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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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7년~2008년

봄기운과 함께 신명나는 본격 농사철 시작 (2008.04.22)

백화골 2009. 3. 4. 12:13

논밭과 농민들이 들썩들썩 일어나는 시절이 찾아왔다. 봄기운이 식물만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생명력을 전달해주는 것 같다. 일거리는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몸은 고되어도 왠지 흥겹다. 하루가 어느 틈에 훌쩍 지나간다. 이게 바로 농사짓는 매력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노동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는 노동, 일의 주인이 되는 삶을 얼마나 꿈꾸어왔던가!

이것저것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작물도 잘 크고 가족회원 모집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3년째 가족회원제를 운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어 올해 더 많은 가족들이 생겼다. 모든 가족들에게 행복한 푸른 밥상을 전할 수 있도록 밭의 지도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작물을 넣고, 발송 계획을 잡고 있다.  

작년의 한 농가에 이어 올해 두 농가가 가족회원제를 시작하기로 했다. 우리마을에서 총 네 농가가 가족회원제를 하게 된 셈. 서로 아이디어도 모아지고, 농산물도 그 때 그 때 나눠가며 재밌게 농사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자주 모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도움이 많이 되고 힘도 난다.  

새벽부터 땅콩을 심는 이웃을 보더니 새로 이사 온 형님이 도와준다. 서로서로 돕고, 손잡아주며 사는 농민들. 이웃이 고생하는 모습 보면 자기일 바쁘면서도 발 벗고 도와주며 사는 게 농부의 마음이다. 땅을 일구고 자신이 일한 것에 대한 성과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농사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고, 성숙하게 만든다.  

오늘은 오후에 장수읍에 갈 일이 있어서 우리의 농사 스승이자 항상 큰 도움을 받고 있는 봉대형네 잠시 놀러갔다. 따뜻한 봄볕에 점심 먹고 잠깐 눈붙이고 있던 형을 깨워 미안했지만, 얼마나 행복한 미소로 맞아주던지. 시골에서 사람 인연은 잠깐 잠깐 스쳐 지나가는 도시와는 많이 다르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대부분 평생 삶을 함께 살아가는 동지가 되는 것이다. 귀농의 성패는 어떤 사람들을 만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참 운이 좋다. 장수 와서 좋은 사람들을 너무도 많이 만났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