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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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9년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집’

백화골 2009. 3. 5. 22:10

오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올해도 역시 눈이 먼저 마중을 나왔다. 하염없이 펑펑 잘도 내린다. 

몇 년 째 겨울 내 동파 방지를 위해 보일러와 배수관에 물을 빼고 다시 봄에 넣는 일을 반복해서인지, 2박3일 걸리던 일이 단 두 시간 만에 끝났다. 일이 너무 쉽게 끝나 스스로 어안이 벙벙할 정도.
보일러를 다시 돌리고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나니 이렇게 좋은 곳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마음이 편안하다. 작년 여름에 5톤 트럭 한 차 분량을 사서 열심히 잘라 놓은 참나무 장작 덕분에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맹추위도 전혀 두렵지가 않다.

먹을 양식이 없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작년 가을에 심었다가 잘 안 자라서 그냥 두고 갔던 시금치들이 겨울 추위를 견디고 부쩍 자라있다. 몇 포기 뽑아서 먹으니 싱싱하고 달착지근한 것이 아주 꿀 맛이다. 오랜만에 우리가 재배한 채소를 먹으니 기운이 불끈불끈 솟는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는 환율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해서인지 집에 돌아와 있다는 것이 너무나 마음 편하고 행복하다. 오랜만에 맡는 산 공기와 바람, 맑은 물과 함께 올 한 해 동안 또 열심히 농사지을 것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