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12년 44

하지 감자 캐기

104년 만의 가뭄이라지요? 뉴스에 가뭄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단골로 나오는 영상이 감자랑 양파 캐는 장면이더라고요. 농민 인터뷰도 하나씩 들어가지요. 한 손에 작은 감자를 들고서 “예년엔 주먹 만한 감자들이 줄줄이 나왔었는데, 올해는 보시다시피 탁구공 만한 놈들만...” 운운. 요즘 감자 가격이 비싸서인지 감자를 찾으시는 분들이 많아, 예정보다 조금 일찍 노지 감자를 캐기 시작했어요. 감자는 원래 하지 무렵에 캐는 거니까 요즘 캐는 게 맞긴 맞지요. 주변에서 올해 감자 농사 별로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마음의 준비를 하긴 했는데, 역시나 저희밭에서도 탁구공 만한 감자들이 주를 이루더라고요. 올해 같은 날씨에 이만큼 자라준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올해 감자 캐기는 영 흥이 나지 않네..

노지 브로콜리 수확, 부직포, 수정 벌

노지 브로콜리 브로콜리는 벌레가 많이 타는 작물입니다. 처음 농사 시작할 때 무턱대고 심었다가 브로콜리 속까지 잔뜩 달라 붙어 있는 벌레를 보고 기절할 뻔 한 적도 있었지요. 맛있어서 벌레들이 좋아하나 봐요. 노지에서는 관리하기가 어려워 더욱 키우기가 어려운 편인데, 올해는 반갑게도 제대로 된 노지 브로콜리가 나와주었네요. 물빠짐이 잘 되는 땅에 심고, 가뭄이지만 스프링클러로 물을 주고, 고삼뿌리와 제충국 등으로 만든 유기농기피제를 자주 뿌려주었더니 요렇게 이쁘게 자랐네요. 사실 봄에 심으면서도 이건 성공하기 힘들거야 하고 심었는데 잘 자라서 너무나 기뻤습니다. 장마 오기 전에 부직포 깔기 유기농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바로 풀을 잡는 일입니다. 풀 한 포기 없이 작물만 깨끗하게 자라는 밭들은 거의 다 제..

햇감자 캐고, 완두콩 따고

숨가쁘게 하루하루가 지나갑니다. 예년 같으면 이맘 때쯤 노지 밭에 풀 나지 말라고 부직포까지 깔고는 조금 여유 있게 일을 할 때입니다. 이사해서 겨우내 밭 만들고 하우스 짓느라 파종이 늦었고 올해 첫 농사 짓는 땅이라 참 할 일이 많네요. 농사 일이 힘들어도 잠깐씩 숲을 보고 집을 보고 하늘을 보면 행복해집니다. 토요일에 하우스 감자를 캤습니다. 생땅에 짓는 첫 농사라 엄청나게 공을 들여 키웠고, 잎도 잘 자란 터라 감자가 줄줄이 쏟아져 나올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캐보니 평년작입니다. 감자가 생각보다 덜 나와서 투덜대고 있는데 동네 할아버지 한 분이 오셔서 보시다가 “자네, 생땅에 짓는 첫 농산데 그 정도면 됐지, 그 정도면 됐어!” 한마디 하십니다. 듣고 보니 아차, 너무 욕심을 부렸구나 싶습니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정말 지독한 봄가뭄입니다. 요새 농사짓는 사람들은 만나기만 하면 혀를 끌끌 차지요. 그래도 지난 주엔 오랜만에 비다운 비가 한 번 시원하게 와주었어요. 시들시들 하던 작물들이 이 비 한 번 맞고서 다시 기운을 차렸답니다. 작물들보다는 풀들이 먼저 비냄새 맡고 쑥 올라오긴 했지만요. ^^ 지난 주에 보내드렸던 열무와 청경채예요. 열무는 좀 맵고 뻣뻣한 편이었지요? 그 맛이 바로 ‘봄가뭄의 맛’이랍니다. 호스를 연결해 몇 번 물을 주긴 했지만, 워낙 메마른 날들만 계속되다 보니 턱도 없더라고요. 키도 안 크고 뻣뻣하게 자랐어요. 방제도 평소보다 몇 배나 더 많이 해주긴 했는데, 식물의 성장세 자체가 더디다보니 벌레 구멍이 송송송 많이도 뚫려버렸네요. 그래도 저흰 워낙 힘들게 키운 것이라 그런지 마구 애정이 ..

