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17년~2022년

봄이 오는 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백화골 2022. 3. 18. 14:34

봄이 오는 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나 봅니다. 끝없이 겨울만 계속될 것만 같던 날씨가 어느덧 풀리기 시작하더니 산수유와 매화가 첫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습니다. 때가 되면 반드시 봄날이 온다는 이 단순한 이치가 새삼 새롭게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나라 안팎으로 우울한 소식이 가득하지만, 그래도 이 시기가 지나가면 봄날 같은 따뜻한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 거란 믿음으로 오늘도 열심히 땅을 일굽니다.

 

 

영차영차! 백화골은 요즘 두둑 만들고 씨앗 넣고 가꾸며 힘차게 농사 시작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유기농사를 배우고자 찾아온 수아님, 기열님이 2월부터 함께 일을 해서 빨리 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젊은 예비 농부들이 일손을 도우니 더욱 힘이 납니다.

 

 

유기농은 땀심을 살리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 유기물을 많이 넣고 뒤집어 줘야 합니다. 작년 가을에 농사지은 콩대와 옥수수대를 잔뜩 넣고 미니포크레인으로 한 번씩 뒤집고 관리기로 두둑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관리기가 크기는 작아도 다루기가 쉽지 않은 기계인데, 처음 배우는 수아님이 며칠 만에 줄도 척척 잘 맞추며 예쁜 두둑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고추 모종이 이렇게 많이 자라서 가식을 해줬습니다.

 

 

올해 제일 먼저 밭에 심은 양배추 모종이 잘 자랐습니다.

 

 

브로콜리,콜라비, 알배기 배추를 함께 비닐하우스에 심었습니다.

 

 

기후변화로 땅속 벌레들이 많아져서 유기농사가 더 어렵습니다. 양배추나 브로콜리는 거세미나방 애벌레들이 땅 속에서 뿌리 위쪽을 잘라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비해 제충국 꽃가루로 만든 유기농 자재를 미리 땅속에 뿌려주었습니다. 별다른 피해 없이 잘 자라도록 앞으로 미생물도 뿌려주고 손으로 직접 벌레를 잡기도 할 예정입니다.

 

 

심기만 하면 쑥쑥 잘 자라주는 완두콩입니다. 비가 오기 전에 서둘러서 두둑을 만들고 완두콩을 심었습니다. 계속 씨앗을 받아서 키우고 있는데, 어서 뾰족뾰족 고개를 내미는 귀여운 연두빛 새싹들이 보고 싶습니다.

 

 

서둘러 일을 하다 보니 관리기 앞에 힘을 많이 받는 부분이 톡 부러졌습니다. 제 용접 실력으로는 붙여도 다시 떨어져서 난감했습니다. 고치러 나가려면 하루를 다 써버려야 해서 어찌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이웃에 사시는 스님이 뜻밖에도 용접을 잘 하신다며 도와주러 오셨습니다. 평소 단아하게 다도를 즐기는 모습만 봤었는데, 이렇게 의외의 재능을 가지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역시 사람은 겉만 봐서는 모르는 것인가 봐요. 이웃을 위해 기꺼이 시간과 기술을 나눠주신 스님 덕분에 튼튼하게 다시 태어난 관리기를 가지고 제 때에 두둑 만들기를 다 마칠 수 있었습니다.

 

 

 

쉬는 날 날씨가 좋아서 근처 경주 남산에 등산을 갔습니다. 언제나처럼 자리를 지키는 불상들과 멋진 풍경이 참 아름답습니다.

 

 

씨감자를 햇볕을 살짝 받게 하며 싹을 틔웠습니다. 농촌진흥청에서 권장하는 방법인데, 햇볕을 살짝 보면서 싹을 틔우면 수확량이 20% 이상 늘어난다고 합니다. 싹을 틔우는 환경을 온도와 광도를 맞춰 적절하게 만드는 일이 조금 까다로웠습니다. 2주간 싹을 잘 틔워서 다음 주에 심을 수 있도록 썰어 놓았습니다.

 

 

채소가 귀한 시절 우리 선조들이 산으로 들로 다니며 나물을 캐고 봄을 맞이했듯이 저희도 귀한 산나물을 캤습니다.

 

 

원추리 새싹과 민들레 어린잎을 뜯어 나물 반찬으로 만들어 상에 올렸습니다. 쌉싸름한 봄 향기가 입 안에 맵돕니다.

 

 

어린 약쑥은 향이 정말 진합니다. 쑥을 잔뜩 뜯어다가 쑥국, 쑥전을 해 먹습니다.

 

 

냉이는 꽃대가 올라오기 전에 캐야 합니다. 양지바른 곳에 무리지어 자라난 냉이를 뿌리 채 캐서 냉이 덮밥과 냉이 파스타를 해먹었습니다. 산나물로 봄을 느끼는 소박한 농부의 밥상이 참 즐겁고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