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13년~2016년

뜨거운 여름! 10가지 소소한 백화골 소식들

백화골 2014. 8. 5. 23:54

뜨거운 여름입니다. 오랫동안 블로그 글을 올리지 못했네요. 어휴, 여름의 한복판을 지나는 동안 하루하루가 어찌나 바쁘던지요. 요즘엔 가을 농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풍요로운 가을을 위해선 더위와 장마에 맞서며 일해야 합니다. 그동안의 소소하지만 행복한 백화골의 여름 이야기들을 10가지 작은 뉴스로 정리해보았습니다.

 

1. 쟁기질로 가을 농사를 준비하다

 

 

가을 농사 준비는 관리기 쟁기질로 시작했습니다. 유기농사는 땅심을 키우는 것이 우선입니다. 트랙터 같은 큰 기계가 자꾸 밭에 들어가면 땅심이 살아나질 못합니다. 힘들어도 작은 기계나 삽으로 땅을 뒤집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햇볕이 따가워 정말 진도가 안 나갑니다. 땀을 얼마나 많이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며칠이나 걸려 겨우겨우 밭 모양이 만들어졌습니다. 만들고 보니 마음이 뿌듯합니다.

 

2. 가을 작물을 심기 시작하다


 

관리기로 쟁기질을 한 후에 골을 만들고 가을 작물을 심기 시작했습니다. 가을 농사는 이탈리아에서 온 체사레, 독일에서 온 닉, 이스라엘에서 온 로레나와 함께 시작했습니다. 날씨가 무척 더워서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뻘뻘 나는 폭염 속에서 양배추와 컬리플라워를 심었습니다. 다들 세계유기농장체험 여행자(wwoofer)들답게 힘든 날씨 속에서도 소중한 유기농 작물 심는 일을 기쁜 마음으로 도와주었습니다. 일 마치고 함께 막걸리 한 잔 마시는 여유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3. 참샘골 작은 음악회

 


백화골이 위치한 장수군 계북면에서 펼쳐졌던 ‘참샘골 작은 음악회’입니다. 올해 초 백화골 농부가 계북 농민회 회장을 맡고 회원들과 함께 준비한 행사입니다. 지역 주민들의 화합과 농민들도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준비했습니다. 생각보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신나는 난타 공연, 지역 주민들이 연주하는 색소폰과 트럼펫 연주, 최근 KBS 인간극장에도 소개되었던 네 자매의 귀여운 민요 가락, 민중가수 김영택 님의 노래 공연 등이 이어졌습니다. 농민회에서 기획한 행사여서인지 농민들이 많이 참여해서 신명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4. 태풍 무사히 지나가다


태풍 나크리가 백화골을 지나갔습니다. 2년 전 태풍 피해를 크게 본 적이 있어서, 태풍 뉴스만 나오면 사실 엄청 걱정을 많이 한답니다. 태풍 오기 이틀 전부터 비닐 하우스를 꽁꽁 묶어 놓고 혹시라도 바람이나 비 피해 입을 수 있는 곳을 정비했습니다. 저녁부터 태풍이 찾아와 밤새도록 잠도 제대로 못자고 상황을 지켜보았습니다. 다행히 옥수수와 가지, 고추 등이 쓰러져서 조금 피해를 본 것 이외에는 괜찮습니다. 주변에 비닐 하우스가 훼손되어 속상해하는 농부들이 있서 마음이 안 좋긴 하지만, 이런 자연 재해 앞에 농부는 한 없이 약한 존재일 뿐입니다.

 

5. 한여름밤 ‘시와’ 콘서트에 가다

 


백화골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리산 자락 실상사 뜰에서 펼쳐진 시와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시와는 자연과 삶을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로 백화골 농부들이 제일 좋아하는 가수 중 한 명입니다. 마침 가까운 실상사에서 공연을 한다고 하여 공연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다 찾아갔습니다.  공연장에 조금 늦게 도착을 했는데, 조용한 절터와 시와의 노래, 직접 연주하는 어쿠스틱 기타 선율이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요.

 


공연을 보러 가기 전 우퍼들과 함께 꽃다발도 만들었습니다. 마침 부추밭 가장자리에 예쁘게 피어있는 샛노란 삼잎 국화에 여러 가지 들꽃들을 섞었습니다. 꽃꽂이를 배운 적이 있다는 로레나가 예쁜 꽃다발을 만들고 커다란 단호박도 선물로 준비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우퍼들과 함께 꽃과 선물을 전달하고 시와님과 함께 기념 사진도 찍었습니다. 다들 기쁜 마음으로 하늘 가득한 별을 보며 백화골로 돌아왔답니다. 


