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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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7년~2008년

오랜만에 내린 단비 (2008.09.25)

백화골 2009. 3. 4. 13:02

어제 오후 저녁부터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그동안 속아온 전력이 있는 터라 아무도 믿지 않았다. 윗집 용민이네는 배추에 3시간 동안이나 호수를 연결해서 물을 주었다. 날씨는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일기예보가 맞았다.

저녁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많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밤새 비가 내렸으니 꽤 땅을 촉촉이 적셨나 보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계속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밤새 내린 비로 가뭄으로 고생하던 작물들이 얼마나 행복해 했을까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나뭇잎 사이로 밤새 내린 비가 방울방울 달려 있다. 시골에 내려온 이후로 이러저러한 피해 때문에 비를 싫어했으나 이렇게 가뭄이 심하게 드니 비가 내리는 게 얼마나 반가운 지 가슴이 다 뛰었다. 아침에 일어나 밤새 내린 비를 보며 하늘에 감사했다. 그동안 자라지 못했던 들깨, 야콘, 고구마, 무, 감자 등 작물들 밤새 많이 컸겠다.

원래 얼마 안 남은 땅콩을 마저 다 캐려 했으나 비가 내려서 일을 할 수가 없다. 오랜만에 얻은 휴가! 한국의 소림사로 불리는 국선도 수련원 지리산 백궁선원에 찾아갔다. 서울에서 직장생활 할 때 건강이 안 좋아서 여기저기 운동을 하러 찾아다녔으나 다 맞지 않았다.

지나치게 회원 유치하려 경쟁하는 모습이 마음 편해 보이지 않아서였다. 그러다 우연히 찾아간 종로 국선도 본원. 사범님이 국선도에 대해 대충 한 번 설명하더니 마무리로 한 마디 했다. “나에게 맞는다고 생각되면 오세요. 본인 마음에 편한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시작해 국선도를 2년이나 배웠다. 자연스럽게, 마음 가는 대로.

아무튼, 아주 오래전부터 무술 수련을 하던 절이었고, 그 전통을 이어받아 국선도 수련원으로 자리잡은 백궁선원에 진작부터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장수에서 1시간 반 거리. 첩첩산중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어 길을 찾기는 좀 어려웠지만, 편안하게 맞아주는 사범님들의 눈빛이 참 맑고 힘차 보인다. 자신의 마음을 수련하고 정진의 길을 걷는 사람들은 역시 뭔가가 다르다. 겨울철 농한기 때 이곳에 좀 오래 머무르며 몸과 마음을 새롭게 닦아볼까 생각 중이다. 

저녁 무렵 마을로 돌아오니 오랜만에 마을 회식 자리가 펼쳐져 있다. 얼마 전에 이주여성센터에서 일하는 한 이웃이 장기간의 베트남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한 턱 쏘는 자리. 삼천포에서 고속버스 퀵으로 배달된 회가 먹음직스럽게 상 위에 놓여있다. 산골에서는 회 먹기가 쉽지 않아서 “회 있습니다” 하면 발길 뜸하던 사람들도 엄청 잘 모인다.

오늘도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자리를 함께 하면서 즐거운 시간이 이어졌다. 노래도 부르고 그동안 서로 몰랐던 소식도 전하고... 오늘 내린 비로 딱딱하게 굳었던 땅이 좀 풀어져 땅콩, 고구마 캐기 쉬워졌겠다. 내일부터 열심히 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