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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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9년

콩 튀밥

백화골 2009. 4. 2. 08:31

오일장날 서리태 콩을 한 봉지 담아 들고 장터 뻥튀기집을 찾았습니다. 인터넷에서 검은콩으로 튀밥을 튀기면 아주 맛있다는 글을 우연히 보고 호기심이 생겼거든요. 마침 집에 콩도 많이 있고, 한 번 튀겨봐서 결과가 괜찮으면 가족회원들에게 한 번 보내볼까 하는 생각에 날 잡고 튀밥집을 찾은 것이지요.

장계 오일장은 인근 오일장들 중에선 규모가 있는 편이라 몰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문전성시를 이루는 집이 바로 튀밥집이랍니다. 우리가 갔을 땐 이미 뻥튀기 기계 앞에 갖가지 곡식을 담은 깡통들이 나란히 나란히 꽤 긴 줄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는 혼자서 기계 두 대를 쉬지 않고 돌리느라 눈코 뜰 새 없고, 깡통에 담긴 곡식 주인들은 가게 한 켠에 놓인 의자 몇 개에 비좁게 몸을 붙이고 앉아 한가로이 자기 차례를 기다립니다.

우리도 가져간 콩을 깡통에 담아 줄 뒤에 세워놓고 세월아 네월아 뻥튀기 기계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손님들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그런데 이 뻥튀기집 풍경이 참 재미있습니다. 뭔가 한 번 튀길 때마다 주인 아주머니는 반드시 양푼에 조금씩 따로 담아서 기다리는 손님 중 아무에게나 휙 건넵니다. 받아든 손님은 거기 있는 모든 손님들에게 차례차례 권합니다.

그러면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튀밥을 주워 먹으며 이번 건 옥수수가 찰지네, 율무 튀밥이 맛있네, 어쩌네 하면서 시식회를 합니다. 지나가던 할머니가 스윽 한 줌 집어가시기도 하고요. 그렇게 열심히 튀밥을 먹다가도 어느 순간이 되면 모두들 일제히 손을 귀에 가져갑니다. “뻥!” 한 번 터지고 나면 이제 또 새로운 튀밥의 시식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사실 갓 튀겨낸 곡식의 구수한 냄새를 그냥 맡고만 있으라고 한다면 그것도 힘든 일일 거예요. 쌀에, 보리에, 옥수수에, 가래떡에, 율무에, 메주콩에... 거의 1시간 가까이 묵은 곡식들이 맛있는 튀밥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드디어 우리 서리태 콩 차례가 되었습니다. “뻥!” 이번엔 검은콩이라며 좋아하는 손님들을 뒤로 하고 완성된 콩 튀밥을 큰 봉지에 받아들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튀밥 맛이 어떠냐고요? 담백하고 고소한 건 물론이고, 집에서 볶은 콩처럼 딱딱하지 않아 계속 집어먹어도 이가 아프지 않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콩껍질이 벗겨져서 껍질 따로 알맹이 따로 돌아다니는 건 곤란하네요. 회원들에게까지 보내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고 그냥 우리끼리 집에서 먹는 간식으로 만족하기로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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