6. 토마토 수확 시작

 



토마토는 백화골 농부들의 주작목입니다. 10년 전에 처음 농촌으로 내려와서 시작한 작물이 토마토였습니다. 토마토를 직거래하다 제철 농산물을 덤으로 넣어서 보낸 것이 반응이 좋아서 만든 유통 방식이 바로 지금의 제철꾸러미이기도 하고요. 토마토는 그만큼 저희에게는 아주 소중한 작물입니다. 올해도 토마토에 엄청 공을 들였습니다. 맛 좋고 예쁜 토마토를 키우기 위해 그동안 갈고 닦은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열심히 농사지었습니다.


7. 옥수수, 단호박 수확 시작


옥수수가 여물고 단호박이 익어가면 여름이 깊어졌다는 의미입니다. 태풍에 완전 쓰러지거나 고라니 같은 동물 피해로 옥수수 수확을 거의 못한 해도 몇 번 있었습니다. 올해는 운 좋게도 옥수수가 잘 자라주었습니다. 물론 화학비료로 키운 일반 옥수수처럼 알갱이가 굵지는 않습니다. 콩껍질로 만든 유박 퇴비를 중간에 추비로 넣어주었지만 역시 크기는 아담합니다. 단호박도 마찬가지구요. 그래도 맛은 좋습니다. 옥수수 좋아하는 백화골 농부들, 하루 일 끝나면 너무 작거나 벌레 먹어서 못 보내는 옥수수 삶아 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8. 풋고추, 껍질콩 풍년

 


올해도 풋고추가 풍년입니다. 유기농 고추 농사는 비닐 하우스 안에서 키우면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일반 농민들 중에서는 고추는 절대 유기농이 불가능하다고 믿는 분들이 많습니다. 바로 탄저병 때문인데요, 물빠짐을 좋게 하고 비가림을 해주고 초기부터 강하게 고추를 키우면 유기농도 가능합니다. 물론 일반 관행농처럼 수확량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몇년 째 백화골 고추 농사는 풍년입니다. 풋고추가 여름철 보약이라고 하네요. 고추와 함께 껍질콩도 풍년입니다. 재작년에 처음 심어서 작년에도 그닥 재미를 보지 못했는데, 올해는 아주 잘 자라주었습니다. 껍질채 먹을 수 있는 껍질콩은 감자나 가지와 함께 살짝 쪄서 먹으면 아주 맛있습니다.

 

9. 이탈리아 우퍼, 수제 파스타 만들다

 


여름이 되어 백화골에는 채소가 풍성합니다. 거의 장을 보지 않아도 먹을 것이 한 가득입니다. 토마토가 익기 시작하자 이탈리아 우퍼 체사레가 수제 파스타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정성이 가득 들어간 진짜 이탈리안 파스타입니다. 마트에서 파는 면을 쓰지 않고 밀가루를 반죽해 직접 면을 만드는데 손놀림이 아주 능숙합니다. 지금 한국에서 국제 교류학을 공부하고 있는 체사레는 한 때 요리사로 일한 적도 있다고 하네요. 손으로 반죽해 만든 면과 토마토, 바질, 소금, 후추, 올리브 오일만 들어간 단순한 파스타였지만 맛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역시 음식은 손맛인 것 같아요~


10. 영국 우퍼, 청국장 바질 페스토 만들다

 


백화골에서 바질도 키우고 있긴 하지만, 사실 한 회원분께서 백화골 바질로 만든 페스토라며 사진을 보여주시기 전까지는 바질 페스토가 뭔지 몰랐습니다. 파스타에 넣거나 빵에 발라 먹을 수 있는 일종의 서양식 소스라고 하네요. 마침 스코트랜드에서 온 카트리나가 밭에서 잔뜩 자라고 있는 바질을 보더니 페스토를 만들어보겠다고 자청했습니다. 생 바질잎을 오랫동안 잘게 다져 썰고 생마늘과 땅콩(잣이 있으면 더 좋다는데 없어서 집에 남아있는 땅콩을 넣었습니다)도 다지더니 올리브 오일, 소금, 후추와 함께 섞더군요. 마지막으로 향이 강한 이탈리아산 파마산 치즈를 넣어야 한다는데, 시골집에 그런게 있을 리가 없지요. 냉장고를 뒤져보던 카트리나, 청국장 냄새를 맡아보더니 바로 이거야, 하네요. 이렇게 해서 우연히 만들어진 청국장 바질 페스토! 정말정말 환상적인 맛이었답니다. 진정한 퓨전의 맛을 경험해보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꼭 추천해드리고 싶은 요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