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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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9년

녹차의 삼단 변신

백화골 2009. 3. 8. 21:53

낮에 손님이 찾아와 녹차를 대접했습니다.
재작년 이웃이 일본 농업 연수를 다녀오면서 사다준 유기농 녹차인데, 아껴가며 마셨더니 아직도 봉지에 반절이나 남아 있는 것을 오랜만에 덜어내 우렸지요.

손님이 가고 난 뒤 거름망에 남아있는 찻잎을 그냥 버리기가 아까운 생각이 들어 찻물을 한 번 더 우려내 저녁 세수를 해보았습니다.

비누를 쓰지 않았는데도 뽀송뽀송한 것이 개운하고, 로션을 바르지 않아도 피부가 당기지 않는 것이 참 좋더군요. 아, 이래서 사람들이 녹차 녹차 하는구나 알겠더라고요.
이젠 설거지 해야지 하고 거름망을 개수대에 넣으려는데, 파릇파릇 싱싱하게 불어난 찻잎을 버리기가 여전히 아깝습니다.

예전에 인사동 전통찻집에서 아르바이트 하던 언니에게 놀러가서 가끔씩 얻어먹던 녹차김밥이 생각나 녹찻잎으로 한 번 나물을 무쳐보기로 했지요. 녹차 김밥이 뭐냐면 우려내고 남은 녹찻잎에 살짝 양념을 해서 김밥 속으로 넣은 것으로, 다른 재료 없이 찻잎만 속으로 넣은 김밥인데도 참 맛있었던 기억이 있거든요.

간장 소금 살짝 치고 들기름 몇 방울에 깨소금 솔솔 뿌리니 끝. 과연 먹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저녁밥상 반찬으로 올렸는데 향긋하고 담백한 것이 의외로 맛있었어요.

남편 왈, "다음엔 아예 물을 많이 붓고 국으로 끓여보면 어떨까?"
아이구, 그냥 녹차나물로 만족하렵니다. 녹찻국은 정말 이상야릇한 맛이 날 것 같아요.
몸과 마음이 한가로운 농한기이기에 누려본 자그마한 호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