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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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7년~2008년

이웃들이 변했어요! (2008.03.07)

백화골 2009. 3. 4. 11:52

늘 보던 이웃들을 석 달 만에 만나니 이야기 보따리가 한가득이다. 그 동안 어찌나 많은 일들이 있었는지 석 달치를 다 듣는 데만 해도 며칠밤은 걸릴 것 같다. 굵직굵직한 일들만 따져봐도 그동안 마을 대표가 바뀌었고, 정답게 지내던 아랫집 선길이네가 아쉽게도 이사를 갔으며, 비어있던 아랫말 집에는 광주에서 새 이웃이 이사해왔다.

어버버거리던 윗집 막내가 한 해를 넘기더니 말솜씨가 갑자기 늘어 “삼촌, 안녕하세요?”하고 똑부러지게 인사를 해와 우리를 놀래키는가 하면, 마을에 중학생이 3명으로 늘어났다. 안 좋은 일로는, 억척스럽게 일을 하던 마을 아줌마 한 분이 올 겨울에 그만 허리에 큰 탈이 나 병원에 입원하고 쇠심까지 넣었다고 한다.

겨울 동안 매일 밤참을 즐긴 탓에 곰처럼 피둥피둥 살이 오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카맣게 그을렸던 얼굴이 겨우내 뽀얗게 화이트닝(?)된 사람도 있고, 음주가무를 지나치게 즐긴 몇몇은 농번기 때보다 얼굴이 더 안 돼 보인다. 집안 정리를 끝낸 뒤엔 이웃들과 그동안의 회포를 푸느라 또 며칠 바쁘게 보냈다.

이제 늦기 전에 서둘러 하나 둘 올해의 농사일을 시작해야 할 때. 감자 심을 하우스 쟁기질하고, 거름 퍼내고, 로터리 치는 걸로 첫 농사일을 시작했다. 작년에 갑자기 무리하게 일을 시작해 허리를 삐긋했던 경험이 있는지라, 올해는 서두르지 않고 조심조심 몸을 풀어가며 일을 하고 있다.

집에 돌아오기 전에 올해는 몸풀기를 위해 헬스클럽이라도 다닐까 생각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밭을 돌아다니다 보니 이건 모든 일이 다 전신 운동이다. 물론 무리하지 않는 한에서 말이다. 산을 연신 오르락내리락 해야 하고, 종종 뛰어야 할 일도 있고, 농기계를 들고 땅을 고르다보면 몸에 힘이 솟는다.

그것도 공기 좋은 곳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니 얼마나 몸에 좋은지 모르겠다.  저녁에 일을 마치고 해가 뉘엿뉘엿 질 때면 장작을 패서 화목 보일러를 지핀다. 이 도끼질이 하루 일과와 전신 운동의 마무리다. 온몸이 쫙쫙 풀리고 적당히 운동도 되어 기분이 상쾌하다. 겨우내 쉬던 농민들은 마음이 급한지라 이것저것 일을 시작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아직 기온이 낮은 장수는 땅이 꽝꽝 얼어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농사일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모두들 따뜻한 봄날을 기다린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기다려도,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