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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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제철꾸러미/2006년~2010년

농산물 가족회원제 마지막 발송, 야콘 수확 (2008.10.24)

백화골 2009. 3. 4. 13:08

어제 밤에는 비가 꽤 많이 내렸다. 기다리던 비였지만 그치고 나니 백화골에 추위가 찾아왔다. 오늘 하루종일 찬 바람이 산 중턱을 몰아쳤다. 으슬으슬 떨며 농산물 가족회원제 올해 마지막 발송을 했다.

오후에 모든 박스 작업을 마치고 정리를 하는데 기분이 묘하다. 마지막 발송을 끝내고 나면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왠지 허전하고 쓸쓸하다. 아마도 을씨년스러운 날씨 탓일 게다. 올 한 해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작물들의 잔해만이 여기저기 남아있는 빈 밭의 모습도 휑뎅그레해 보인다. 농부들의 긴 휴가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아직 밭에 남아 마지막 수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놈은 야콘과 배추 뿐.

야콘이 제법 잘 컸다. 작년에는 물빠짐이 좋지 않은 땅에 심은 탓에 실패했던 야콘 농사가 올해에는 그럭저럭 잘 되었다. 야콘은 고구마처럼 생긴 땅 속 식물로 생으로 깎아 먹으면 배 비슷한 맛이 나는 몸에 아주 좋은 농산물이다. 한국에선 본격적인 재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야콘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도 아직 많다. 처음 야콘을 맛보는 사람들은 특유의 달착지근하고 아삭아삭한 맛에 신기해하곤 한다.

내일 새벽 온도가 2도까지 내려갈 거라는데 아직 야콘을 다 캐지 못해 조금 걱정이다. 올봄 늦추위에 야콘 모종이 냉해를 입어 반죽음한 일도 있었는데... 주말동안 전력을 기울이면 그럭저럭 다 캘 수 있겠지.

저녁엔 오늘 뽑은 무와 야콘을 숭덩숭덩 썰어 야콘 깍두기를 조금 버무려봤다. 누군가 야콘으로 김치를 담갔더니 아주 맛있었다는 말을 듣고 처음 시도해본 것이다. 달고 아삭아삭한 질감이 제법 김치 재료로 잘 맞을 것 같다. 성공하면 못난이 야콘들(야콘 뿌리 하나에서 상품으로 낼 만한 잘생긴 야콘은 1~3개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은 김치속으로 살뜰히 활용해야겠다. 

사실 야콘은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비상품들, 즉 못난이 야콘 처리 문제 때문에 골치 아프다. 즙을 짜면 좋긴 한데, 즙 짜는 비용도 만만치가 않고 비교적 고가인 야콘즙을 선뜻 주문하는 사람도 많지 않기 때문에 무턱대고 다 즙을 짤 수도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회원 발송용과 선물용으로 컨테이너 4박스를 즙으로 짰다. 물을 타서 끓이는 방법으로 즙을 내면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양이 나올 수 있다는데, 우리는 일체 물을 넣지 않고 생즙으로 짰더니 컨테이너 1박스에서 100봉 남짓 나왔다. 은은한 감칠맛이 나름 매력적이다.

야콘 수확이 끝나면 슬슬 밭 정리를 할 예정이다. 이제 1~2주 정도면 올해 농사가 모두 끝나겠지. 수확의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을 보니 이제 한 걸음 더 깊숙이 농사짓는 일에 가까워진 한해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