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에 봄이 찾아왔다. 이번이 우리에게는 다섯 번째 봄이다. ‘춥고 외로운 긴긴 겨울을 봄을 기다리며 견딘다’는 옛 선비들의 이야기처럼 이런 따뜻하고 아름다운 봄날이 있기에 시골살이는 참 행복하다.
아스파라거스가 올라왔다. 며칠 날씨가 풀리자 바로 고개를 내밀며 봄을 알린다. 남쪽 지방에서 한 귀농인이 키우던 것을 옮겨와 3년째 키우는 것인데, 올해 대가 더 굵어졌다.
최근 두 가지 미생물 관련 교육이 있었다. 하나는 농민 모임에서 주최한 키틴 미생물 관련 강좌였고, 하나는 장수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주관한 ‘유용 미생물 활용’에 관한 내용이었다. 시골에 내려와 보니 이러저러한 교수, 전문가, 컨설팅 업체 등등에서 농사 관련 강의를 하러 다니는데, 솔직히 대부분 수준 이하다. 다행히 키틴 미생물 관련 강좌는 아주 내용이 실용적이었다. 하지만 유용 미생물 활용 강의는 시간이 아까웠다.
유기농 인증 갱신 기간이 다가왔다. 무농약 인증은 2년에 한번이지만 유기농 인증은 1년에 한번 갱신을 해야 한다. 먼저 밭에서 토양을 채취해서 흙 속 성분이 유기 인증 기분에 부합하는지를 검사하고, 생산계획서를 작성해서 서류를 제출하면, 농약 잔류 검사를 한다. 토양 검사와 농약 잔류 검사를 해서 합격을 받으면 다시 유기농 인증이 나온다.
3월 말에 양상추 씨를 넣었는데, 날씨가 너무 추웠던 탓인지 발아가 안 되길래 포트에 씨를 확 뿌려버렸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한 구멍에 하나만 남기고 일일이 뽑아내느라 고생했다. 다음부턴 순리대로 해야지.
산 속 하우스 옆 밭에 다시 고라니가 들어왔다. 지주대를 박고 끈으로 울타리를 쳐 놨는데도 고라니가 좀 벙벙한 틈으로 들어와 밭에 발자국을 내놨다. 이 밭에는 완두콩이 심어져 있어서 고라니가 들어오면 한 번에 끝장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울타리를 한 겹 더 쳐 완벽하게 방비를 해 놓았다..
며칠 가물어서인지 풀이 막 올라올 때인데도 아직 소식이 없다. 하지만 비 몇 번 오고 나면 무섭게 비집고 올라올 터. 미리미리 부직포를 깔아 풀에 대비했다. 밭에서 일하는데 한낮에는 땀이 날 정도로 날씨가 따뜻했다.
파란 하늘이 보기 좋다. 봄이 왔다는 건 노동 시간이 길어졌다는 뜻이다. 다시 해 뜨는 시간부터 지는 시간까지 일하는 철이 왔다. 하지만 날씨가 따뜻해서 하루종일 일해도 힘들지 않다. 신명나는 농사철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