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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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9년

개구리와 무당벌레

백화골 2009. 4. 5. 17:01

바람도 없고 화창한 식목일 아침. 일하기 좋은 날이긴 하지만 아침부터 몸이 찌뿌둥하고 나른한 게 일하러 나가기가 싫다. 이런 날은 아주 급한 일이 있는 게 아니라면 그냥 하루 쉬어주는 게 좋다. 직장인들이야 토요일 일요일 정기적으로 쉴 수 있지만, 농사꾼들은 특별히 달력의 빨간 날과 관계없이 일하기 때문에 자칫 한 달 내내 하루도 못 쉬고 일하게 되기 쉽다. 컨디션이 안 좋거나 괜히 일하기 싫은 날이라면 과감히 하루 일을 접고 푹 쉬어주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좋다. 이렇게 하루 푹 쉬고 나면 다음날부터는 또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으니까.

어제 하우스에서 양쪽 가장자리에 벌써 수북하게 자라난 풀을 뽑고 있는데, 풀숲에서 뭔가 움직이는 게 있어 들여다보니 조그만 청개구리 녀석이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났는지 아직도 왠지 졸려 보인다. 올해 처음 만난 청개구리가 어찌나 반갑고 귀여운지 한동안 따라 다니며 지켜봤다. 개구리는 모기 유충 등 해충을 잡아먹는 고마운 동물이다. 혹시라도 호미날에 다치지 않도록 옆으로 가만히 치워놓아 주었다.

칠성무당 벌레도 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시작한다. 진딧물을 잡아먹는 착한 놈이어서 천적 회사에서는 한 마리 당 300원에 판다. 재작년 천적 방제 회사에서 사서 많이 풀어 놨더니 그동안 번식을 잘 하고 있나보다. 밭둑의 풀을 태우지 않고 자연스럽게 남겨두면 이런 유익 곤충들이 더 잘 번식한다고 한다.

매화도 피었다. 다른 지역은 매화꽃 진 지 이미 오래일 터. 매실 묘목을 심은 지 올해로 4년째인데, 올해는 매실이 좀 열리려나.

농촌에 살다보면 문득문득 계절의 변화에 새삼스레 놀랄 때가 있다. 산길을 가다 붉은 기운이 있어서 보니 진달래가 피었다.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도 봄은 오는구나. 참 예쁘다. 작년까지는 이맘 때 막걸리에 진달래를 띄워 화주로 마셨다. 따뜻한 봄기운처럼 몸이 확 달아오르는 게 좋았는데. 올해는 한 달 넘게 금주 중이다. 농사일을 하다보면 술을 마시게 되는 경우가 많다. 술 때문에 몸이 너무 상하는 것 같아 6개월 동안 과감히 끊기로 했다. 진짜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려면 농사짓는 사람부터 건강해야 한다.

인진쑥이다. 몇 년 전에 산나물 들나물 구별하는 법을 알려주는 강좌를 들으러 갔다가 조금 가져와 옮겨 심었는데, 많이 번졌다. 차로 마시면 향이 아주 강하고 인상적이다.

참외 씨앗을 포트에 넣었다. 참외는 진딧물, 흰가루병 등 각종 병충해가 달려들어 유기농 재배가 어려운 작물에 속한다. 작년에 처음으로 재배에 성공하기는 했는데, 흰가루병 방제를 잘 못해서 수확량이 많지 않았다. 올해는 작년 경험을 토대로 모종 때부터 어릴 때부터 잎 관리에 특별히 신경쓸 계획이다. 수확 무렵에는 천연 미네랄 성분이 들어있는 바닷물과 효소 등을 주어 당도도 높게 나오게 키우려 한다.

당근 씨를 넣었다. 발아가 잘 안 되는 편이라 관리를 잘해주어야 한다. 물관리도 잘 해야 하고, 솎아내기도 제 때 해야 한다. 쉬운 듯하면서도 의외로 어려운 게 당근 키우기다.

아직 찬바람이 불기는 하지만 봄 기운이 조금씩 올라오며 날씨가 좀 따뜻해지려나 보다. 내일부터 다시 힘찬 한주가 시작된다. 그동안 추운 날씨 때문에 미뤄왔던 일들, 날짜 별로 꼭 넣어야할 씨앗들 넣으며 새록새록 피어나는 봄꽃들과 함께 행복한 봄날의 정취를 만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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