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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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제철꾸러미/2006년~2010년

야콘 소동&가족회원 농산물 첫 발송 (2008.05.08)

백화골 2009. 3. 4. 12:30

농사는 하늘이 짓는 것이라는 말이 맞다. 며칠 전에 심은 야콘이 때늦은 오뉴월 서리를 맞아 1/3 이상이 죽어버렸다.

어린이날 하루 전인 지난 일요일. 제일 추위에 약한 작물인 고추를 내다심는 농민들도 보이고, 주간 일기예보에도 1주일 간 최저기온이 8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나오길래, 가식해 놓았던 야콘 400주를 밭에 내다 심었다. 심고 나니 적당히 비까지 내려줬다. 조리개로 물을 안 줘도 되어서 하늘이 도와주나보다 했다.

그런데 다음날 오후가 되자 날씨가 쌀쌀해지고 바람이 불었다. 전날만 최저 기온 7~8도로 예상되던 예보가 바뀌어 갑자기 3도로 바뀌었다. 3도면 서리가 내릴 온도이다.

부랴부랴 여기저기 알아보니 두 가지 방법이 있단다. 하나는 심은 야콘을 다시 다 뽑아서 하우스에 보관했다가 며칠 뒤 심는 것이고, 하나는 비닐을 덮어주는 것이었다. 우리는 후자를 택했다. 저녁 늦게까지 헤드라이트를 켜고 비닐을 씌워주느라 한바탕 야단법석을 떨었다. 바람은 또 왜 그렇게 부는지. 그래도 비닐을 다 씌워주자 안심이 되어 가뿐한 마음으로 잠을 잤는데, 다음날 아침에 가보니 냉해를 입은 야콘 모종들의 모습이 처절하기 짝이 없다.

이렇게 완전히 죽어버린 놈도 있고.

잎 하나만 죽은 놈도 있다. 계산을 해 보니 1/3 정도가 서리 피해로 죽었다. 화도 나고 어이가 없고 기분이 우울했다. 억울한 마음을 풀 곳이 없어 애꿎은 기상청에 전화해서 따져 물으니 원래 일기예보라는 게 그렇게 정확히는 못 맞추는 것이란다.

그리고 전북 장수군은 주간 예보가 나가지 않는단다. 네이버 지역 날씨 정보에는 분명히 장수군 주간 예보가 나온다고 했더니, 자기들이 제공하는 예보가 아니라는 이상한 대답을 했다. 우리나라에 기상청이 두 개란 말인가! 기상청 직원의 이야기를 들으니 더 어이가 없었다. 결국 예보라는 건 틀릴 수밖에 없으니 감안해서 살피라는 이야기로 마무리됐다.

야콘 때문에 우울했던 마음이 가족회원 첫 발송을 하며 위안이 됐다. 새벽부터 산에 올라가 두릅을 따면서 하루가 시작됐다. 두릅은 경사지고 가파른 곳에 많기 때문에 채취하기가 가장 어렵다. 다행히도 자주 가던 두릅 군락 지역에 1년 만에 가보니 딸 것이 남아 있다. 운 좋네 하면서 두릅을 따고 내려와 취, 아욱, 머위 등 이것저것 수확해 포장했다.

통배추가 잘 자라서 너무 기쁘다. 사실 유기농으로 배추를 키워서 속을 채운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다. 배추가 벌레도 많고 퇴비만으로는 통이 잘 차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봄배추는 더더욱 힘들다. 구멍 뚫는 벌레들이 미친듯이 달려든다. 그런데 올해 우리 배추 농사가 그럭저럭 잘 됐다. 물론 일반 관행농 배추처럼 속이 꽉꽉 찬 것은 아니지만, 유기농 배추치고는 비교적 깨끗하게 구멍도 없고 알도 많이 찼다. 다들 유기농으로 농사짓기 때문에 마을 생긴 이래 이렇게 벌레 없고 깨끗한 배추 구경을 해본 적이 드문지라 마을 사람들도 다들 신기해한다.

한창 정신없이 포장 작업을 하고 있는데, 우리에게 유정란을 공급해주는 선재네에서 직접 만든 거라며 딸기잼 한 통을 주고 간다. 잼 뚜껑에 쪽지 한 장이 붙어있다. “열심히 일하라고 ‘여름’이니 모두 땀 흘려 해봐요. 이웃과 나누며 교류하는 행복한 사람이 모인 마을. 그런 마을에 살아서 행복합니다. 건강하게 열심히 행복하게 지내봅시다. 2008년 첫 발송 축하해요!” 야콘 때문에 얼었던 마음이 딸기잼처럼 따뜻하게 녹아서 풀어진다.

하나둘씩 농산물이 포장되어 가고...

첫 발송 농산물에 포함된 표고버섯을 가지로 천천면 영호형네로 갔더니 이제 막 올라오기 시작한 표고들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새벽 5시에 시작해서 저녁 5시에 발송 작업을 끝냈다. 첫 발송이라 거의 밥도 못 먹고 일했다. 그래도 무사히 포장작업을 끝내고 나니 얼마나 뿌듯하고 기분 좋던지.

5시 조금 넘은 시간에 택배 차가 올라왔다. 작년보다 회원 수가 늘었다고 하니 기사 아저씨도 좋아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