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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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23년~2024년

감자 심고 모종 옮겨 심으며 본격적인 봄농사 시작

백화골 2023. 3. 21. 14:49

백화골의 진정한 봄은 감자와 함께 찾아옵니다. 매년 3월 20일 무렵 감자를 심는데요. 감자 심기를 끝내고 나야 아, 이제 진짜 봄 농사 시작이구나 하는 실감이 나거든요.

 

감자 심을 밭 두둑을 만들고 있어요

 

올해도 여느 해처럼 수미 감자와 토종 자주 감자 두 가지를 심었습니다. 모두 작년에 직접 농사지어 씨감자로 준비해둔 것들입니다. 심기 열흘 전에 씨감자를 잘라놓고 싹이 조금씩 돋아나길 기다렸다가 미리 준비해놓은 밭에 감자를 심었습니다. 감자 양이 꽤 되는 편이라 하루 일로는 좀 고된 편이었지만,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온 봉사자 세 명과 함께 서로 기운을 북돋아주며 일하니, 하루 만에 가뿐하게 다 끝낼 수 있었습니다.

 

미리 썰어 놓은 씨감자들

 

스페인에서 온 친구 줄리아가 감자를 심으며 “스페인에서는 매년 봄이 시작되는 날이 정해져 있어. 3월 20일이 공식적으로 봄이 시작되는 날이야.”라고 하네요. 한국의 입춘은 훨씬 전에 지나가긴 했지만, 감자를 심으며 봄을 체감하는 날과 스페인의 봄날이 얼추 비슷하게 맞아떨어지긴 하네요.

 

감자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완두콩도 심었습니다. 완두콩 씨도 작년에 수확해 말려둔 것이에요. 봉사자 친구들에게 쪼글쪼글 말라있는 완두콩 씨앗을 보여주니, 이게 완두콩이야? 하며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늘 시중에 나와 있는 탱글탱글한 연두색 완두콩만 보다가 말린 완두콩을 보니 많이 달라보였나 봅니다.

 

 

봄 농사의 반은 모종 농사입니다. 본밭에 나가기 전까지 모종 온실에서 아기 채소들을 키웁니다. 모종 농사는 말 그대로 아기 키우듯 세심하게 돌보며 정성을 들여야 하지요. 하루에도 몇 번씩 온도와 습도 확인을 해줍니다.

 

이것저것 씨앗을 넣다보니 모종 하우스가 어느새 빼곡하게 다 차버렸습니다. 저마다 타고난 개성대로 다양한 모양의 작은 잎들을 내밀고 있는 아기 모종들이 농부의 눈에는 너무나 사랑스러워 보입니다.

 

열심히 일하는 로빈, 줄리아, 타티아나

 

그동안 애지중지 키워온 브로콜리, 양배추, 배추, 콜라비 모종들을 하우스 안에 옮겨 심었습니다. 매년 이렇게 모종을 옮겨 심고 나면, 며칠 사이에 서너 개 쯤은 벌레의 공격이라든지, 원래 뿌리가 약한 모종이었든지 하는 이유로 시들어 버리는 놈들이 나오곤 했는데요. 올해는 희한할 정도로 단 한 개도 낙오되지 않고 100% 활착에 성공해 다들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요. 올해 농사가 잘 될 것 같은 예감입니다.