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07년~2008년

2007년 농사 마무리, 겨울 여행길에 나서다! (2007.11.12)

백화골 2009. 3. 4. 11:49

2007년 농사를 마무리했다.
며칠이면 끝날 것 같던 정리 작업이 무려 2주가 걸렸다. 11월1일부터 쉬지 않고 밭정리를 했다. 긴 가을 장마로 잘 못 자란 양상추와 배추, 무를 뽑아내고, 비닐을 걷고, 부직포를 정리했다. 하우스 비닐도 벗겨내고 내년 농사를 위해 밭에 왕겨를 뿌리고 로터리를 쳤다.

오늘 여기저기서 모아온 나무를 잘라 정리해놓는 일까지 마치면서 올해 장수에서 할 일은 다 끝냈다. 마무리 작업이 너무 힘들어서 겨울 내내 일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올 한해 잦은 비와 일조량 부족 때문에 농사짓기 어려웠지만 두 해 째 운영한 가족회원제가 어느 정도 정착이 됐다. 물론 농사가 잘 안 된 작물도 있었고 이래저래 부족한 게 많았지만, 작년에 비하면 훨씬 다양한 작물을 발송했고 회원도 많이 늘었다. 회원제 덕분에 매일 매일 바쁘면서도 행복하게 생활했다.
 
귀농을 꿈꾸면서 제일 기대되었던 건 겨울이다. 농민에게 주어지는 긴 휴가! 무려 3개월이나 된다. 대부분의 농민은 이 휴가 기간 동안 술과 고스톱을 벗삼아 1년 간 농사 지으며 쌓인 시름과 울화증을 털어낸다(혹은 더 쌓는다).

부지런한 이들은 기름을 때가며 하우스 겨울 농사를 짓거나, 과수원에서 가지치기를 하며 일당을 벌거나, 노가다판에 나가 일당잡부로 변신하기도 한다. 겨울 내내 과음하는 일이나 추운 겨울까지 쉬지 않고 일하는 것 모두 건강에 나쁘다. 우리는 여행을 택했다.

‘한 곳에 틀어박혀 사는 사람의 영혼은 한없이 되씹는 불평이 들끓는 단지와 같습니다. 여행자의 영혼에서는 새로운 생각들과 뜻밖의 행동들이 신선한 물처럼 솟아나옵니다. 떠나십시오!’ (미셸 투르니에)

봄, 여름, 가을 내 쌈짓돈을 모았다. 사실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고랭지 장수군의 추위도 우리를 여행길에 나서게 한다. 올 겨울 여행도 기억에 남을 훌륭한 삶의 일부분으로 기록될 것이다. 내일 동파를 대비해 보일러 물을 빼고 나면 곧 출발할 예정이다. 올 겨울 우리 첫 여행지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아름다운 춘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