봄배추 수확

봄배추를 수확했어요. 가지런히 쌓아놓은 배추를 보면 왠지 흐뭇한 기분이 들어요. 한국 사람이라 그런 걸까요? 요즘 너무 너무 일이 많아서 블로그에 제대로 정리된 글 올릴 틈이 도저히 나지가 않네요. 차분히 컴퓨터 앞에 앉을 만한 시간이 날 때까지는 한동안 이렇게 짧은 글과 사진으로만 백화골 근황 전하겠습니다~ 바쁘지만 웃으며 일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뽕잎 따러 가세~

지난 주 첫 번째 농산물 발송을 무사히 다 끝내고, 오늘은 둘째 주 농산물을 화요 회원 분들께 발송했습니다. 1주일이 후딱 지나갔네요. 이번 주엔 산에서 채취한 것들과 밭에서 딴 것들, 그리고 지난해 농사지은 것을 갈무리해 두었던 것들이 사이좋게 섞여서 회원님들 집으로 갈 예정이랍니다. 날은 뜨겁고 비는 유난히 인색한 5월이네요. 아무리 발송 작업이 바빠도 물주기를 빠뜨릴 수는 없지요. 어제 저녁 심은 단호박에 물을 주고 있어요. 발송 품목들 중에서 가장 먼저 수확하는 게 바로 상추와 쌈채소들이랍니다. 해 뜨기 전 잎이 싱싱한 상태에서 따야 그 싱싱함이 오래 가거든요.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는 시기라 이른 아침 기온은 늘 10도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새벽 시간 차가운 상추를 따다보면 손이 시려워요. 곱..

발송 시작 3일 전

#식물은 물을 좋아해 요즘 하루는 물 주기로 시작해 물 주기로 끝나고 있습니다. 농사 지으며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식물들은 정말 물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간혹 군자란이나 다육 식물 같은 예외도 있긴 하지만, 우리 밭에서 자라는 채소들은 하나같이 다 물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특히 발아기나 어린 유묘기 때는 물을 정말 자주 자주 챙겨서 줘야 하지요. 1주일 넘게 비가 안 오고 있어요. 열흘 전 쯤에 왔던 비도 충분히 쏟아진 비가 아니라 찔끔 오고 만 비였기 때문에 노지 작물들이 요즘 목말라 하고 있답니다. 여기에 때 이른 여름 더위까지 겹쳐 땅에선 흙먼지만 폴폴 날립니다. 처음엔 물조리개로 물을 주기 시작하다가 다음날엔 긴 호스에 물 분사기를 끼워서 물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엔 아예 삼발이 스프링..

봄날 근황들

농부에겐 하루가 백일 같은 소중한 봄날입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휙휙 빠르게 지나갑니다. 그러고보니 벌써 5월이네요. 올해 백화골 밥상을 함께 나누어주실 가족회원 분들도 다 모집이 되었고, 모두들 언제쯤 농산물이 오려나 궁금해 하며 기다리고 계시겠네요. 이런 저런 근황들을 자주 올리고는 싶지만,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정신없이 달리며 일하는 계절이다 보니 마음처럼 잘 되질 않네요. 문자 메시지에도 바로바로 답장 못하고 있고요. 이참에 죄송하다는 말씀 전해드려요. 정신없이 땅만 보며 일하다가도 고개를 탁 들면 눈 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만 나올 뿐입니다. 신록. 막 물이 오르기 시작한 숲과 논밭의 푸른빛이 힘든 몸에 저절로 힘을 줍니다. 집 앞 낙엽송 숲이 햇빛을 받아..

무서운 봄바람

어제만 해도 맑고 화창하고 평화로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비바람이 몰아칩니다. 비보다도 바람이 굉장히 거셉니다. 모종 하우스에서 토마토와 청경채 씨앗을 넣는데 윙윙거리는 바람 소리와 하우스가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들썩들썩하는 소리에 가슴이 철렁입니다. 몇 달에 한 번씩 있는 마을 노인회 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저희는 노인은 아니지만, 마을 주민이 대부분 노인회 회원이어서 그냥 마을 모임으로 생각하고 참석하라는 노인회 회장님의 명령(^^)에 따라 근사한 횟집 점심 자리에 함께 끼었습니다. 다른 마을은 새로 이사온 사람에게 노인회에 거액의 찬조금을 내라고 강요하여 갈등을 겪는 일도 있다는데, 저희 마을은 이것저것 사주시기까지 하니 황송합니다. 거창하게 차려진 회를 맛있게 먹어야 하건만, 마음은 하우스와 ..

작은 들꽃들

봄부터 가을까지는 하루하루 늘 바쁜 농번기이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눈코뜰 새 없이 바쁜 때가 바로 4월과 5월입니다. 특히 올해는 새롭게 밭을 만드는 일까지 겹쳐져 더더욱 바쁜 나날들이네요. 때를 놓치기 전에 씨를 넣고 작물이 밭에 들어가야 하므로 요즘 백화골은 그야말로 ‘비상시국’입니다. 몸 이곳저곳에서 근육과 관절들이 삐그덕삐그덕 비명을 지르든 말든, 해 떠 있는 시간 동안엔 거의 쉬지 않고 일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도 일찌감치 집에서 나와 밭으로 ‘출근’을 합니다. 밭으로 가는 길이 어느 새 푸릇푸릇 풀들과 냉이꽃을 비롯한 작은 들꽃들로 뒤덮였습니다. 특히 들꽃들은 주의해서 보지 않으면 잘 눈에 띄지도 않는 작은 꽃들입니다. 그래도 조금만 시선을 발 밑에 두고서 천천히 걸어가보면,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