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고가 터졌습니다.
올해로 5년째 농사짓고 사는 동안 가까운 사람들이 농기계 사고 당하는 걸 보는 게 벌써 몇 번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 귀농 첫 해부터 우리와 가깝게 지내오던 민채네 사과밭 형님입니다. 구부러진 하우스 파이프를 똑바로 펴는 밴딩 기계에 장갑이 말려들어가면서 그만 손마디 하나가 완전히 짓뭉개졌습니다.
한 달 입원 진단이 나온 형님을 찾아 전주로 병문안을 갔습니다. 천만다행으로 뼈가 상하지 않아 손가락 절단까지 가지는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며칠 후 발가락 살을 떼어다가 이식 수술을 해 손가락 모양을 복원시킨다고 하네요.
휴, 다행입니다. 한창 바쁠 때 한 달 동안이나 입원하게 되어 속이 탈 텐데도, 평소와 다름없이 사람 좋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오히려 느긋해 보이는 모습을 뵈니 더더욱 마음이 놓입니다.
불과 며칠 전에는 산서면에 사는 여성 농민 한 분이 차 덖는 기계에 손을 크게 다치는 사고가 있었고, 작년엔 마을 이웃이 경운기 벨트에 손이 말려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이밖에도 관리기로 골 타다가 돌에 맞아 부상당한 사람, 트랙터 전복사고로 돌아가신 분 등 크고 작은 농기계 관련 사고들이 매년 그치지 않습니다.
며칠 걸릴 작업을 한나절 만에 끝내주는 고마운 농기계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위험이 항상 감추어져 있습니다. 조작 능력이 서툴러서 사고를 겪는 것도 아닙니다. 갓 귀농한 이들은 처음 쓰는 것이라 극히 조심해서 살살 다루기 때문에 오히려 사고 나는 일이 적습니다. 기계에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진 이들이 방심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사고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농기계 쓰고 싶은 마음이 천리만리 달아나지만, 그래도 안 쓸 수 없어 계속 사용합니다. 기계 쓸 때마다 조심 조심, 방심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수밖에요.
이번에 사과밭 형님이 손을 다친 기계입니다. 이 기계로 우리도 두어 달 전 하우스 짓느라 파이프 펴는 작업을 했었습니다. 별로 위험하다는 생각도 없이 파이프를 똑바로 펴는 일에만 골몰했었는데... 혹시 이 기계 쓰실 분 있으시다면 아주 아주 조심해서 사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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