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주소 : 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 / 연락처 : 010-2336-0748 / 유기농 인증번호 : 07100003

농부의 하루/2012년 44

마지막 발송! 겨울잠 들어갑니다

올해 백화골 가족회원 마지막 발송하는 주. 앞산의 낙엽송들이 아직 금빛 잎들을 채 떨어뜨리지도 않았는데 올해의 첫눈이 쏟아집니다. 태풍으로 인한 임시 중단 사태 때문에 몇 주 뒤로 밀리다보니, 이렇게 첫눈 맞으며 발송작업 하는 일도 생기는군요. 경치는 말도 못하게 아름답지만, 거의 동태가 되어서 포장 작업을 했습니다. 얼음장 같은 채소들을 계속 만져야 하기 때문에 손이 금세 곱아버리는 것이 문제. 전자레인지에 데운 핫팩을 수건으로 싸놓고 수시로 수건 속에 손을 디밀어가며 일했습니다. 그래도 기분은 참 행복하네요. 어느 회원분의 말처럼, 이렇게 기적같이 올해의 발송을 무사히 마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말이에요. 마지막 주에 보내드리고 있는 채소들은 크기가 조금씩 다 작습니다. 부서진 하우스를 다시 세..

춤추는 무, 11월의 비

밤새도록 11월의 비가 내렸습니다. 집 앞으로 보이는 남덕유산은 벌써 설산이 되었습니다. 네팔에서 보았던 히말라야 설산이 생각나는 아침입니다. 여전히 가을 하늘빛은 아름답습니다. 숨막힐 듯 멋진 가을 날에 마무리 수확이 한창입니다. 첫 해에 심었다가 크게 망하는 바람에 그 이후로 쳐다보지도 않았던 콩 농사에 다시 도전해보았습니다. 결과는 역시 좋지 못하지만 그래도 꽤 많은 양을 심어놓아서 콩 베어놓고 옮기는 데만 한나절이 걸렸습니다. 며칠 잘 마르라고 마당에 죽 펴서 널어놓았습니다. 바짝 말려서 털고 콩대는 잘게 잘라 땅심 살리기를 위해 낙엽과 함께 밭에 넣어줄 계획입니다. 며칠 전 영하 5도까지 내려간다는 일기예보에 부랴부랴 얼어죽을 만한 노지 작물들을 수확했습니다. 무도 다 뽑았는데, 무청을 분리하고..

10월의 끝, 11월의 시작!

영하로 온도가 내려가면 노지 작물들이 죽을 수도 있는데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아침 최저 기온이 0도까지만 내려갔습니다. 1주일에 한번 정도씩 비가 내리고 맑은 날씨가 계속되어 작물들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태풍 이후에 다시 발송을 재개할 수 있을까? 회비를 다 채워서 농산물을 보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순조롭게 수확과 발송작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느새 10월의 끝! 앞산 빛깔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네요. 아니, 하루 단위가 아니라 시시각각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요. 시간만 있다면 매일 똑같은 곳을 똑같은 시간에 사진 찍어서 자연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아침엔 몇 겹이나 옷을 껴입고 일을 합니다. 사진으로 보이는 건 무랑 콜라비 밭이에요. 오돌오돌 추위를 타는..

가을은 참 예쁘다

날씨가 부쩍 추워졌습니다. 이곳은 이미 1주일 전 쯤 첫 서리가 내렸습니다. 지붕 위에 하얗게 내린 서리를 보니 ‘올해도 이제 다 갔구나’ 하는 감회와 ‘이제 겨울이 시작되는군’ 하는 설렘이 함께 느껴지네요. 낮에 라디오를 틀어놓고 밭일을 하는데 ‘가을은 참 예쁘다’라는 노래가 나오더군요. 정말, 가을은 참 예쁩니다. 하루종일 그 찬란하게 빛나는 ‘예쁜 가을’ 속에서 일하다보니 사진으로나마 가족회원분들과 가을을 함께 나누고 싶어졌어요. 오늘은 사진을 좀 많이 올리렵니다. 하얗게 서리가 내린 지붕. 코앞으로 다가온 겨울이 느껴집니다. 서리에도 끄떡없는 로메인 상추예요. 로메인 중에서도 올해 처음으로 심어본 ‘미니 컵 로메인’이라는 품종이랍니다. 날 추워질수록 맘 급해지는 건 고구마입니다. 열 일 제쳐두고 ..

발송을 다시 시작하다

컴백홈~ 백화골 푸른밥상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태풍 피해 입자마자 노지 밭에 심어놓은 작물들이 잘 자라주어 푸릇푸릇한 채소들로 제법 구성해서 보내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매일 전기 드릴, 그라인더, 전기 커터기, 쇠파이프... 이런 것들만 만지다가 오랜만에 밭에 앉아 쌈배추도 따고 상추도 따고 하니 아이고, 정말 너무 행복합니다!! ^^ 역시 농사꾼은 흙을 만지며 살아야 되는 것인가 봅니다. 노지밭에 심어 놓은 작물들입니다. 태풍 전에 브로콜리와 양배추가 자라고 있었는데 거의 대부분 쓸려 내려가서 태풍 후에 쌈배추와 상추, 양상추 등을 다시 심었습니다. 복구 작업 하느라 제대로 신경을 못 써주었는데도 매자동의 따사로운 햇볕과 맑은 공기, 적당한 일교차가 알아서 잘 키워주었네요. 요맘 때 먹으면..

