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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2년

초미니 포크레인으로 땅 뒤집기

백화골 2012. 3. 13. 23:24

꽃샘추위가 물러간다는 예보였지만 하루종일 추운 날씨였습니다. 새벽 기온은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네요. 

오늘 하루는 포크레인 기사가 되어 일했습니다. 군에서 운영하는 농기계 임대센터에서 작은 포크레인을 하루 빌려와 하우스 땅을 뒤집었습니다. 개간한지 얼마 안 된 생 땅이라 전체적으로 한 번 뒤적거려주면 배수도 좋아지고 흙도 농사짓기에 훨씬 좋은 상태가 됩니다. 

트랙터나 큰 포크레인 같이 무거운 기계가 자꾸 밭에 들어가면 땅이 눌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작년까지는 하우스 안에 땅은 삽으로 땅을 뒤집으며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알아보니 작은 포크레인은 가벼워서 땅도 안 눌리고 삽으로 파는 것보다 훨씬 깊게 땅을 갈 수 있다더군요. 제일 중요한 건 삽으로 파면 10일은 걸릴 일이 하루면 끝난다는 것이구요. 농기계 임대센터에서 빌려오는 값은 하루 7만원이고, 기름값이 2만원 정도 추가로 들어갑니다.  

우선 뒤집기를 하기 전, 주변에서 구한 기장 볏짚을 전체적으로 깔고 유박퇴비도 일부 넣었습니다. 할 일은 많은데 빌린 시간은 한정돼 있으므로 한가하게 일할 때가 아닙니다. 어제 저녁 때 빌려둔 포크레인을 아침 6시부터 무조건 작동시켰습니다. 포크레인 작업을 본격적으로 해본 건 처음이라 기계에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1~2시간 지나니 대충 감이 오더군요. 작업 속도는 조금 빨라졌지만 워낙에 초보가 하루 만에 끝내기엔 어려운 면적입니다. 기계를 반납하러 가야 하는 시간인 5시 30분까지 거의 하루종일 포크레인 의자에만 앉아있었습니다. 밥도 밭에서 5분 동안에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먹어치웠습니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벌써 돌을 수 차례나 골라냈지만, 깊이 파기를 하니 손으로 들기 힘들 만큼 큰 돌들도 마구 쏟아져 나오네요. 당장 걸리적거리는 큰 돌들은 바로 골라내었지만, 작은 돌들은 내일 하루 온종일 시간을 들여 골라내야 할 것 같습니다.

하루종일 미친 듯이 일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시간 안에 하우스 네 동 뒤집기를 다 마쳤습니다. 골고루 파헤쳐진 땅을 보니 흐뭇합니다. 얼른 기계 갖다달라고 독촉하는 임대센터에 포크레인을 반납하고 돌아오는데, 아랫집 성환이네가 맛있는 생굴이 한 상자 생겼다며 저녁 먹으러 오랍니다. 당연히 가야지요~ ㅎㅎ 싱싱한 여수 생굴이 잔뜩 차려진 상 앞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방바닥은 계속 덜덜거리는 것 같고, 굴껍데기 까는 게 마치 땅 파는 것처럼 느껴지네요.  몸을 좀 많이 혹사시키긴 했나 봅니다. 오늘 밤엔 아무래도 땅 파는 꿈을 꿀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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