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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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9년

뽕잎나물

백화골 2009. 5. 17. 22:38

마을 주변과 산자락 곳곳에 뽕나무가 자랍니다.

도시 살 땐 뽕나무-누에의 먹이-님도 보고 뽕도 따고 정도의 빈약한 연상작용이 전부였지만, 시골에서 살다보니 뽕나무가 자꾸만 눈에 들어오고 어서 어서 자라기를 손꼽아 기다리게 됩니다. 초여름의 즐거운 별미인 오디를 만들어주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오디가 익기 전에도 뽕나무는 또 다른 좋은 먹거리를 제공해줍니다. 연초록 빛 윤기를 뽐내는 뽕잎. 갓 지은 밥처럼 자르르르 윤기가 흐르는 것이 정말 맛있게 생겼습니다. 마치 누에가 된 기분입니다.

아직 여린 새순을 한 잎 한 잎 땁니다. 한 나무에서만 너무 많이 따면 나무에게 미안하니까 나무마다 돌아다니며 조금씩 따냅니다. 한 잎씩 따내려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따내고, 따내고, 또 따내고...

뽕잎으로 이제 무얼 할까요. 여기서 ‘차(茶)’파와 ‘나물’파로 나뉩니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구수한 뽕잎차를 놓칠 수 없지요.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뽕잎을 약한 불에서 살살 덖어냅니다. 1분? 2분? 팬에서 이렇게 살짝 굴린 뽕잎을 그늘에서 완전히 말려주면 완성입니다.

진짜 좋은 차를 만들려면 그늘에서 말렸다가 덖었다가 말렸다가 덖었다가.. 하는 과정을 9번 반복해야 한다는데 저는 그냥 한 번으로도 만족입니다. 뽕잎차는 녹차와 비슷하면서도 좀 더 구수한 맛이 납니다.

차보다는 밥 반찬이 좋다! 하는 사람이라면 뽕잎을 씻어서 찜기에 살짝 쪄내거나 끓는 물에 데쳐냅니다. 데치는 시간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게 조정합니다. 좀 억세더라도 생생하게 씹히는 맛이 좋은 분이라면 2~30초 정도, 물컹물컹 부드러운 나물이 좋은 분이라면 2~3분 정도 데치면 됩니다.

데친 뽕잎에 갖은 양념을 해서 상 위에 올리면 맛있는 뽕잎나물 완성입니다. 된장, 참기름, 깨소금 양념도 좋고 소금, 들기름, 들깨가루, 간장 양념도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뽕잎의 구수한 맛을 살리려면 다진 마늘은 빼거나 넣더라도 아주 살짝만 넣는 것이 좋겠고요, 고추장이나 고춧가루 양념은 그리 잘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찌거나 데친 뽕잎을 양념에 버무린 뒤 프라이팬에서 한 번 더 달달달 볶아주어도 괜찮습니다.

마지막으로 차 만드는 것도 번거롭고 나물도 귀찮다면 그냥 씻어서 생으로 쌈을 싸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