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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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7년~2008년

땅콩과 참깨 수확, 늦더위, 가뭄, 비를 기다리는 밤! (2008.09.21)

백화골 2009. 3. 4. 13:00

늦더위에 가뭄이 계속된다. 한낮에는 30도까지 올라가고 비가 한달 째 전혀 안 내린다. 작년과 반대다. 작년에는 이맘 때 한달 내내 비가 와서 애를 먹었다. 올해는 비가 안 와서 작물들이 말라죽는다. 때아닌 늦더위에 파리와 모기떼만 미친 듯이 날뛴다. 게다가 추석 무렵부터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여 울상 짓는 사람들이 많다.

홍로 사과 5kg에 공판장 가격이 5~6천원, 상추 4kg 한 박스가 5~6천원, 토마토는 10kg 한 박스에 1만원 전후다. 가뭄으로 가뜩이나 수확량이 적은데 가격까지 떨어지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원래 날씨가 안 좋아 수확량이 떨어지면 공판장 경매가는 올라가는 법인데.

시골에 내려온 후부터 점점 추석이 싫어진다. 느긋하게 수확의 기쁨을 나누기는커녕 택배 물량 몰려 물류 대란으로 고생하고, 추석 전에 선물용 물량 맞추느라 쎄가 빠지는 농민들이 한둘이 아니다. 게다가 추석 지나고 나면 공판장 시세는 형편없이 떨어지기 일쑤.

긴긴 추석 시즌을 잘 넘겼는가 했는데 어제 도착해야할 가족회원 농산물이 아직 도착 안 한 곳이 있어 아침 내내 나가지도 못한 채 전화통 붙들고 확인중이다. 아직도 추석 물류대란 때문에 택배 정상화가 안 됐나 보다.

땅콩 수확을 시작했다. 땅강아지와 두더지, 고라니, 꿩 등이 일치감치 자기들 몫을 떼어가긴 했지만, 그나마 사람 먹을 몫을 남겨놓은 것만 해도 감지덕지다. 땅콩과 궁합이 잘 맞는 마사토 밭에 심은 덕인지 제법 충실하게 알이 잘 들었다.

올해 처음 심어 말려놓았던 참깨도 다 털었다. 참깨 농사 한번 짓고 보니 참기름 가격이 비싼 이유를 알겠다. 처음에 발아시키기도 어렵고, 확 크기 전까지 김메기도 여러 벌 해줘야 하고, 수확기에 비가 많이 와도 어렵고, 들깨에 비해 수확량도 얼마 안 나오고, 키질하고 씻어서 말리고 검불 골라 기름 짜기까지의 과정이 만만치가 않다.

산과 들 아무데나 마구 자라는 돼지감자 꽃이다. 이 돼지감자가 요즘엔 건강 식품으로 각광을 받는지라 일부러 키우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도 올해 노는 땅 여기저기에 돼지감자를 심었는데 노란 꽃이 참 예쁘다.

지독한 가뭄이다. 맑고 쨍쨍하기만 한 하늘이 계속된다. 풍경은 보기 좋으나 농민들은 애가 탄다. 게다가 어제 저녁 오랜만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서 이것저것 비 맞을 준비를 했다. 늦은 밤부터 쏟아진다고, 이제 늦더위가 한풀 꺾일 것이라고 하도 확신에 찬 예보를 하기에 진짜 비가 올 줄 알았다. 서울과 남쪽 지방에는 꽤 비가 많이 왔다고 하는데, 속 터지게도 장수군은 비가 내리지 않았다. 잠시 이슬처럼 가랑비보다 못한 양의 수중기가 대기를 살짝 스쳐지나갔을 뿐이다. 비슬비슬한 무 배추의 실망스런 한숨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