태풍 복구 작업 완료!!

드디어, 드디어!! 태풍 피해 복구 작업이 끝났습니다. 8월 28일 아침 8시30분에 날아간 비닐하우스를 꼬박 한달 동안 다시 세웠습니다. 땅과 하늘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농민에게 자연 재해가 어떤 것인지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한 달 내내 시간에 쫓겨가며 복구 작업을 하면서, 몸이 너무 힘들거나 마음이 울적해질 때마다 솔직히 농사일 다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도 울컥 울컥 올라오곤 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자, 하며 일하다 보니 어느새 힘든 마음도 차분히 정리되어 간 것 같습니다. 일정이 많이 늦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완성된 하우스를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하우스 작업을 하다보면 쇠파이프에 피스못 박을 일이 정말 많습니다. 오른쪽 손목을 다치는 바람에 왼손으로 드릴질을 했는데, 익숙한 ..

베트남 쌀국수

며칠동안 주변 농민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산바가 지나갔습니다. 볼라벤 때 하도 크게 당했던 터라 새로 씌워놓은 십여 동 하우스 비닐을 모조리 다시 벗겨놓은 사람도 있었고, 아직 채 익지 않은 사과를 눈물을 머금고 미리 다 따놓는 등 다들 무리수를 써가며 태풍 대비를 했답니다. 저희는 일이 예정보다 많이 늦어지는 바람에 하우스 비닐을 새로 씌워놓기 전이라 오히려 담담한 마음으로 태풍맞이를 할 수 있었지요. 전북지역은 이틀 동안 하염없이 쏟아진 비를 제외하면 이번엔 별다른 피해 없이 지나갔습니다. 아침 뉴스를 보니 남해와 경상도 지역은 피해가 꽤 큰 모양이네요. 예전같으면 ‘다행히 큰 피해 없이 태풍이 지나갔다’고 했을 테지만, 태풍이 방향 각도를 조금 꺾는 바람에 우리 대신 피해를 입은 다른 지역 사..

태풍 피해 복구 2주차

화요일에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태풍으로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지난 주말에 애써 심은 작물들이 조금 떠내려갔습니다. 열심히 피해복구를 하려는데 또 폭우가 내려버리니 힘이 빠지더군요. 밭에 물이 가득 차버려서 하우스 다시 세우는 작업도 더디게 진행됐습니다. 땅이 마르고 다시 복구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미니 포크레인을 농기계임대센터에서 빌려와서 태풍과 폭우로 쓸린 밭 배수로를 정비했습니다. 다음날엔 구부러진 하우스 파이프를 펴는 밴딩기를 빌려왔습니다. 하루 임대료는 1만원입니다. 마을 어르신 한 분이 태풍 때 자기 하우스도 폭삭 가라앉았다고 도움을 요청하셔서 우리밭 일을 하기 전에 잠시 동안 하우스 파이프 펴는 일을 해드렸습니다. 시골 어르신들 특징 중 하나가 아무리 조그만 일 하나..

태풍 피해 복구 작업중

태풍이 전국을 싹쓸이하고 간 뒤 벌써 1주일이 지나갔네요. 지금 백화골에선 파손된 하우스 복구 작업과 가족회원 농산물 재발송을 위한 농사 준비 두 가지를 함께 병행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답니다. 생각처럼 일이 착착 진행되진 않고 있지만, 그래도 해볼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려고 해요. 시간은 촉박한데 할 일은 너무 어마어마해서 기운이 빠질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회원분들의 격려와 고마운 도움의 손길들 덕분에 힘을 내서 일하고 있답니다. 태풍이 지나가고 다시 화창한 날 아침. 부서진 하우스 잔해를 보고 있지나 마음도 답답하고 어디서부터 일을 시작해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옆 마을로 이사와 유기농 농사짓는 수용이네가 찾아와 훨훨 날아다니며 정리 작업을 도와주었습니다...

태풍 피해로 가족회원 발송을 잠시 중단합니다

해마다 오는 태풍이지만, 이번 태풍은 피하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지금까지 그 숱한 자연재해를 용케도 피해왔던 게 오히려 기적 같습니다. 농산물 가족회원을 시작한 7년 만에 처음으로, 발송을 일시 중단합니다. 하우스도, 노지밭도 살아남은 작물들이 거의 없고 한동안은 복구작업에 매진해야 하는 상황이라 가족회원 발송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9월 한 달은 복구 작업 및 새로 밭을 만들고 씨앗을 넣는 일에 전념하려고 합니다. 어느 정도 새 작물들이 자라서 발송이 가능해지면 다시 연락 드리고 발송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총 24회 발송 예정이었는데 지금까지 15회(화요일 받으시는 분은 16회) 발송이 되었고요, 원래대로라면 앞으로 9회(화요일 회원은 8회) 더 농산물 발송을 해야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