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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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7년~2022년

가을이 지나가는 순간

백화골 2021. 11. 2. 22:35

계절이 눈앞에서 달려가는 느낌입니다.

하루하루 단풍이 들며 숲 색깔이 바뀌는 것이 마술 같아요. 지나가는 시간이지만 순간순간을 알아차리고, 지금 눈앞에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행복하게 농사일을 합니다. 다행히 오랜만에 함께 유기농사를 지을 수 있는 봉사자들도 있어서 기운이 납니다. 백화골 2021년 가을 농사 사진과 기록입니다.

 

 

이번 가을 농사의 핵심 키워드는 열대거세미 나방입니다. 8월 중순에 배추와 양배추, 브로콜리, 콜라비 등을 아주심기 했는데 예년과 다른 일이 벌어졌습니다. 땅속에 알을 낳는 열대거세미 나방이 습격한 겁니다. 한반도 기온이 더워지며 열대지방에서 날아왔다는데 번식력이 엄청납니다.

 

방충망 역할을 하는 한랭사가 밖에서 날아오는 나비, 나방, 매미충을 막는 역할을 하지만 거세미나방은 아래에서 올라오는지라 무용지물입니다. 미생물이나 식물추출물 유기농 자재를 거의 매일 뿌려가며 겨우겨우 살려놓은 것이 사진 속 모습입니다. 하지만 10월초에 때 아닌 가을 장마와 고온 현상이 닥치면서 배추가 무름병으로 많이 죽었습니다.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합니다.

 

아주심기 한 배추 중에서 30%밖에 못 살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포기를 채워 회원분들께 보내드릴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다행히 비닐하우스에 심은 열무와 비트, 대파 등은 잘 살아서 회원분들 댁으로 배송이 되었습니다. 물론 예년과 달리 벌레가 많아서 초기에 방제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무우는 큰 피해 없이 잘 자랐습니다. 쑥쑥 뽑아서 2주에 걸쳐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유채나물은 원래 추운 날씨에 잘 자라 겨울초라고도 불리는 채소입니다. 하지만 10월 17일에 갑자기 영하로 기온이 내려가면서 잎이 살짝 냉해를 입었습니다. 겨울초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말이에요. 하지만 며칠 지나니 스스로 상처를 이기고 잎이 살아났습니다.

 

 

배추 수확하는 날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이 조금 좋아지면서 백신 맞은 봉사자들이 찾아왔습니다. 은실, 은혜님과 쉬안, 카로와 함께 10월 농사일을 함께 하고 근처 천룡사로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한류 팬 카로와 함께 양파를 심는데, 심는 자세가 남다릅니다^^ 발레 학교에 다녔던 친구라 이 자세가 편하다고 하네요.

 

 

밭에 하도 두더지가 많아서 어린 고양이 한 쌍을 모셔왔는데, 제법 사납게 쥐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내년에는 두더지 걱정 없이 농사지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추가 무름병으로 하나둘씩 죽어가서 김장을 일찍 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온 유렛과 아이네스, 여주와 애령 님이 함께 했습니다. 네덜란드 친구들은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인 김장을 함께 하게 되어 너무 기뻤다고 하네요. 김장을 막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프랑스 친구 제시카가 우리 농장에서 배운 방식으로 김치를 만들었다고 사진과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직접 유기농으로 농사 지어 가족들과 함께 김치를 만드는 모습이 재밌었습니다.

 

 

가을 농사도 이제 거의 끝나가고 있네요. 서서히 밭 정리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