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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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제철꾸러미/2016년~2021년

2016 백화골 스물세 번째 유기농 제철꾸러미, 울금부침개

백화골 2016. 10. 28. 12:41

10월 마지막 주, 이제 올해 제철꾸러미 발송도 마지막 한 주를 남겨놓고 있네요. 예년 같으면 벌써 겨울처럼 추워져야 할 때지만, 작년부터 이맘때 날씨가 영 이상해졌습니다. 기온은 높고, 해는 안 뜨고, 비가 잦고... 작년에 곶감을 깎아 말렸다가 이상한 날씨 탓에 죄 곰팡이가 슬어버린 속상한 기억이 있기에, 올해는 곶감을 깎지 않기로 했는데 잘했다 싶어요. 춥지 않아 막바지 바쁜 가을 밭 일 하기엔 좋지만, 한편으론 장수엔 벌써 겨울이 왔다고 엄살떨던 때가 조금 그립기도 합니다.

 


스물세 번째 주 작은가족회원분들께 보내드린 꾸러미는 잎까지 함께 먹는 통비트(또는 가지, 우엉), 올해 마지막으로 보내드리는 감자와 대파, 요즘 딱 제철인 쌈배추, 따끈한 국물요리에 넣어 먹기 좋은 쑥갓, 서리 내리기 전 막바지 수확한 토종고추, 갓 수확한 햇울금, 이모저모 쓸모 많은 호박고구마입니다.

 


싱싱한 쑥갓을 보니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 간단하게 어묵탕을 만들었습니다. 멸치 다시마 우려낸 물에 쌈배추 잎과 대파 송송 썰어 넣고, 어묵과 함께 고춧가루도 한 숟가락 얼큰하게 풀어 넣습니다. 탕이 다 끓을 무렵 쑥갓 한 줌 올리니 말쑥한 쑥갓향이 따뜻한 어묵 국물과 잘도 어우러지네요.

 


요새 계속 보내드리고 있는 호박고구마로 부침개도 만들고, 달착지근한 짜장덮밥도 만들어 먹다가 이번엔 머핀도 만들어 보았습니다. 먼저 호박고구마를 삶아 뜨거울 때 으깨줍니다. 으깬 고구마, 밀가루, 소금, 올리브오일, 다진 양파와 마늘, 그밖에 자투리 채소 남은 게 있으면 아무 거나 잘게 다져서 한 데 섞습니다. 계량은 따로 안 하고 그냥 살짝 질척한 머핀 반죽 질감이 나게 만들었어요. 머핀 틀에 넣고 18030분 구워주면 끝입니다. 사진에서 검게 보이는 것은 시나몬 가루 때문인데요, 시나몬 가루 없이 그냥 깔끔하게 구워주어도 좋습니다. 설탕, 버터, 달걀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색다른 맛의 머핀이에요. 달지 않고 야채 고로케 비슷한 맛이 나므로 디저트보다는 끼니로 먹기에 더 어울립니다.

 


이번엔 이번 주에 보내드린 울금으로 만든 요리입니다. 찹쌀가루에 소금간을 하고 울금을 갈아 넣어 섞은 뒤 더운물로 익반죽합니다. 동글납작하게 빚어 프라이팬에서 노릇하게 구워냅니다. 아무 장식 없이 그냥 구우면 서운하니까 요즘 산에서 무리지어 피어나는 소국을 한 송이 박아줍니다. 울금 부침개를 접시에 담은 뒤, 홍시 드레싱(올해 곶감을 깎지 않은 까닭에 요즘 백화골엔 홍시가 넘쳐납니다. 체로 받쳐 으깬 홍시에 소금, 식초, 유자청을 조금씩 더해 만들었어요)을 곁들여 가을 정취 듬뿍 담은 울금부침개를 완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