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07년~2008년

생쥐와 한판 대결! (2007.11.01)

백화골 2009. 3. 4. 11:47

겨울이 시작됐다. 찬바람이 쌩쌩 불어대는데 걸어다니기 싫을 정도다. 지난 며칠 동안은 운이 좋아서 간벌 작업 후 버려 둔 나무들을 발견해 트럭으로 수 차례 왔다갔다하며 주워 왔다. 집 뒤켠에 나무를 잘라 차곡차곡 쌓아 놓으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제 양상추와 배추를 남겨놓고 모든 농작물 추수가 끝났다. 가족회원 농산물 발송도 마무리했다. 이제 1주일 정도 밭 정리와 내년 농사를 위한 땅 만들기 작업만 하면 올해 농사도 완전히 정리된다. 이것저것 홀가분하게 정리하던 차에 조그만 생쥐 때문에 느닷없는 한 판 소동이 벌어졌다.

집에 큰 틈이 나 있었다.

저녁에 집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어디선가 ‘사각사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벽에서 무언가 기척이 났다. 귀를 기울이고 들어보니 벽과 벽 사이에 분명히 뭔가 있었다. 조립식 주택은 쥐에 완전 ‘쥐약’이라던데, 밖에 나가 불을 비춰보니 화장실 벽 사이에 큰 틈이 나 있었다. 3년 동안 집 안으로 쥐가 안 들어온 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였다. 그 틈으로 손가락 만한 생쥐가 머리를 내밀고 약을 올리듯 눈을 말똥말똥거리며 쳐다봤다. 벽 속에 쥐가 들어왔다는 생각에 끔찍해서 잠도 잘 안 오고…

다음날 아침부터 부지런히 시멘트와 모래 등을 사와서 공사를 시작했다.

쥐구멍을 막기 위해 화장실 주변 벽체를 완전히 뜯어냈다.  

혹시라도 벽 틈에 쥐가 들어가 있을 까봐 구멍 속에 쥐약을 넣고 한참을 기다린 후에 구멍을 시멘트로 완전히 막아버렸다.

벽체를 다시 붙여 놓은 후 주변을 아예 우레탄 폼으로 다시 한번 막아버렸다. 쥐는 이제 들어올 곳이 없다.

사람들을 만나 집에 쥐가 들어왔다고 설레발을 쳤더니 모두들 뭐 그런 거 가지고 유난스럽게 구느냐는 반응이다. 알고 보니 시골에선 집을 놓고 벌이는 사람과 쥐의 영역 싸움은 일상다반사다. 집에 쥐가 들어온 적 없는 집이 한 집도 없다. 그래서인지 모두들 쥐구멍 막는 법에 대해선 도가 터 있다.

올해 마지막 남은 우리 농산물 양상추다. 작년보다 1주일 일찍 심었는데도 수확 시기가 한참을 지나도 결구가 안 된다. 뭔가 농사를 잘못 지었나 노심초사, 이것저것 따져보았으나 특별히 실수한 것은 없는 듯 하고.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니 다들 양상추 결구가 안 된다고 난리다. 9월초에 비가 2주간 내리 온 탓에다 가을 내내 해 뜬 날보다 흐린 날이 많아서인가보다. 일조량이 부족해서 작물이 안 자란 것이다. 아무래도 양상추 농사는 올해 망친 듯 하다. 이래서 농사는 하늘이 도와야 한다나 보다.

서리가 내리고 영하로 기온이 내려가는데도 웬일인지 마당에 때늦은 장미꽃이 봉오리를 내밀었다. 행복한 겨울을 맞이하라는 행운의 꽃으로 여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