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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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9년

감자에 싹이 나서!

백화골 2009. 3. 30. 22:14

농사란 단지 수확량이나 수입을 얼마나 올리느냐가 전부가 아니다. 햇살처럼, 바람처럼 자연스럽게 땅과 호흡하며 생명을 키우는데 행복을 느낀다. 소중하게 심은 씨앗에서 새싹이 새록새록 솟아오를 때면 한 해 농사의 희망과 자연의 경이로움에 마음 뿌듯한 기쁨이 넘친다.

아침에 일어나 모종 하우스에 나가보니 오이 새싹이 예쁘게 솟아 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싹이 잘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뻤다. 농사짓는 일은 이럴 때 참 행복하다. 이 새싹이 잘 자라서 맛있는 오이가 쏟아졌으면 좋겠다.

하우스에 2월 말에 심었던 감자가 새싹이 올라왔다. 이제 물 관리와 온도 관리, 풀 뽑기와 추비 주기만 잘 해주면 5월 말쯤 햇감자가 나온다. 하우스 감자는 올해가 4년째인데 매해 심으면서도 싹이 나올 때까지는 항상 조바심이 쳐진다. 혹 씨감자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땅 속에서 썩어버렸거나 두더지가 파먹어서 안 나는 건 아닌지… 어느 순간 뾰족뾰족 저마다 앞다퉈 싹을 내밀면 그제야 안심이 되고 흐뭇해진다.

양배추도 잘 자란다. 작년까지는 양배추를 5월 중순에 노지에다 심었다. 한참 자라는 시기인 6월, 7월에 청벌레가 극성을 부려 방제하는 데 꽤 애를 먹었다. 그래서 올해는 하우스에다 일찌감치 심어봤다.

지난 주 내내 영하 5, 6도 이하로 내려가던 날씨 탓인지, 방제를 잘한 것인지 배추에 구멍을 내던 벼룩 벌레가 많이 줄었다. 그 사이에 배추가 쑥쑥 잘 자란다.

작두를 샀다. 밭에 볏짚이나 옥수숫대 등의 유기물을 넣을 때 잘게 썰어 넣기 위해서다. 유기 농사는 땅심 키우기가 제일 중요하다. 유기물을 밭에 꾸준히 넣어주는 게 땅 살리기의 기본이다. 틈틈이 유기물을 밭에 넣고 뒤집어 주면 땅 속 미생물도 살아나고 땅심도 좋아진다.

작년에 농사짓고 나서 정리해 두었던 옥수숫대, 콩대 등을 썰어서 밭에 넣었다. 곳곳에 쌓여 있는 낙엽들도 열심히 긁어모았다. 원래 가을에 넣는 것이 가장 좋은데, 작년 가을엔 우리가 게으름을 좀 부렸다. 그래서 열심히 작두질하며 밭에 유기물을 넣고 있다.

각종 유기물들과 퇴비를 넣은 다음 로터리를 쳤다.

관리기로 줄 잘 맞춰가며 골을 탔다. 처음에 골을 잘 못 타 놓으면 농사짓는 내내 불편하다.

유기물이 밭과 잘 어우러지게 하려고 유용 미생물 EM(유기물의 발효를 돕는 미생물)을 물에 탔다.

골 위에 EM을 뿌리고 비닐 멀칭을 했다.

비닐 멍칭을 하고 비트 씨를 넣었다. 백화산 바로 밑에 있는 밭이라 고라니가 자주 출현하여 주변에 고추 지주대를 박고 토마토 끈으로 둘러놓았다. 이 밭에는 완두콩과 비트, 가지, 청양고추 등을 키울 계획이다.

해질 무렵 물에 담가 두었던 고수씨앗을 심었다. 고수는 발아가 잘 안 되기 때문에 하나하나 으깨어 반 토막을 낸 후 물에 4일 정도 담가 두었다 심으면 싹이 잘 나온다.  맛있는 고수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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