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 날.
우리 마을에선 새로 온 생명을 축하하는 조촐한 모임이 벌어졌습니다.
삶과 죽음은 자연의 한 조각이라는 말... 맞는 것 같습니다.
윗집 이웃이 넷째 아이를 무사히 순산한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답니다.
넷째 정도 되면 예정일 훨씬 전에 어느 날 밥 먹다가 ‘쑴풍’ 하고 뚝딱 나와줄 줄 알았는데 예정일이 며칠 지나도록 소식이 없어 주변 사람들의 애를 태우더니, 4kg의 당당한 체구에 장군감으로 생긴 사내아이가 드디어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요즘 세상에 넷째 아이 출산이라고 하면 놀라는 사람이 많지만, 시골에선 그리 드문 일도 아니랍니다. 주변 이웃들을 보면 아이가 셋, 넷씩 되는 집이 오히려 더 많습니다. 양육비니 교육비 부담이 덜해서인지 시골에선 도시보다 확실히 아이를 더 많이 낳는 것 같습니다.
산모는 서울 친정에서 몸을 풀고 있고, 여러 가지 작물을 심어도 고추 농사가 유달리 잘 된다는 사형제 집 아빠는 싱글벙글 웃으며 열심히 장작불에 고기를 구웠습니다. 마을 주민들 모두 새 생명의 탄생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 주었고요.
그 자리에 모인 아랫집 언니 한 명도 지금 만삭입니다.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는데 예정일에서 3일 지난 상태이니 당장 고기 먹다가도 진통이 오면 병원으로 달려가야 할지 모릅니다. 그 집 남편은 24시간 대기 상태라 술은 입에 대지 않고 고기만 열심히 집어 먹습니다.
생동하는 자연의 기운이 천지에 충만한 5월, 마을 주민이 한꺼번에 2명이나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뜻밖의 소식으로 침통한 날, 새로 태어난 생명과 곧 태어날 소중한 생명이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준 저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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