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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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9년

비바람 몰아치는 4월 마지막 주말, 땅콩, 옥수수 심기

백화골 2009. 4. 26. 23:51

주말 내내 비가 내리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 비를 맞으며 4월 말 작물을 심었다. 비가 많이 내리진 않아 다들 비를 맞아가며 일을 했는데, 쌀쌀한 날씨에 많지 않은 양이라도 찬 비를 맞아서인지 주위에 감기 기운으로 골골대는 이웃들이 많아졌다.

노지 감자 싹이 올라와서 ‘갇힌 감자 구출하기’와 ‘싹 둘만 남기고 솎아주기’를 했다. ‘갇힌 감자…’란 검은 비닐 안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싹을 밖으로 구출해서 잘 자라게 해주는 일이고, ‘둘만 남겨주기’는 씨감자에서 대가 여럿 올라오는 경우 두 대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뽑아내는 일을 말한다. 우리가 보통 먹는 품종인 수미는 씨눈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아 솎아주기도 대충 해도 되지만, 토종 빨간 감자의 경우는 씨눈이 많아서 싹도 여러 대가 한꺼번에 올라온다. 이 싹들을 다 키우면 크기가 잔 알감자만 많아지므로 씨알 굵은 감자를 키우기 위해서는 적절히 솎아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땅콩은 풀만 잘 뽑아주고, 꿩이나 고라니, 두더지만 잘 막아내면 쉽게 수확할 수 있다. 매년 땅콩 농사를 짓고 있는데 작년에는 고라니와 꿩 때문에 수확량이 많지 않았다. 올해는 울타리를 잘 쳐서 고라니 피해를 막을 생각이다.

그저께 하루종일 땅콩과 옥수수, 수수 등을 심었다.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에 비 오기 전 얼른 일 끝내야지 했는데, 밭에 나가자마자 비가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왕 비 맞기 시작한 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결국 점심도 거르고 오후 늦게까지 씨앗을 넣었다. 정말 일에 푹 빠져 무아지경으로 일한 날. 며칠 후면 다들 예쁜 새싹들을 내일 테지.

오늘은 하루종일 여기 저기 고사리를 꺾으러 다녔다. 백화산은 요즘 워낙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서 고사리 구경하기가 힘들다. 계북 산비탈에서 사과 농사 짓는 친구가 자기 과수원 뒷산에 고사리가 많다고 하길래 친구와 근처 형님네들도 들러 볼 겸 가 보았다. 사과 꽃이 어찌나 예쁘게 피었던지 한동안 넋을 잃고 쳐다보며 향기를 맡았다.

오늘 장수에서는 사과꽃 축제가 열렸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오늘 만난 사과 농가들은 아무도 사과꽃 축제가 열리는 걸 모르고 있다. 모두들 꽃 따는 작업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 때문이다. 더구나 어제 오늘 기온이 뚝 떨어지는 바람에 사과나무가 냉해 입을까봐 축제는커녕 걱정이 태산이다.

아는 형님네 사과밭 뒷산이다. 열심히 산을 오르내리며 고사리를 꺾었다. 하지만 회원들에게 다 보낼 만한 양을 맞추려면 아직 멀었다. 산골짜기 끝에 농업용수를 대기 위한 저수지가 보인다. 형님 말에 따르면 저 저수지 속에 향어가 산단다. 동네 사람들이 재미로 치어를 풀어놓았는데, 지금 25cm 정도 크기까지 자랐다나. 30cm 이상 자라면 낚아서 회도 뜨고 탕도 끓여 먹을 계획이란다. 변변한 놀거리 없어 보이는 곳이지만, 시골엔 시골 나름의 재미있는 유흥문화(?)가 있다.

집에 돌아와 이 밭 저 밭 돌아보는데 하우스 감자가 어제와 또 다르게 쑥쑥 자라 있다. 일찍 심고 액비를 잘 주어서인지 하루가 다르게 큰다.


비가 내리자 기온이 뚝 떨어졌다. 오늘 아침이 영상 2도, 내일은 0도까지 내려간다는 예보다. 평년보다 날씨가 따뜻하다고 아랫집 이웃은 벌써 텃밭에 고추를 심어 놓았던데 괜찮을런지. 고랭지인 장수에선 스승의 날까지는, 최소한 어린이날까지는 변덕스런 봄날씨를 믿었다간 큰코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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