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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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9년

매화 아래 매실주 한 잔

백화골 2009. 4. 9. 22:17

요 며칠 건조하고 따뜻한 날의 연속입니다. 한낮엔 벌써부터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후끈후끈 뜨겁습니다.

저녁 무렵, 이제 하던 일 슬슬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가 땀과 흙먼지로 범벅된 몸을 시원하게 씻어내고 저녁들 먹어야 할 시간, 갑자기 마을 전체적으로 단수가 됐습니다. 건조한 날씨라 각 집마다 하우스 스프링클러는 바쁘게 돌려대는데, 이에 비해 관정으로 뽑아 올리는 지하수 양은 넉넉지 못해 그만 단수가 된 것입니다.

집에 들어가 봤자 씻지도 못하고 밥도 못하는데 에라, 물통에 물 차기 기다리는 동안 봄날 저녁의 풍취나 만끽해보자 하고 매실주 한 병을 꺼내왔습니다.

마당의 매화는 바야흐로 절정이고, 벌들은 매화 향기에 취해 붕붕대며 꽃송이마다 옮겨 다니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석양 빛을 받은 매화는 마치 꿈결처럼 아름답습니다.

1년 중 꽃을 볼 수 있는 날이 며칠 되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매화는 아름다운 것이겠지요.

또한 내년이면 어김없이 다시 필 것을 알기에 마음 놓고 그 정취를 즐길 수 있는 것이고요.

매화 아래서 석양을 보며 마시는 매실주 한 잔, 단수가 가져다 준 뜻밖의 선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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