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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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9년

잠깐 방심으로 하우스 망가뜨리다

백화골 2009. 3. 5. 22:29

 

올해도 2월 말 하우스 감자를 심는 것으로 한 해 농사를 시작했다.

점적 호스 등 하우스 이곳저곳을 정리하고 퇴비를 듬뿍 넣은 뒤 트랙터를 끌고 들어가 밭을 갈았다. 이제 올해로 5년차에 접어든 만큼, 트랙터 운전은 자신이 있었다. 적응하던 첫 해 이후엔 거의 실수를 한 적이 없기에 약간 속도까지 내면서 자신만만하게 하우스 안으로 트랙터를 몰고 들어갔다. 그런데 아뿔사! 욕심내어 하우스 가장자리에 너무 바짝 붙여서 로타리질을 하다가 그만 트랙터가 하우스 파이프와 파이프 사이에 끼어버린 것이다. 

앞으로 가면 앞쪽 파이프가 찌그러지고, 뒤로 가면 뒤쪽 파이프가 상하고... 온몸에 땀이 쫙쫙 흐르고, 트랙터는 점점 땅속 깊숙이 박혀 들어간다.

결국 하우스 파이프 여섯 개가 완전히 찌그러졌다. 겨우겨우 빠져 나오기는 했지만 이만저만한 손해가 아니다. 몸에서 기운이 쏙 빠진다. 오랜만에 트랙터를 운전했는데, 긴장을 풀고 자만해서 일어난 실수다. 올 한해도 땅과 농사일 앞에 고개 숙이고 겸손하게 농사지으라는 하늘의 계시오, 액땜한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겨우겨우 밭을 갈고, 관리기로 골을 타고, 비닐 멀칭을 했다. 몸은 적응하느라 조금 힘들지만 오랜만에 일을 하니 참 좋다.

파종기로 감자를 심고, 흙을 듬뿍 얹어 복토를 해주었다. 우여곡절 끝에 심은 만큼 감자가 잘 자라서 많은 사람들의 밥상을 풍성하게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