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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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0년

폭염 속 쌈채소밭 들깨밭 정리, 가지 말리기

백화골 2010. 8. 22. 22:49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여름엔 무척이나 더웠겠죠? TV에선 ‘전국에 폭염 경보’ 운운하는 뉴스가 빠지지 않고 나왔을 테고요.

하지만 사람들은 “올핸 왜 이렇게 더운 거야?” 하며 예전에 없던 일이라도 벌어진 듯 투정을 부립니다. 저희 역시 마찬가지고요. 올여름 폭염은 유난히 지독하게 느껴지네요. 밖에서 30분만 몸을 움직여도 마치 물속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처럼 옷이 흠뻑 젖은 땀으로 무거워집니다. 폭우 뒤를 바로 뒤쫓아 온 폭염. 이 ‘폭’자가 얼른 떨어져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날씨가 이렇다 보니 새로 심은 모종들이 잘 견디지를 못합니다. 아침에 가보면 몇 개씩 죽어 있곤 해서 애를 태우네요. 죽은 모종을 몇 번씩이나 새 모종으로 땜질해서 갈아주고 있습니다.

쌈채소들은 더위에 약하기 때문에 여름엔 금방 꽃대가 올라와 버린답니다. 몇 주 동안 발송해드렸던 로메인과 꽃상추 등의 쌈채소들을 싹 뽑아내고 밭을 정리했습니다. 새 쌈채소는 이 폭염을 좀 지나보내고 난 뒤에 심으려고 합니다. 따라서 쌈채소 발송도 약 2주 정도 중단될 예정입니다.

하우스 안에 가을 배추 모종을 심었습니다. 배추는 어릴 때부터 벌레를 잘 타기 때문에 떡잎 나올 때부터 잔뜩 신경 써서 관리했답니다. 배추는 역시 강하네요. 기초적인 벌레 방제만 해주었더니 이런 폭염 속에도 불구하고 모가 튼튼하게 잘 컸습니다. 이 배추가 별 탈 없이 잘만 커준다면 10월 중순이나 말쯤에는 속이 꽉 찬 맛있는 가을 배추가 되어 회원분들 집으로 배달될 예정이랍니다.

잔류 농약 검사를 하면 가장 많은 농약이 검출되곤 하는 채소가 바로 깻잎이라고 하더군요. 깻잎 농사를 지어보니 왜 그렇게 깻잎에 농약들을 많이 쳐대는지 이해가 갑니다. 깻잎 농사는 퇴비도 많이 필요 없고, 심어놓으면 금방 쑥쑥 자라기 때문에 얼핏 쉬워 보이지만 의외로 해충 피해가 있습니다. 작년 재작년엔 깻잎이 깨끗하게 잘 컸는데, 올해는 초반부터 영 고전을 면치 못하더니 결국은 이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성한 잎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온통 벌레가 갉아먹어버렸어요. 그냥 들깨밭을 일찍 정리하고 다른 가을 작물을 심기로 했습니다.

한 달 전에 심었던 가을 감자가 싹을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가을 감자는 봄감자에 비해 발아율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기 때문에, 하나 둘 고개를 내미는 감자싹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심어본 강낭콩입니다. 처음 심어본 작물인 데다, 사람들이 보통 심는 시기보다 좀 늦게 심었기 때문에 언제쯤 수확해야 하는지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이럴 땐 직접 꼬투리를 까서 확인해보는 게 최고입니다. 지난주에 까본 강낭콩은 콩알 크기가 새끼손톱 만 했는데, 이번 주에 열어보니 엄지손톱 만하게 커졌습니다. 하지만 아직 덜 여물어서 콩 색깔이 그냥 하얀색이네요. 예쁜 자줏빛 줄무늬가 있는 얼룩이 강낭콩을 심었거든요. 아마 다음 주쯤엔 얼룩 줄무늬가 있는 잘 생긴 강낭콩을 수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몇 주 전부터 갑자기 가지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따지도 않았는데 컨테이너 박스가 꽉 차서 넘칠 지경입니다. 이 많은 가지를 어떻게 해야 하나. 가지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있고, 또 그렇게 자주 요리를 해먹게 되는 채소가 아니기 때문에 매주 발송해드리면 부담스러워하시는 분이 많을 것 같고.

결국 여분의 가지들은 말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야채 귀한 겨울철이 되면 말린 가지나물은 꼬들꼬들 쫄깃쫄깃 고기요리 못지않게 맛있는 반찬거리가 되어주니까요. 가지나 호박은 말리는 도중에 조금만 방심해도 곰팡이가 생기기 쉽게 때문에 신경 써서 공들여 말려야 합니다. 하루 만에 제법 꼬들꼬들 마른 가지를 보니 폭염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말린 가지는 차곡차곡 모아놓았다가 막바지 발송 즈음에 보내드릴 계획입니다.

같은 날 찍은 아침, 점심, 저녁입니다. 폭염 속에 일하는 게 힘들기도 하지만, 이렇게 하루에도 여러 가지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자연은 순간순간 기쁨과 힘을 주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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