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눈보라가 몰아칩니다. 한동안 따뜻하더니 꽃샘추위군요. 오늘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어떡하나? 밖에 나가보니 눈도 꽤 쌓인 데다 너무 춥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일할 수 있는 날씨가 아닙니다. 오전에는 일단 집 안에서 씨감자를 썰어놓기로 합니다.
한창 씨감자를 썰고 있는데 근처 사는 형님이 직접 산에서 캔 칡으로 짠 것이라며 칡즙을 가지고 놀러오셨습니다. 놀러온 형님도 날씨가 추워서 일을 못하고 차 한 잔 마시러 온 것입니다. 토마토 농사를 짓는 이 형님은 겨울 농한기 동안 심마니로 변신했다네요. 산에서 산으로 돌아다니며 굵은 칡뿌리를 캐다가 즙 짜는 일을 하셨다고요. 고생고생해서 캐서 짠 칡즙을 한 상자나 선뜻 선물로 주고 가시네요.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니 금방 시간이 흘러갑니다. 점심 때가 되었는데도 날씨는 풀릴 생각을 않고...
점심 먹고 난 뒤엔 찬바람을 뚫고 나가 씨앗을 넣었습니다. 씨앗 넣는 때가 예년에 비해 조금 늦은 편입니다. 작년엔 너무 일찍 작물을 심었다가 3월 말 한파에 고생고생 했던지라 일정을 조금 늦췄습니다. 하지만 준비는 미리 다 해두었지요. 올 한 해 농사지을 씨앗도 한꺼번에 미리 다 주문해놓고, 유기농으로 모종 키울 때 사용하는 상토도 며칠 전에 택배로 주문해 받아 놓았습니다.
작년엔 낮에는 비닐하우스에서, 밤에는 방안에서 모종을 키웠는데 매일 옮겨주느라 좀 힘들었어요. 그래서 올해는 모종 하우스에 육묘용 난방필름을 설치했습니다. 일반 전기를 사용하면 전기세 감당이 안되겠지만 농업용 전기라 큰 부담은 없습니다.
봄배추, 브로콜리, 컬리플라워, 양배추, 양상추 등 가장 빨리 밭에 들어갈 봄 작물들 씨앗을 다 넣고 나니 해가 저뭅니다. 찬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일기 예보를 보니 오늘밤은 영하 8도까지 떨어질 거라고 하네요. 하지만 오늘 넣은 씨앗들은 따뜻한 보온덮개 안에서 꿈틀꿈틀,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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