에 쏘인 적이 있는데, 쏘이는 순간이 너무 아파 지금은 붕붕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상당히 주의하는 편이다.  

<<아래 사진은 몇해 전 겨울 마을 창고 지붕에 매달린 말벌집을 동네 사람들이 트랙터 바가지를 타고 올라가 떼어나는 장면이다.크기가 거의 수박 2개를 합쳐놓은 것만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말벌집은 민간에서 약으로 쓰이기 때문에 꽤 좋은 가격에 거래된다고 한다. 당시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이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누군가 장식용으로 쓴다고 가져갔다가 지금은 어디론가 없어져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