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07년~2008년

추석이 코앞, 농촌 일손 확보 초비상 걸리다 (2008.08.25)

백화골 2009. 3. 4. 12:58

올림픽이 끝나고 한국 농촌에선 추석 시즌이 개막됐다. 9월14일이면 아직도 3주나 남았지만 추석 대목을 노리고 농사지어온 많은 농민들은 오로지 이 한철 농산물 팔아 1년을 살아야 하기에 하루하루 피가 마르게 일한다.

특히 사과, 배 등 과수 농가와 버섯, 오미자 등 특용 작물을 키우는 농민들이 가장 바쁘다. 추석 선물에 맞추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몇 배의 일손이 필요하다. 각 농가마다 인력 확보하느라 초비상이지만 사람 없는 농촌에 갑자기 일꾼들이 뚝 떨어질 리 만무하다. 바깥에서 어떻게든 일손을 꾸어올 수밖에 없다.

농사일로 받는 일당은 보통 남자는 5~6만원, 여자는 3~3만5천원 선이다. 멀리서 일하러 오는 사람인 경우 숙식 제공에 참도 주고 술도 준다. 일은 보통 아침 8시에서 오후 6시까지. 힘들긴 하지만 하루이틀만 몸에 익히고 나면 어지간한 사람이면 다 할 수 있는 일이다.

며칠 전에는 친하게 지내는 형님 한 분이 한 달 간 남자 한 명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며 꼭 좀 알아봐 달란다. 지금 일하고 있는 필리핀 사람이 9월 한 달 동안 본국에 다녀오기로 했다고. 일단 서울서 친하게 지내던 네팔 이주노동자 친구에게 연락을 해 보았다. 이러저러한 조건을 말해주고 알아봐 달라고 했더니 주변에 농촌에 내려와 일할만한 사람이 없단다. 후배들에게도 하나둘씩 연락을 해 보았다. 요즘 일자리 없어서 노는 애들이 많긴 한데... 하면서 말끝을 흐린다. 다들 알아본다고 말만 하고선 연락이 없다.

도시에서 노는 한이 있어도 농사일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게다가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바뀐 정부에서 불법체류자가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게 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바람에 극악무도한 단속이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농촌에도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일하고 있는데, 단속 나오면 산으로 숨어 들어가 있다 다시 나와서 일하기도 하고, 또 종종 잡혀가는 등 어려움이 많단다. 그래서 함부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고, 농촌에선 금방 누구 집에 외국인이 있더라 소문이 잘 나기 때문에 고용하는 사람이나 일하는 사람이나 꺼린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번 기회로 젊은 사람들이 참 농촌과 농사일을 싫어하는구나 하는 것을 절실히 알게 됐다. 과수원마다 사과는 익어가는데 저걸 다 누가 따서 일일이 포장해 도시 사람들에게 추석 선물로 보낼까. 올해 역시 계속되는 밤샘 작업으로 입술 부르트는 농민들 많이 보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