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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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7년~2008년

봄 작물 씨앗 넣다 (2008.03.15)

백화골 2009. 3. 4. 11:55

지독한 감기로 며칠을 앓았다. 지난 월요일부터 감기 기운이 도는 것을 그냥 괜찮겠지, 방심하고 며칠 동안 밭 정리와 하우스 정비 등 급한 일들을 계속 해나가다 보니 목요일 아침에 몸 상태가 최악이 됐다. 열은 펄펄 끓고, 편도선은 퉁퉁 부은 데다 기침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이틀 동안 집에서 잠만 잤다.

병원에 가는 대신 알고 있는 민간요법들은 다 동원했다. 생강과 칡 끓여 먹기, 이불 뒤집어쓰고 각탕하기, 프로폴리스 물에 타서 마시기, 오미자 달여 마시기, 고춧가루 팍팍 넣은 콩나물국 마시기 등등... 마지막 비법으로 큰맘 먹고 사온 한우 반근에 무를 썰어 넣고 고깃국을 끓여 먹고 나니 몸에서 한결 힘이 솟았다(실은 푹 쉬고 나을 때가 돼서 나은 것!). 오랜만에 밖에 나가 맑은 공기를 들이 마시고, 배추 모종을 심는데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회원제에 맞춰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다 보니 이 하우스 한 동에 감자, 배추, 상추, 당근, 아욱, 시금치, 애호박이 다 들어갈 예정이다. 각 작물별 파종 시기와 자라는 속도, 특성 등을 고려해 나름대로 세심하게 위치를 잡았다.

우선 제일 먼저 감자를 심었는데, 지난 2년 동안 하우스 감자 수확량이 좋지 않아 올해는 보다 심혈을 기울였다. 초봄에 심는 감자는 지온을 높이기 위해 투명 비닐로 멀칭을 많이 하는데, 이렇게 하면 나중에 풀이 너무 무지막지하게 올라와 오히려 감자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또 하우스 감자는 물을 많이 주지 말아야 한다는 속설과는 달리, 오히려 물이 충분히 들어가야 알이 제대로 달린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올해에는 지난 실수를 되짚어 보며 우선 검은 비닐로 멀칭을 하고, 골과 골 사이에 부직포까지 미리 깔아 풀을 원천 봉쇄했다. 감자가 조금 자라 풀이 못 올라올 정도가 되면 비닐을 벗겨내고 추비를 줄 예정이다. 물은 3일에 한 번씩 낮에 30분 정도 주며 습도를 유지하되, 단 수확 10일 전부터는 감자가 단단하고 맛있게 여물도록 물 공급을 중단할 계획이다.

포트에 쌈채소, 애호박, 오이, 가지, 브로콜리, 양배추, 양상추, 주키니 등의 씨를 넣고 하우스 한 쪽에 대파씨도 넉넉히 넣었다. 우리 마을은 아직 새벽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이중 터널을 하고 두꺼운 담요를 씌워가며 보온에 신경 써야 한다. 조심조심 잘 키우다가도 한 순간 아차 하는 실수에 모종이 얼어 죽거나 냉해를 입기도 한다. 포트에 모종 들어가 있는 동안은 한시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썰렁한 빈 밭이 어서 쟁기질 하고 퇴비 풀어 봄작물 키울 준비 시켜달라고 부르는 것 같다. 마음은 급하고 할 일은 많은데, 감기로 며칠을 그냥 보내버렸으니... 농부들의 급한 마음을 다독여주는 건, 아침저녁 아직도 물러나지 않고 있는 동장군이다. 동장군 왈, “아무리 서둘러 봤자 내가 들어가지 않으면 다 허사랑게. 올 1년도 아주 걸판지게 일해야 할 몸이니 좀 쉬엄쉬엄 시작하더라구. 어, 감기? 그거 내가 보내준 선물이여. 감기 핑계로 며칠 푹 잘 쉬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