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12년 44

플랭카드

마을 들어오는 입구에 플래카드가 걸렸습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무주/진안/장수/임실 지역구 당선자가 바로 우리가 사는 마을 태생이라고 하네요. 십여 호밖에 살지 않아 정식 마을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옆 마을 소속으로 되어 있는 작은 우리 마을로서는 이렇게 여봐란 듯이 플래카드 거는 게 거의 처음 있는 일입니다. 우리 마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조금 보내다가 곧 도시로 나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마을 어르신들은 국회의원 당선자의 고향이 우리 마을이라는 사실에 뿌듯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얼른 당선 축하 플랭카드를 걸자고 하셔서 서둘러 현수막 업체에 주문하고 받자마자 도로변에 달아놓았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의 뿌듯한 마음이 오래오래 가실 수 있도록, 정말로 농촌을 지키는 소중한 정치인으로 자리매김 했으면 좋..

나무심기

매년 봄마다 한시적으로 문을 여는 읍내 나무시장에 다녀왔습니다. 일이 밀려있긴 하지만 새로 터를 잡은 집 마당 곳곳에 나무 심기를 더 이상 미룰 수는 없지요. 청매실 다섯 그루, 슈퍼 오디가 열린다는 뽕나무 세 그루, 복숭아 살구 앵두 대추는 각각 한 그루씩, 비탈진 경사면에 심을 두릅은 스무 그루... 묘목 파는 아저씨가 당부한 대로 흙을 꾹꾹 밟으며 심고난 뒤 물을 흠뻑 주었습니다. 지금은 그냥 다 가느다란 회초리처럼 생긴 나무들이지만, 올 한 해 뿌리를 잘 내리고 나면 제법 나무다워지겠지요? 내년 봄엔 부지런한 매화가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려주길 기대해 봅니다.

봄작물 옮겨심기

일기예보를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주말부터 날씨가 풀린다더니 정말 확 따뜻해졌습니다. 당분간은 최저 온도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바로 이 때입니다. 하우스에 모종 옮겨 심기 딱 좋은 때. 며칠 전부터 옮겨 심을 시기를 살피던 봄작물 모종들을 오늘 드디어 본집으로 이사시켜 주었습니다. 새로 지은 하우스 안이 갑자기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환해졌습니다. 연청색 양배추, 진청록빛 브로콜리, 브로콜리보다 살짝 밝은 녹색의 컬리플라워, 연두빛 봄배추... 같은 초록빛이라도 종류별로 제각각 다른 개성을 지녔습니다. 식물들의 세계엔 정말로 다양한 초록빛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호미를 들고 오랜만에 모종 심기를 하는 손이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아,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뭔가를 ..

봄눈 내리는 4월 아침

밭에서 일하고 있는데 올해 회원 신청하신 분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저... 올해 농산물 발송이 다음주부터라고 하셨나요?” 헉, 회원분의 착각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옵니다. 회원분들에게 일찍부터 농산물을 보내드리지 못하는 이유는 이런 풍경 때문입니다. 인터넷 뉴스에 보니 ‘19년만의 4월의 눈’이라는 제목이 떴네요. 물론 서울 기준입니다. 장수에선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재재작년에도... 4월에 항상 눈이 내렸습니다. 당연히 밭 작물 들어가는 시기가 늦어질 수밖에요. 게다가 근 몇 년 동안 봄철 이상 한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4월에 눈이 오더라도 이렇게까지 천둥번개까지 동반한 폭설이 내린 적은 없었는데 말이에요. 이상기온 때문에 작물 들어가는 시기를 더욱 조심스럽게 조절하고 있는 중입니다. 주변 농..

감자 심고 배수로 파기

오후가 되면서 날씨가 풀리네요. 이제 봄 다운 봄이 시작되려나 봅니다. 추운 겨울 동안 고생 고생 하우스 짓고 땅 만들며 열심히 일한 터전 위에 올해 첫 작물 감자를 심었습니다. 감개무량입니다. 미니 포크레인으로 땅을 뒤집고 돌 한번 더 고르고 땅을 다듬어 놓았습니다. 감자를 심으려고 관기리로 두둑을 만드는 데 땅이 굉장히 생각보다 부드럽고 좋습니다. 땅 속에 유기물도 제법 그득합니다. 두둑을 만들고 미리 썰어서 나무재에 버무려놓은 씨감자를 심었습니다. 파종기로 심고 복토 하는 일이 오랜만이어서인지 좀 힘들긴 했지만, 다 심고나니 참 좋습니다. 감자를 심었으니 이제 백화골의 2012년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입니다. 개간하고 처음 땅 만들 때면 돌을 골라야 합니다. 캐도캐도 계속 나오는 돌들. 몇 달..

초미니 포크레인으로 땅 뒤집기

꽃샘추위가 물러간다는 예보였지만 하루종일 추운 날씨였습니다. 새벽 기온은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네요. 오늘 하루는 포크레인 기사가 되어 일했습니다. 군에서 운영하는 농기계 임대센터에서 작은 포크레인을 하루 빌려와 하우스 땅을 뒤집었습니다. 개간한지 얼마 안 된 생 땅이라 전체적으로 한 번 뒤적거려주면 배수도 좋아지고 흙도 농사짓기에 훨씬 좋은 상태가 됩니다. 트랙터나 큰 포크레인 같이 무거운 기계가 자꾸 밭에 들어가면 땅이 눌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작년까지는 하우스 안에 땅은 삽으로 땅을 뒤집으며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알아보니 작은 포크레인은 가벼워서 땅도 안 눌리고 삽으로 파는 것보다 훨씬 깊게 땅을 갈 수 있다더군요. 제일 중요한 건 삽으로 파면 10일은 ..

씨앗을 넣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눈보라가 몰아칩니다. 한동안 따뜻하더니 꽃샘추위군요. 오늘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어떡하나? 밖에 나가보니 눈도 꽤 쌓인 데다 너무 춥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일할 수 있는 날씨가 아닙니다. 오전에는 일단 집 안에서 씨감자를 썰어놓기로 합니다. 한창 씨감자를 썰고 있는데 근처 사는 형님이 직접 산에서 캔 칡으로 짠 것이라며 칡즙을 가지고 놀러오셨습니다. 놀러온 형님도 날씨가 추워서 일을 못하고 차 한 잔 마시러 온 것입니다. 토마토 농사를 짓는 이 형님은 겨울 농한기 동안 심마니로 변신했다네요. 산에서 산으로 돌아다니며 굵은 칡뿌리를 캐다가 즙 짜는 일을 하셨다고요. 고생고생해서 캐서 짠 칡즙을 한 상자나 선뜻 선물로 주고 가시네요.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니 금방 시간이 흘..

바쁜 3월

땅이 녹기 시작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습니다. 겨울 동안엔 일하고 싶어도 모든 것이 다 꽝꽝 얼어붙어 있어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았는데, 이젠 눈 대신 비가 내리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갑자기 정신 못차릴 정도로 모든 일이 바쁘게 돌아갑니다. 겨우내 뼈대를 박아놓았던 하우스에 드디어 비닐을 씌웠습니다. 비닐 씌울 땐 여러 가지 노하우가 필요한데,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날씨입니다. 바람 불 때 잘못 비닐 씌우다가는 비닐이 통째로 날아가버리거나 몇 십 만원이나 하는 비싼 하우스 비닐이 찢어져버리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비닐 씌우는 작업은 보통 바람이 가장 적게 부는 시간대인 이른 새벽에 여러 사람이 붙어서 빠른 시간 안에 끝내곤 하지요. 저희도 비닐 씌우는 날 주변 농사 친구들 몇몇에..

봄을 준비하는 새싹들

지금은 다시 영하로 뚝뚝 떨어지는 겨울 날씨가 되었지만, 요며칠 제법 봄바람도 불고 푸근했습니다. 저녁밥 먹고 아랫집 마실 가서 이 얘기 저 얘기 하며 노는데, 친구가 한마디 합니다. “개구리가 울기 시작했어.” 엥? 벌써? 온천지가 개구리 울음소리로 뒤덮이는 계절이 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개울물 흐르는 도랑이 집 옆으로 지나가는 친구네 집에선 용케도 첫 개구리 소리를 놓치지 않고 들었나봅니다. 그러고보니 저희도 어제 올해의 첫 번째 파리를 목격했어요.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는 저녁 추위에 잘 날지도 못하고 비실비실 가엾은 모습이긴 했지만... 겨울눈이 아직 그대로 쌓여있는 응달이라도 자세히 살펴보면 힘차게 움직이는 생명을 만날 수 있습니다. 눈 녹은 물 받아 마셔가며 조금씩 조금씩 뿌리 힘을 키워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